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마스터스엔 PGA도 LIV도 없었다
2023 마스터스엔 PGA도 LIV도 없었다
  • Vincent Kim
  • 승인 2023.04.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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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13번홀

 

LIV 골프 출범 후 처음 있었던 이 마스터스 토너먼트. 두 단체의 충돌이나 자존심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고, PGA도 LIV도 없었고, 오직 마스터스 우승을 향한 선수들의 뜨거운 경쟁과 이들을 응원하는 4만 명의 멋진 골프 팬들의 함성만이 있었습니다.

 

지난 4월 6일부터 9일까지 있었던 메이저 중의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The Masters). LIV 골프 출범 후 처음 있었던 이 마스터스 대회는 처음부터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LIV 골프의 수장인 그렉 노먼은 “LIV 선수가 우승하면 18번홀 그린에서 샴페인을 준비해 놓고 기다리겠다”며 대결 구도를 이끌었었는데요. 온전히 마스터스를 즐기고 싶었던 저로서는 “제발 그런 일만 일어나지 않기를…. 그리고 PGA 선수가 우승을 하더라도 오직 PGA 선수들만이 축하 인사를 건네는 그런 모습은 없기를….” 바랬었습니다. 모두가 하나가 되어 그린 재킷을 차지하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하고, 누가 우승을 하건 축하해주고, 또 다음 마스터스를 기다리게 하는 멋진 스포츠맨십을 보기를 원했었기 때문입니다.

 

오직 마스터스 우승 향한 뜨거운 경쟁

 

그러다 LIV에서 한참 잘 하고 있는 브룩스 켑카와 PGA의 존 람이 파이널 라운드에서 챔피언 조로 플레이를 하게 되었을 때는 우려가 현실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마스터스가 열렸던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Augusta National Golf Club)에서는 두 단체의 충돌이나 자존심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고, PGA도 LIV도 없었고, 오직 마스터스 우승을 향한 선수들의 뜨거운 경쟁과 이들을 응원하는 4만 명의 멋진 골프 팬들의 함성만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반으로 쪼개진 듯한 남자 프로골프대회를 보면서 무언가 서운한 느낌을 받았었는데요. 이번 마스터스를 보면서는 다시금 PGA인지 LIV인지 상관없이 남자 프로들의 멋진 경기를 찾아보게 될 것 같고, 또 앞으로 있을 메이저 대회를 더욱 고대하게 될 것 같습니다.

 

첫 홀 4펏 후 우승한 존 람

 

마지막 날 2타 차 2위로 출발한 존 람은 결국 브룩스 켑카를 4타 차로 따돌리며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대회 첫날 존 람은 첫 홀에서 더블 보기를 했는데, 마스터스에서 더블 보기로 출발해 우승을 차지한 선수는 1952년 샘 스니드 이후 존 람이 71년 만이라고 합니다.

존 람은 첫 홀에서 파 온을 잘해놓고서는 4펏을 하며 더블 보기를 기록했는데요. 이에 대해 우승 인터뷰에서 특별한 사연을 밝혔습니다.

“징크스를 믿는 분들을 위해 이야기하자면, 목요일 아침 퍼팅 그린에 가기 위해 골프 카트를 탔을 때, 그러니까 제 티타임 10분 전에, 제 친한 친구 중의 하나인 수퍼볼 우승 챔피언 잭 얼츠로부터 문자가 왔었습니다. ‘첫 번째 홀 그린은 공원에 있는 인도길처럼 보인다(그만큼 그린이 딱딱하고 빠르게 보인다)’ 제가 4펏을 하며 토너먼트를 시작하기 10분 전에 말이죠. 고마워 잭. 하지만 다시는 그러지 말아줘” 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 존 람의 우승이 더욱 대단해 보입니다.(웃음)

 

명암이 엇갈린 타이거 우즈와 필 미컬슨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마스터스 대회 3라운드 중 처음으로 기권을 했습니다. 타이거 우즈는 자신의 SNS를 통해 “족저근막염이 약화돼 기권하게 됐다. 실망스럽게 생각하고, 팬들과 마스터스가 보내준 사랑과 지원에 감사드린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사가 심한 오거스타 내셔널에 대회 이틀째부터 비가 내리고 날씨도 제법 쌀쌀했으니 2021년 교통사고로 다리를 크게 다친 우즈에게는 완주가 쉽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에 반해 52세 10개월인 필 미컬슨은 파이널라운드에서 데일리 베스트인 7언더를 몰아치며 공동 2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마스터스 사상 최고령 Top 5에 든 선수가 되었는데, 이는 지난 2021년 역대 메이저 대회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웠던 PGA 챔피언십에서의 우승에 버금가는 노장의 투혼으로서 칭송받아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동안 LIV 골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PGA투어의 탐욕에 역겹다”는 등 부적절한 발언이 알려져 지난 해는 28년 만에 처음으로 마스터스에 불참했었던 그였기에, 이번 준우승이 (모든 이들에게 각기 다르게 와 닿겠지만) 개인적으로는 “PGA와의 화해의 손길”과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마스터스에서 3번을 우승했었고 그린 재킷이 누구보다도 잘 어울리는 필 미컬슨이기에 앞으로도 그의 활약이 더욱더 기대됩니다.

 

K 골프 파워 - 역대 마스터스 최다 출전

 

올해 마스터스에는 무려 4명의 한국 선수가 참가했었습니다. 성적은 임성재와 김주형은 2언더파로 공동 16위, 이경훈 23위, 김시우 공동 29위로 좋은 기록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는데요. 한국 선수 4명이 출전한 이 대회는 역대 마스터스 최다 출전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3라운드 때 타이거 우즈와 처음으로 같이 라운드를 했던 임성재 선수는 그래서 더욱 집중해서 경기를 했다고 합니다. 이경훈 선수는 이번이 두 번째 마스터스였는데 2라운드에서는 데일리 베스트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아멘 코너에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는 김주형 선수는 “10번쯤 출전한 선수 같고 젊은 시절 우즈처럼 거침없이 경기한다”고 현지 미디어 관계자들의 칭송을 한 몸에 받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우리 선수들의 남자 골프에서의 K 파워를 더욱 키워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어집니다.

 

 

GJ Vincent Kim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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