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캐디를 바라보는 시선
다국적 캐디를 바라보는 시선
  • 강태성
  • 승인 2023.02.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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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난의 해결책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다국적 캐디. 방문취업 동포의 고용 허용 업종 확대정책에 따라 등장한 다국적 캐디에 대해 국내 캐디와 골퍼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캐디의 입장

 

이미 골프장에서 조선족, 한족 같은 중국인 캐디와 라운드를 해본 분들도 있을 겁니다. 정확히 어떤 과정을 거쳐 캐디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올해부터는 방문취업 동포의 고용 허용 업종 확대라는 정책에 따라 골프장에도 중국이나 우크라이나 같은 국적을 가진 분들이 캐디로 취업할 수 있다고 하네요. 

일부에서는 덕분에 너무 오른 캐디피가 떨어질 것이라는 말도 있고 한쪽에서는 소통이 제대로 되겠냐, 서비스 질만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사실 캐디피가 오른 것도 맞고, 다른 업종에 비해 최저시급으로 따지면 높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골퍼들의 부담이 커진 건 맞습니다. 

예전 같으면 그늘집에서 안주를 시켜 맥사, 막사 한잔 드시고 후반 코스를 도는 분들이 많았다면 요즘은 음료수만 드시거나 바나나, 초콜릿 등 간식거리를 싸 오는 분들도 많아졌죠. 물론 그린피도 올랐기 때문에 캐디피만 가지고 문제 삼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앞으로 골프장에서 해외 국적의 캐디를 만난다면 어떨 거 같으신가요? 

 

단순 업무가 아닌 전문 서비스직 캐디

어떤 정책이든 혜택을 보는 쪽이 있을 것이고 그 반대 상황에 놓이는 쪽도 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을 가지고 옳다 그르다를 논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대안을 가지고, 또는 예상되는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시행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기 때문에 모든 캐디의 입장은 아니겠지만 캐디로 일을 하면서 주변에서 들은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캐디는 전문직이라고 볼 수 있으며 또한 골퍼들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서비스직이기도 합니다. 클럽을 전달하고 볼을 닦아주는 단순 업무가 아니라 코스 안내, 스코어 기록, 거리 측정, 그린 상태 측정 등과 원활한 라운드가 될 수 있도록 경기를 진행하는 일을 하죠. 신입도 있고 경력이 오래된 캐디도 있기 때문에 골퍼들도 가급적 2년 차 이상 경험이 많은 캐디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고요. 또 케미가 맞는 골퍼들이 오시면 솔직히 저희 캐디들도 즐겁고 혹여 실수를 하더라도 가볍게 넘어가 주시니까 긴장이 빨리 풀리는 편입니다.  

 

이번 정책이 아쉬운 이유

이번 정책의 정부의 취지는 인력난을 겪고 있는 업종에 대해 중국 또는 구소련 지역 국적 동포들을 취업할 수 있게 허용한다는 것인데요. 조사 기관 자료를 보니까 국내 골프장 캐디 수요에 비해 대략 5~6천명의 캐디가 부족하다고 합니다. 

사실 코로나 때문에 골프에 입문하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최근 몇 년간 솔직히 조금이라도 더 준다고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면 다른 골프장으로 옮기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만큼 골프장에 대한 소속감이 크지 않거든요. 캐디를 교육하고 양성하는 골프장은 드물기도 하고 하루 1~2만원이 쌓이면 큰돈이 되니까요. 

캐디 직업이 고소득이라고 하지만 나름 고충도 있고 그만큼 실력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캐디들은 없을 겁니다. 이런 정책을 펴기 전에 심각하게 고민하고 공청회 같은 것도 했는지 모르겠지만 현장의 상황을 좀 더 세심하게 살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급격히 상승한 골프장 이용료 부담을 캐디피 때문으로 치부하는 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거든요.

 

능력에 따른 캐디 등급제는 어떨까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후에 신입 캐디로 일을 하는 경우에도 실제 필드에서는 실수를 할 수도 있고 골퍼들이 만족하지 못해 교체를 요청하는 일도 벌어집니다. 그러므로 오히려 이번 기회에 1년 차 이하, 2~3년 차, 4~6년 차, 그 이상 등 구간을 나눠 캐디 등급제를 시행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제도를 시행하려면 인증기관도 있어야 할 것이고 어떤 기준으로 심사를 할지 구체적인 논의도 필요하겠죠. 노캐디 골프장도 늘고 있지만, 국내 골프장 특성상 최소한 캐디 선택제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여기에 등급으로 구분해 캐디를 선택하는 기회까지 골퍼들에게 주고요. 물론 개인적인 소견일 뿐이니 내 밥그릇을 다국적 동포와 나누기 싫어서 이런다고 생각하지는 말아주세요.

 

골퍼의 입장

 

작년 한 골프장에서 우리말이 어색한 캐디가 있어 혹시나 해서 물었더니 중국인이었습니다. 유창하진 않지만, 중국 출장을 자주 가기 때문에 중국어 발음이나 억양을 알아들을 수 있는데 경기 진행을 원활하게 못 해서 확인해 보니 캐디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였습니다. 평소보다 10타 이상 더 나왔지만 각설하고 이제 골프장에서 조선족 캐디를 쉽게 볼 수 있다고 하니 조심스러운 마음입니다. 물론 그 캐디가 내국인이었다면 달라졌을까? 

이런 의문도 있지만, 소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같은 언어를,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는 건 분명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거니까요. 

골퍼 입장에서 캐디피가 내려간다는데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지 반대할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캐디는 고수익을 내는 전문직으로 알려져 있는데 왜 더 홍보를 하고 교육을 철저히 해서 우수한 캐디를 양성하지 않고 단지 인력난 또는 비싸다는 이유로 중국이나 다국적 동포들의 취업을 허용하는지 그 점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이왕 시작했다면 교육과 소통에 더 힘을 써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골퍼 입장에서 한마디 했습니다.

 

 

GJ 강태성 이미지 최신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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