나의 LPGA 프로암 참가기
나의 LPGA 프로암 참가기
  • Vincent Kim
  • 승인 2023.07.18 14: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골퍼에게 프로골퍼들과 함께 라운드하는 것은 아이돌을 만나는 것과 같은 설레는 순간이며, 경이롭고 행복한 순간일 것입니다. 이러한 기회 중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프로암(Pro-Am)인데요. LPGA 프로암에서의 경험을 생생하게 전합니다.

 

어려서 좋아했었던 아이돌이 있었습니다. 영화배우 주윤발과 가수 이선희! 

극장이나 텔레비전을 통해 나의 아이돌을 볼 때마다 언젠가 한 번 만나보는 상상도 해보았고, 브로마이드를 구입해서는 제 방 벽에다 붙여놓기도 했었습니다. 

골퍼에게 톱프로들과 함께 라운드하는 것은 나의 아이돌을 만나는 설레는 순간이며, 경이롭고 행복한 순간일 것입니다. 이러한 기회 중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프로암인데요. 프로암은 보통 프로골프대회가 시작하는 목요일 전날인 수요일에 있습니다.

 

9번의 LPGA 프로암 참가 2번의 우승

 

 

2018년 기아클래식에서 박성현과 김효주를 처음 만났고, 당시 프로암 첫 출전에 14언더파로 우승컵을 들어올렸습니다. 하지만 박성현은 그 대회에서 LPGA 진출 후 첫 컷 탈락하는 불운이 있었는데요. 아마도 우리와 함께했던 프로암 대회에서 너무 애를 많이 쓴 게 아닌가 싶습니다.

2018년 휴젤 JTBC LA오픈에서는 고진영과 라운드를 했습니다. 당시 그녀의 당당함에 매료되었었고, 대회 마지막 날 챔피언 조에서 플레이하는 모습을 인사이드 루프를 통해 가까이에서 지켜봤었습니다. 그 대회에서 고진영은 공동 2위로 마감.

 

2019년 기아클래식 프로암에선 김세영, 양희영과 라운드 했습니다. 두 선수 모두 성격이 정말 좋았고, 그 어느 대회보다도 유쾌한 라운드였습니다. 우리 팀은 14언더파를 기록했지만, 박찬호 선수가 함께했던 팀에게 우승을 양보해야만 했습니다.

2019년 휴젤 Air Premia LA오픈 동반자는 박인비와 브론티 로. 원래는 전인지와 함께 라운드할 예정이었으나 당시 목에 심한 담이 걸려서 급하게 브론티 로로 변경이 되었습니다. 

전인지는 당시 제게는 최고의 아이돌이었기에 많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브론티 로와 함께한 프로암도 아주 행복했습니다. 또한, 그녀가 몇 주 후 LPGA 투어에서 첫 우승을 하게 돼서 더욱 기억에 남는 대회였습니다.

2020년 기아클래식에서는 다시 김효주를 만났는데요. 서로 아는 척 친한 척 해주어서 아주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의 프로는 LPGA 데뷔 년이었던 이정은6, 모든 것이 낯설었을 그녀를 위해 우리는 많은 응원을 했습니다.

다시 만난 김세영, 처음 만나게 된 이미림과 했던 2020년 휴젤 Air Premia LA오픈에서는 13언더파로 다시 한번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이로써 2번째 프로암 우승을 달성한 거죠!

2022년 디오 임플란트 LA오픈에서는 이 대회 2019년도 우승자인 이민지와 우리 선수들의 맏언니 격인 지은희와 라운드를 했었고, 2022년 팔로스 베르데 챔피언십에서는 최나연, 유소연 두 선수와 유쾌한 라운드를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최나연이 은퇴를 선언했기에,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가장 최근인 2023년 4월엔 저 개인적으로 스윙 입스로 고생을 하고 있었으나, JM 이글 LA 챔피언십에서 만나 동반 라운드를 했던 최혜진과 안나린 선수 덕에 성적도 좋았고 유쾌한 라운드를 할 수 있었습니다.

 

프로암 페어링 파티에서만 볼 수 있는 프로들의 민낯

 

 

프로암이 열리는 수요일 전날엔 보통 페어링 파티(Pairing party)를 하게 되는데, 이날엔 조 추첨을 하기도 하고, 한쪽에선 퍼팅 콘테스트도 합니다. 페어링 파티는 대회 측에서 준비한 음식과 음료를 편안하게 즐기며 파티에 참가한 평상복을 입은 LPGA 그녀들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큰 대회를 치러야 하는 프로들에게는 이러한 프로암이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요? 대회 전 연습라운드의 개념도 있겠지만, 팬 서비스 측면이 더욱 클 것이라 봅니다. 그래서 이러한 프로암 페어링 파티에 평상시에 입는 골프복이 아닌 평상복을 입고 참석하는 것은 프로들에겐 분명 그리 편안한 자리는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대회 측에서는 선수들이 좀 더 많이 페어링 파티에 참석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페어링 파티에서는 프로골퍼들의 필드에서와 다른 새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골프선수들은 왜 골프복을 입었을 때가 가장 아름다울까요?(웃음)

 

프로암 대회 날 아침

 

 

프로암 대회 아침 풍경이 궁금하시다고요? 나의 아이돌을 만나는 순간, 연예인을 보듯 신기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여리여리한 선수들도 많지만, 하체가 정말 단단한 프로님들을 보며 놀라기도 하고. 프로와 수줍게 인사를 나누고, 캐디와도 인사하고…. 

“이젠 정말 장난이 아니다.” 첫 티잉그라운드엔 갤러리들이 5~60여 명이 있고, 카메라맨들도 여기저기 보이고, 크지는 않지만, 필드에 울려 퍼지는 음악은 우리의 가슴을 더더욱 뛰게 하고, 프로들과 프로암 참가 선수들을 소개하는 순간까지 가슴은 미친 듯이 쿵쿵쿵 거립니다. 

 

실력 과시와 선방 사이

 

 

개인적으로 처음으로 프로골퍼와 함께 라운드했었던 건, 2018년 LA오픈 전에 나탈리 걸비스와의 동반 라운드였습니다. 당시 관계자분들도 대략 2~30여분 있었고, 첫 홀 첫 티샷을 하기 전 ‘정말 실력 함 보여줘?’ 아님 ‘그냥 창피 당하지 않을 정도로 선방만 할까?’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긴장 백 배에 힘이 바짝 들어갔었죠. 푸쉬한 드라이버샷은 악성 푸쉬 슬라이스가 되었고, 그 공은 오른쪽 OB 담장을 넘어 차도로 날아갔습니다. 순간 조용해진 필드. 그리고 누군가 속삭이는 소리만이 들렸습니다.

“OB. It might hit a car on the street (OB다. 지나가는 차에 맞는 거 아냐?)”

이후에도 최근까지 그렇게 첫 홀에서는 좋은 기억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한 번 보여주자”는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최근엔 정말 50야드 쪼루까지ㅠㅠ. 프로암에서는 첫 샷에서부터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려 하기보다는 창피만 당하지 말자고 해야 좋은 스윙이 나오는 듯합니다.

 

프로암 최고의 분위기

 

 

프로들의 멋진 스윙을 구경하며 ‘와~~~’. 

우리도 드라이버 잡고 좀 더 멀리 쳐보고자 ‘와우’. 

프로암에선 결국 버디를 해야 하므로 홀 컵에 가까이 붙는 아이언샷에 쏟아지는 감탄사. 그리고 “All you have to do is make a putt”(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퍼팅을 성공시키는 것)

이글이나 버디를 했을 때, 특히 우리 팀 마지막 선수가 퍼팅에 성공했을 때는 프로암 최고의 분위기가 연출되는 듯합니다. 좋은 샷이 나올 때마다 서로에게 칭찬해주고, 프로와 함께 그린의 경사를 읽고, 같이 보폭을 맞추며 페어웨이를 걸을 때도 프로암은 매 순간이 최고의 분위기인듯 합니다.

최근에 참가한 프로암에선 제가 우리 팀 5명 중 4번 타자였습니다. “내가 조선의 4번 타자다”

하지만 입스로 고생하고 있었기에 좋지 못한 스윙을 할 때마다 머쓱해지기도 또 민망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들조차도 소중한 추억이 됨을 알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끝까지 달려갔습니다. 

동반하는 프로의 실수를 볼 때는 애매모호한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하는데요. 어려운 파3홀에서 우리 팀 멤버들이 온그린에 실패했을 때 마지막 주자인 프로의 티샷에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프로도 우리와 똑같이 그린에 올리지 못한 경우 짧은 퍼팅을 놓치고 아쉬워하는 우리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어 프로도 짧은 퍼팅을 놓치는 경우엔 분위기가 묘해집니다. 

 

프로암 관련 요령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하자면 프로암에서는 순번을 정해서 플레이를 하면 좋을 듯 합니다. 가령, 프로가 마지막 주자가 되는 건데요. 그래야 우리도 마음껏 티샷을 날릴 수 있고, 우리가 잘 못 하더라도 프로가 깔끔하게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 거고요. 상대적으로 핸디캡이 높은 참가자가 1번이 되고, 퍼팅을 가장 잘하는 선수가 4번이 되는 거죠. 그래서 매 홀 이 순번대로 플레이를 하다 보면 어려운 퍼팅도 3번과 4번이 넣거나, 최후의 보루인 프로가 퍼팅을 성공시킬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프로암에서 성적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박찬호 선수의 골프 이력엔 프로암 우승이 있기는 하던데……. (웃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바로 “재밌게 즐기는 우리들의 게임”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팀플레이를 하는 즐거움 말이죠.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 대부분은 대회지에 거주하는 분들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프로골퍼와의 대화 중에는 대회가 열리는 곳에 대해 맛집을 소개해주며 대화를 하기도 하고, 선수 생활에 대한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도 합니다. 다만 이 프로암이 프로에게는 연습라운드의 개념도 있기에 너무 귀찮게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로들의 플레이를 가까이에서 보면 여자 프로골퍼일지라도 프로들의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남자 아마추어 골퍼들보다 더 좋은 듯 합니다. 특히 차이가 나는 건 바로 아이언샷이란 생각이 드는데요. 거의 실수하는 것없이 어찌나 그렇게 핀을 향해 잘 보내는지….

제가 본 최고의 드라이버샷은 바로 박성현이었습니다. 별명대로 역시 남달랐는데요. 아이언은 고진영, 박인비, 그리고 이민지. 퍼팅은 최근에 같이 라운드한 안나린이 돋보였습니다. 우리 일행이 놓친 퍼팅을 3개나 넣었습니다.

 

성격 좋은 프로님이요?

 

프로암 경험을 이야기하면 많이 묻는 질문 중 하나가 “어떤 선수가 성격이 젤 좋으냐”입니다. 

정말 모두 다 좋습니다. 그중 김세영, 김효주 최고. 최근에 함께 한 최혜진도 늘 잘 웃고 넘 좋았습니다. 이렇게 프로암을 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모든 선수의 팬이 되는데요. 그래서 이후 해당 프로의 성적이 궁금해져 자주 팔로우(follow)하게 됩니다.

프로암을 통해 무엇을 느끼냐고요. 골프의 진리를 다시 한번 익힌다고 할까요. 프로암 경험 후 내린 결론은 “까불지 말자. 일희일비하지 말자. 골프는 어차피 어렵다. 즐기자. 내 스윙을 하자.”

 

 

GJ 글·이미지 Vincent Ki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