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서베이 : 캐디 식음 권유 문화에 대한 캐디들의 생각은?
GJ서베이 : 캐디 식음 권유 문화에 대한 캐디들의 생각은?
  • 강태성
  • 승인 2022.12.09 14: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골퍼들의 캐디 식음 권유 문화에 대해 실제 캐디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전현직 캐디에게 듣고 전하는 <골프장 캐디 식음 권유 문화>와 관련한 캐디들의 생각.

 

그린피가 많이 올랐어요. 코로나 때문에 2030 세대들이 놀 수 있는 곳이 없어서, 해외여행도 못 가는 상황이라 골프장으로 몰려왔다고 하는데요. 일부는 맞는 말이죠. 그래서 초보 골퍼도 많고 연일 방문객은 많았어요. 그렇다 보니 캐디는 모자라고 골프장에서는 서로 빼가려고 하다 보니 네, 몸값이 조금 올랐네요. 그 와중에 종합소득세를 내야 한다느니 4대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느니 말도 많았고요. 어떤 직업이든 급여가 오른다는 건 좋은 일이죠. 

더구나 하루에 한 번 라운드를 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잘 맞고 내가 노력하면 두 번 라운드도 할 수 있으니 일반적인 여성이 할 수 있는 직업에 비해서는 수입이 괜찮은 편이기도 하고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소문처럼 엄청나게 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긴데요. 

간혹 버디를 하거나 홀인원을 하시면 팁도 주시니까 그런 경우에는 캐디피 외에 수입이 더 생기긴 하죠. 그런데 양쪽이 마찬가지 입장이겠지만, 진상 캐디가 있다면 진상 손님도 있죠. 성격이 무뚝뚝하거나 초보인 경우, 당황하거나 잘 모르는 경우라면 캐디든 골퍼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인데요.

 

골프장 9홀 후 그늘집 사정

 

무작정 시비를 거는 손님들도 문제고, OB나 해저드로 볼이 간다고 해서, 비거리도 얼마 되지 않으면서 티샷을 해도 된다는 데도 대기하는 골퍼에게 비웃듯 말하거나 비아냥거리는 캐디도 문제이긴 합니다. 뭐 이런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요. 한 라운드를 하면 9홀이 끝나고 그늘집에 들르시죠. 

팀 간격도 조정하면서 화장실도 갔다 오시고 대기 시간이 조금 된다면 간단한 식사나, 맥주, 막걸리, 음료를 드시기도 하는데요. 먼저 솔직히 골프장 그늘집 음식 가격은 다들 아시겠지만, 많이 비쌉니다. 2천원짜리 스낵이 8천원 하는 곳도 있고, 자장면이 시중보다 2배 이상을 받으니까요. 그래서 여성분들끼리 라운드를 하는 경우에는 과일, 찹쌀떡, 초콜릿, 바나나, 음료 등 다 챙겨 오세요. 그늘집에 들르지 않고 카트에서 드시는 분들도 있고 저희 캐디가 아니라 관리직원이 지나다가 봐도 이런 건 뭐라고 말을 할 수 없거든요. 남자분들끼리 라운드를 하면 대부분 9홀 티샷을 하기 전에 미리 주문을 해놓기도 하고요. 성격이 급한 분들은 바로 그늘집에 들어가자마자 드셔야 하거든요.

 

뭐 하나 먹으라는 말의 의미

 

 

카트에서 내려 그늘집에 들어가시면서 “캐디분도 뭐 하나 드세요.” 이렇게 말하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간혹 만원을 주시면서 음료수라도 마시라는 분도 있습니다. 여기서 캐디들도 참 각양각색이죠. 만원을 받았으니 그걸로 됐다고 생각하는 캐디도 있고, 만원은 팁이라고 생각하고, 그늘집에서 음료를 마시거나 햄버거를 먹는 캐디도 있죠. 심한 경우에는 음료나 핫바 등 간단한 요기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3~4만원 이상 비싼 음식을 먹는 캐디도 있어요. 

사실 이런 캐디한테는 저희도 물어보기 조금 그렇죠. 당연히 손님이 먹으라고 했으니 먹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닌 경우도 있어요. 

이건 모든 사례에 통하는 건 아니겠지만 캐디들도 나름 눈치껏 행동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친구들끼리 라운드를 하면 보통 1/N로 나누기 때문에 정산내역을 확인하거든요. 그럼 그늘집에서 얼마를 먹었는지 나오니까 이런 경우에는 아무리 강심장을 가진 캐디라도 비싼 음식을 시켜 먹진 않아요. 접대하거나 높은 분과 라운드를 하는 경우에는 내역서를 달라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이런 경우에 단가가 높은 음식을 시켜 먹기는 하죠. 

그렇지만 동반자들의 관계를 알았다고 해서 무턱대고 비싼 음식을 시키는 캐디는 많지 않아요. 캐디피가 오른 이유도 있고, 마침 식사 시간이 되었다면 모를까 손님들도 식사를 하지 않는데 혼자서만 식사를 하지는 않거든요. 

대신 전반 라운드 내내 언덕과 비탈길을 오르내리면서 고객들의 공을 찾아 힘들게 헤맸다면 배가 고파 식사를 하는 캐디도 있긴 하죠. 

하지만 보통의 캐디들도 정상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기에 과도하게 무임승차를 하려는 마음도 없고, 손님이 하나 먹으라고 하니까 먹는 거죠. 여담이긴 하지만 한 번은 손님들과 홀을 이동하면서 얘기를 했는데, 다른 골프장이었지만 “뭐 하나 드세요”라고 캐디한테 얘기를 했는데 3만원 이상을 먹었길래 그다음부터는 “뭐 하나 마셔요”로 바꿨다는 말씀을 하셨죠. 

이런 것도 지역에 따른 특색이기도 한데요. 여러 지역을 다 다녀본 건 아니지만 충청 이남 골프장에서 일을 했던 캐디들 얘기를 들어보면 “뭐 하나 드시라”는 말은 밥이든 음료든 본인들이 계산할 테니 편하게 먹으라는 뜻이라고 하더라고요.

 

시급으로 따지면 2만 8천원

 

18홀 라운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5시간 정도죠. 빨리 치시는 분들은 4시간 만에도 치지만 티업 시간을 따져보면 보통 5시간이므로 캐디피가 14만원이면 시급 2만 8천원인 셈이네요. 최저시급과 비교하면 당연히 많은 금액이지만 이렇게 단순 비교를 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엄연히 교육을 받고 투입되는 것이고 라운드 내내 고객분들의 안전과 원활한 경기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니까요. 

특히 감정 노동을 하는 서비스직인 것도 사실이고요. ‘캐디에게 팁을 줘라 마라, 그늘집에서 음료를 마시라고 해라, 말아라’ 이런 의미로 말씀을 드리는 건 아닙니다. 

어느 카페에 들어갔을 때 ‘저희 알바는 여러분의 아들일 수도 딸일 수도 있다’는 문구를 본 적 있는데요. 더운 여름, 추운 겨울 고생하는 동생, 딸, 아들로 봐준다면 음료 하나쯤 문제 되진 않을 것 같아요. 캐디가 불성실하다고 생각하시면 팁이나 음식을 제공하지 않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팁은 서비스에 만족했을 때 줄 수 있는 거니까요.

 

 

GJ 강태성 이미지 GettyImages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