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코스 저작권 분쟁 바로 보기
골프코스 저작권 분쟁 바로 보기
  • 김상현
  • 승인 2024.03.1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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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복잡하고 예측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골프코스 저작권 문제도 다르지 않다.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건 골프코스 등 골프 콘텐츠에 대한 보다 명확한 저작권 잣대다.

 

골프코스와 저작권

 

저작권은 창작물을 만든 이, 곧 저작자가 자기 저작물에 대해 가지는 배타적인 법적 권리를 뜻한다. 저작권은 넓은 분야에서 두루 인정받고 있으며, 특히 콘텐츠 산업에서 저작권은 곧 생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작권이 인정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해당 콘텐츠의 권리를 저작자가 보호받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골프도 저작권과 무관하지 않다. 그게 무엇이든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 창작물을 누군가 만들었다면, 그리고 그 창작물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이라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게 골프코스다. 골프코스는 저작물에 속하며, 저작권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존재한다. 

다만 ‘골프코스는 항상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으며, 저작권 분쟁 시 꼭 저작권을 주장하는 측이 유리하다’라는 뜻은 아니다. 어떤 저작권 사건이든 변수는 다양하다. 창작성이 존재하느냐, 법적 권리가 누구에게 있느냐, 기타 법적 변수까지. 그만큼 저작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복잡하고 예측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골프코스 저작권 문제도 다르지 않다.

 

골프코스 설계사의 저작권 침해금지 청구 소송

 

최근 이에 대해 주목할 만한 판결이 나왔다. 바로 골프존을 상대로 국내외 골프코스 설계회사 3곳이 제기한 저작권 침해금지 청구 소송이다. 이 3곳의 회사는 골프존이 서비스하고 있는 일부 골프장 코스가 자신들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고, 이를 근거로 저작권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3곳 중 오렌지엔지니어링과 송호골프디자인이 227억 6,000만원, 골프플랜 인코퍼레이션이 79억 5,000만원을 제기하며, 총 307억 1,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1심에서는 골프존이 일부 패소했다. 

1심 재판부는 “골프장의 골프코스는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이 표현된 것으로서 그 창작성도 갖추고 있으므로 저작권의 보호대상인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전제했으며 “피고들이 이 사건 각 골프장의 골프코스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재현해 영상으로 제작, 스크린골프장 운영업체에 제공한 것은 저작권을 침해한 행위로 봄이 상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즉, 피고인 골프존이 저작권을 침해한 사정이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골프존의 책임을 경감할 만한 사정도 있다는 판단하에 손해배상금 전액을 인정하지는 않고 일부만 인정했다.

1심에서 일부 패소를 한 골프존은 항소했고, 2심은 골프존의 손을 들어 주었다. 2심 재판부는 “골프코스 설계에 있어서는 골프 경기 규칙, 국제적인 기준을 따라야 하고 이용객들의 편의성, 안전성 및 골프장 운영의 용이성 등과 같은 기능적 목적을 달성해야 하며, 제한된 지형에 각 홀을 배치해야 하므로, 골프코스는 건축저작물로서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정의했다. 즉 설계회사들의 권리가 인정될 수 없다는 판단하에, 설계회사 측의 권리를 모두 기각했다.

2심 판결 후 골프존 김성한 경영지원실장은 “이번 판결로 스크린골프 산업이 더욱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며, 향후 메타버스,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새로운 기술로 도약하는 배경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오렌지엔지니어링 이현강 대표는 “2020년 대법원에서 확인된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은 이번 판결에 수긍할 수 없어 항고하겠다”고 밝혔다. 원고 측에서 항소 의사를 밝힌 이상, 결국 이번 스크린골프 코스 저작권 소송은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1심에서 일부 패소한 골프존이 2심에서 승소하면서, 일단 승기는 골프존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법원도 2심처럼 골프존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 단언할 수는 없다. 2심에서 패소한 오렌지엔지니어링 측의 주장처럼, 골프장 코스를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는 저작물로 인정한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판례로 본 골프코스 저작권 분쟁

 

2020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골프코스에 대한 저작권자는 골프장이 아닌 골프장 설계자로 인정하고 있다. 동시에 골프장 코스는 설계자의 저작물이지만, 골프장이 코스를 기반으로 구축한 골프장 전체 경관이나 조경 요소 등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즉 저작권 침해 주장은 골프장 설계자가 할 수 있고, 골프장은 골프장이 가진 종합적 이미지를 부정경쟁법에서 보호하고 있는 ‘성과물’로 볼 수 있으며, 이에 대한 권리 침해 역시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게 2020년 대법원의 결론이었다. 즉 골프코스 설계 업체가 설계한 골프코스 저작권은 보호받을 수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높기에 2심 결과만을 놓고 골프존이나 코스 설계 업체 중 어느 쪽이 옳다고 섣불리 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한 가지 사실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골프코스를 둘러싼 저작권 분쟁은 처음이 아니며,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마련되고 업계가 이 지침에 따르지 않으면 앞으로도 분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당장 2020년 대법원에서 골프코스 저작권 및 성과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판례가 나왔음에도, 불과 4년도 되지 않아 골프코스 회사가 패소한 판례가 나온 게 이를 증명한다.

결국,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건 골프코스 등 골프 콘텐츠에 대한 보다 명확한 저작권 잣대다. 어디까지 보호되어야 할 저작권이며, 어디까지는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정보인지 명확한 잣대가 없다면 앞으로도 이러한 분쟁이 계속 이어질 수 있고, 누가 이기든 업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아무쪼록 이번 분쟁에서 공정한 결과가 나오는 건 물론, 앞으로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분명한 골프 저작권 지침이 세워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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