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카트 사고 시 법적 책임은?
골프장 카트 사고 시 법적 책임은?
  • 김상현
  • 승인 2023.08.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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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에서 카트 사고가 일어나면, 법적으로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실제 판례를 통해 골프장 카트 사고 시 법적으로 어떤 결론이 날 수 있을지 알아보자.

 

골프 카트의 사고 가능성

 

어떤 탈것이든 사고 가능성은 있다. 아무것도 타지 않고 두 다리로 걷다가도 제풀에 넘어질 수 있는데, 하물며 무언가를 타고 사고 가능성이 0일 수는 없다. 

골프 카트도 마찬가지다. 사실 골프 카트는 그렇게 안전한 탈것이라 하기 어렵다. 일반 자동차처럼 밀폐된 구조가 아닌 개방적인 구조라 조금의 부주의나 실수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또 관련 규정도 미비하고, 카트에 장착된 안전장치도 충분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골프 카트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2022년에 나온 한국소비자원의 ‘골프장 안전실태조사’에 따르면, 골프 카트는 ‘위험한 탈것’에 속한다. 이 자료에서는 골프 카트를 ‘골프장 내에서 사람, 장비를 운송하는데 사용되는 2~5인승의 소형 차량’으로 정의했고, ‘카트의 전복, 추락, 충돌, 낙상, 화재 등 관련 안전사고가 다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카트가 자동차관리법 등에 따른 자동차 등록 및 안전 성능기준 준수 대상이 아니라는 점. 골프장 내의 카트 도로 또한 도로법 등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점 등도 함께 언급했다.

이처럼 시각에 따라 ‘위험한 탈것’이라고 볼 수 있는 카트 사고가 일어나면, 법적으로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사고의 경중을 떠나, 카트 사고는 법적으로 복잡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먼저 카트는 골프장의 소유물이라 골프장에 관리 책임이 있다. 즉 사고 시 골프장에 법적 책임이 부과될 수 있다. 또 카트를 캐디가 운전했다면 캐디에게 주의의무 등이 요구되며 사고 시 캐디 개인에게도 법적 책임이 부과될 수 있다. 하지만 사고가 난다고 꼭 골프장이나 캐디가 법적 책임을 지는 건 아니다. 일반 도로에서의 교통사고처럼 과실 여부와 경중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실제 판례를 통해 골프장 카트 사고가 법적으로 어떤 결론이 날 수 있을지 살펴보자.

 

A 씨 사례

 

먼저 A 씨 사건부터 살펴보자. 이 사건의 피해자 A 씨는 골프장에서 캐디가 운전하는 전동카트를 동반자들과 함께 타고 가던 중 카트에서 내리다 넘어져 부상을 당했다. 당시 자동차종합보험계약에 가입했던 A 씨는 자신이 가입한 보험 상품의 특약에 따라 보험금을 받았다. 이후 보험사는 A 씨의 과실을 30%로 판단한 후 해당 기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고, 골프장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했다. 즉 보험사가 판단한 과실 비율만큼, 자신들이 지급한 보험금을 골프장이 배상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재판에서 1심은 보험사의 주장을 인정해 구상금 지급을 명령했지만, 2심은 골프장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고 당시 A 씨가 카트에 제대로 앉아있지 않아 주의를 받은 점. 그늘집에 이르러 카트가 완전히 정차하기 전 뛰어내렸다 다친 점 등을 고려하면, 골프장이나 캐디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B 씨 사례

 

반면에 B 씨 사건은 앞의 판례와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당시 B 씨는 한 골프장에서 카트에 올라 전화를 하던 중 카트가 언덕에서 내려오는 길에 떨어지는 바람에 한쪽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이에 B 씨는 캐디가 카트를 오작동했거나 혹은 카트 급발진으로 사고가 났다는 취지로 소송을 걸었다. 

이 사건의 재판부는 골프장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재판부는 먼저 골프장 측에 캐디가 이용객에게 카트 시동이 켜져 있다는 사실을 알리거나, 혹은 가속페달 등을 밟지 않도록 주의 사항을 알리는 등 카트 이용 시 안전교육을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피해자 B 씨가 운전석 옆에 탑승해 전화통화를 하던 중 실수로 운전석 쪽의 가속페달을 밟아 카트가 진행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골프장의 책임은 40%로 한정했다.

 

C 씨 사례

 

C 씨 사건은 형사 사건까지 간 케이스다. 당시 C 씨는 캐디 D 씨가 운전하던 카트에 탑승했다가 카트가 내리막 도로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우회전을 하는 바람에 카트에서 떨어져 바닥에 머리가 부딪치는 중상을 입었다. 이 사고로 C 씨는 사지 마비, 인지장애 등 큰 부상을 당했고, 검찰은 캐디 D 씨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상 혐의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D 씨에게 금고형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D 씨가 출발 전 승객을 확인하고, 천천히 출발하며 우회전이나 좌회전 시 그 사실을 미리 고지한 후 충분히 서행해야 하는 등의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D 씨에게 감경 요인이 있음에도 피고의 과실이 크고, 피해도 크며 피해자의 용서를 받지도 못한 점 등을 근거로 금고형을 선고했다. 

이후 항소심에서는 골프장이 체결한 보험 계약에 따라 피해자에 대한 피해 보상이 일부 이루어졌다는 점. 그리고 변호인과 함께 피해 회복을 위해 진지한 노력한 점 등을 근거로 D 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1심보다 형량을 낮추어 주었다.

 

판례를 통해 본 카트 사고

 

총 세 가지의 카트 사고 판례를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골프장 카트 사고의 법적 책임은 ‘누구에게 과실이 얼마나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각자의 입장에서 지켜야 할 ‘주의의무’를 다하였느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골프장이나 캐디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민사 책임은 물론 상해, 과실치사 등의 혐의가 적용되어 형사처분까지 받을 수 있으며, 고객도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사고 책임이 본인에게 있다는 판단하에 배상을 받지 못하거나, 배상액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 

물론 사고 후 법적으로 수습하는 것보다 사고를 예방하는 게 먼저다. 가급적 사고 자체를 예방하기 위해, 또 만에 하나 사고가 났을 시 법적 책임을 면하거나 줄이기 위해서라도 골프장, 캐디, 이용객 모두가 카트 운행 및 탑승 시 마땅히 지켜야 할 주의의무를 다해야 하겠다.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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