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 입장에서 본 골프장 카트 사고
캐디 입장에서 본 골프장 카트 사고
  • 강태성
  • 승인 2023.08.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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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경기 용인시의 한 골프장에서 전동카트 사고로 이용객이 사망하자 카트를 운전한 캐디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캐디들은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프롤로그

 

자동차 사고가 발생한다고 해서 차를 만들지 않을 수 없죠. 비행기나 배도 마찬가지고 스마트폰 배터리 폭발 사고가 있다고 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죠. 얼마 전 용인시에 있는 골프장에서 전동카트가 넘어져 이용객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는데 뉴스를 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캐디 입장에서 볼 땐 어떤지 모든 캐디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직 캐디에게 듣고 재구성해보았습니다. 카트 사고를 바라보는 캐디의 시선을 조심스레 담아볼게요. 

 

카트 사고의 재구성

 

코스를 이동하던 전동카트가 커브 길을 돌면서 전복이 되었고, 조수석에 타고 있던 40대 여성 골퍼가 머리를 크게 다쳐 출동한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두셨고요. 사고 난 카트를 운전한 캐디도 며칠 뒤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도가 되었더라고요. 아파트 1층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는데 주민 신고로 119가 와서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캐디도 역시 사망 판정을 받았고요.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심적인 부담을 느꼈던 캐디는 이용객의 가족에게 걱정과 용서를 구하는 취지의 유서를 남겼다고 하는데요. 

캐디가 사망했기 때문에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은 종결됐지만, 골프장 안전관리 책임 여부에 대해서는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해요. 골프장 관계자는 배상 책임보험에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캐디 개인에게 책임을 묻거나 부담을 준 적은 없다고 하는데요.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카트가 넘어지거나 전복된 일은 없었으며 이용객인 여성분이 중심을 잃고 떨어진 것이라고 하네요.

 

심적 부담을 느껴 극단적 선택한 담당 캐디

 

사고의 원인을 떠나 심적 고통과 중압감이 컸기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사고가 고의는 아니었으리라 생각하며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두 분의 명복을 빕니다. 

용인시 골프장에서 이번 사고의 당사자였던 캐디는 무려 30년을 함께 일했다고 하는데 속도제어기가 장착되어 있고 최대 시속 14km까지 저속 운행되도록 안전 매뉴얼도 지켰다고 하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이 밝혀질지는 미지수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의하면 골프장 카트 사고는 2017년부터 조금씩 늘어 2021년에는 364건, 32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2022년에는 4월까지만 138건, 116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거의 하루에 한 번꼴로 카트 사고가 났는데 카트 노후화, 기계 결함, 운전 미숙, 조급함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어요. 물론 라운드를 하기 전 이용객이 있는 줄 모르고 카트를 움직이다가 고객이 부상당하는 경우도 있고, 주의를 하지 않아 벌어지는 사고도 있을 겁니다.

 

골프장 체육시설물 배상책임보험

 

카트 사고뿐만 아니라 골프장에서 라운드 중 사고가 발생하면 체육시설물 배상책임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므로 안심할 수 있는데 보험사에서 캐디에게 직접 구상권을 청구하는 사례도 있거든요. 

이 보험은 골프장을 위한 보험일 뿐 캐디가 방어할 수 있는 보험이 아니기 때문에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어요. 그래서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 경위서를 작성하고 안전조치 이행 여부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기록하고 현장 사진이나 영상도 확보하라는 얘기를 들어요. 보험사는 지급한 보험금을 회수하기 위해 캐디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해놓지 않았을 경우에는 피해자에게 보상한 금액을 캐디가 물어줘야 하는 경우도 생기거든요. 

만약 100% 구상권을 청구한다면 부당하다고 주장해서 청구금액도 줄여서 합의하고 이후에 다시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확약도 받아놓는 것이 좋고요. 물론 사고를 당한 이용객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캐디 본인의 과실이라면 백번 용서를 구하고 잘못을 빌어야 하는 것이 맞죠.

 

캐디 배상책임보험 가입의 필요성

 

그래서 저희 캐디들도 캐디 배상책임보험에 가입을 하는데요. 큰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보험료가 아까워 가입하지 않는다면 술을 마시고 대리운전 비용이 아까워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 것과 별반 다르지 않죠. 

카트로 인한 사고 외에도 샷을 한 공에 고객이 맞았을 때도 과실 여부에 따라 책임져야 하는 부분에서도 

어느 정도는 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고 골프채를 휘두르다가 맞아 다친 경우 등 골프장에서의 사고 발생 위험은 많으니까요. 손님을 탓하는 건 아니지만 보험이라는 건 불의 사고나 위험에 대비해서 가입하는 것이니까 사실 캐디 입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캐디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안전을 얘기하고 협조를 요청해도 괜찮다고 하시면서 마음대로 행동하다가 사고가 나서 다치기라도 하면 증명할 수 있는 방법도 없으며 증명하더라도 온전히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협조는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과하더라도 손해가 아닌 안전사항 준수

 

캐디는 골프장 소속이긴 하지만 자영업자나 마찬가지예요. 프리랜서와 같은 자유계약직이기 때문이죠. 일하는 시간에 비해 수입이 높은 편이라는 분들도 있고 그린피, 카트비까지 올랐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시는 골퍼분들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국내 골프장에서 근무하는 캐디들은 혼자서 4명의 골퍼를 케어하면서 경기를 보조해야 하기 때문에 근무 환경이 좋은 편은 아니며 수입이 과하게 높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초보 캐디거나 아직 미숙한 경기 보조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시는 고객분들도 있겠지만 이런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해주시면 캐디들도 더욱 안전하고 즐거운 골프를 즐기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카트가 출발할 때 주변을 더 살피고 오르막을 오르거나 내리막 구간, 회전 구간에서는 반드시 안내하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하겠고요. 내비게이션의 방지턱 안내처럼 계속하더라도 고객분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고 잘 따라주셨으면 좋겠습니다.

 

 

GJ 강태성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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