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골프장의 위기는 이미 시작되었다
한국 골프장의 위기는 이미 시작되었다
  • 김상현
  • 승인 2024.03.1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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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골프장 업계는 위기를 맞이하였는가? 대답은 ‘YES’다. 당장 업계의 생사가 불투명할 정도의 위기는 아니겠지만, 업계의 장례를 진지하게 고민할 만큼의 위기는 이미 시작되었거나, 곧 다가올 것이다.

 

통계를 통해본 골프장업계의 위기

 

최근 골프장 관련 통계를 살펴보면 한국 골프장이 위기상황이라는 것이 분명해진다. (사)한국골프장경영협회(회장 박창열)가 2023년 상반기 전국 골프장 운영실적 현황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를 살펴보자. 이 자료에 따르면 전국 골프장 내장객 수는 2022년 상반기 대비 6.7% 감소했다. 매출액과 입장 수입은 5.2%와 5.8%,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24.5%, 23.9% 줄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봐도 전국 모든 지역의 골프장 내장객,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 등이 한꺼번에 감소하는 등, 하락세는 전국적인 현상이었다.

이 결과를 발표한 한국골프장경영협회는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상승한 골프장 그린피에 피로감을 느낀 골퍼들이 해외 원정 골프로 많이 빠져나가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국내 경기의 침체와 맞물려 운영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부진한 상황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하나의 자료를 더 살펴보자. 올해 1월 제주도가 공개한 ‘2023 골프장 내장객 현황’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도의 29개 골프장 이용객은 241만 5,970명을 기록, 2022년 282만 305명과 비교하면 14.3%(40만 4,335명)가 감소했다. 제주도민 이용객은 99만 9,001명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101만 8,024명보다 1.9%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제주도민 이외 내국인과 외국인 이용객은 141만 6,969명을 기록, 전년 동기(180만 2,281명) 대비 21.4%나 줄었다.

즉 현재 한국 골프장 업계는 전국적으로 하락세이며, 제주도처럼 ‘급락세’라는 표현을 써도 과언이 아닌 지역도 있다. ‘코로나 호황’이 엊그제 같은데, 2023년 초부터 감지된 하락세가 본격화된 분위기다. 말 그대로 위기가 다가오고 있거나, 이미 시작된 것이다.

 

위기 극복을 위한 제언

 

그럼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위기를 맞이한 업계의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떤 업계든 상승할 때도 있고, 하락할 때도 있는 법이다. 국내 골프장이 수년간 역대급 호황을 누렸으니, 이후 하락세가 찾아오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문제는 이 하락세가 생각보다 빠르고 가파르다는 점. 또 이에 대응하는 업계의 움직임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웬만한 기업이라면 1년 사이 영업이익이 24.5% 감소하거나, 이용객이 14.3%가 감소했다면 즉시 대책을 마련하고, 성공하든 실패하든 행동에 나설 것이다. 그런데 지금 골프장 업계가 현 상황에 적극 대책을 마련하거나 어떤 행동에 나서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어려움을 말하고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하지만 정작 구체적인 대책이나 행동으로 이어지는 모습은 찾기 어렵다. 오히려 골프장을 직접 운영하지는 않는 지식인이나 골프 언론 등이 더 많이 걱정하고, 대책을 요구하는 것 같다. 이것이야말로 지금 한국 골프장 업계의 가장 큰 문제이며, 더 적극적인 자세와 행동이 절실하다.

물론 행동이 꼭 성공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최고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며 마련한 국책사업도 자주 실패한다. 하지만 위기 앞에서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건, 더 깊은 늪에 빠지는 지름길이다. 더 늦기 전에 골프장 업계 모두가 나서 고민하고, 행동하는 게 최우선이다.

 

국내 골프장 업계가 해결해야 할 문제

 

또 한국 골프장 업계가 비판받는 가장 큰 이유이자 업계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비용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한국 골프장 위기는 어디까지나 국내 한정이다. 해외 골프는 나날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해외 골프 여행객이 날로 늘고 있다거나 해외 골프 상품이 대박 났다는 건 이제 특별한 뉴스거리도 못 된다. 최근 보도된 ‘한국 기업이 최초로 괌의 골프장을 인수했다’ 정도는 되어야 눈에 띄는 뉴스라 할 만하다. 해외 골프는 나날이 잘나가는데, 국내 골프장 수요는 줄고 있다.

단언컨대 가장 큰 이유는 높은 비용이다. 국내 골프장들이 국내 골프장이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를 수두룩하게 제시하지만, 어쨌든 지나치게 비싼 건 비싼 것이다. 국내 골프장 그린피가 일본보다 2배, 심지어 3배 비싸다는 건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라 2007년에도 보도된 ‘반복되는 뉴스’다. 이처럼 그린피부터 비싼 데다 부대비용도 싸다고 할 순 없다.

가뜩이나 높았던 국내 골프장 비용은 코로나 사태로 국내 골프장이 호황을 누리며 더 높아졌고, 서비스 품질은 지지부진하거나 오히려 낮아졌다. 이러니 코로나 사태가 가라앉고 해외여행이 가능해지기 무섭게 많은 골퍼가 국내를 외면하고 해외로 떠나고 있다. 

지나치게 높은 골프장 비용은 이미 부메랑으로 돌아온 이상, 국내 골프장은 하루빨리 그린피를 낮추고, 캐디피, 카트비, 기타 부대비용도 개편해 골퍼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이미 한국 골퍼는 국내 골프장을 외면하기 시작하였고, 가장 큰 이유인 지나친 비용 문제를 손보지 않으면 업계의 반등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물론 이외에도 한국 골프장 업계가 위기를 겪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방만한 경영,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걸림돌이 되는 규제, 인력 수급 등등. 이 모든 문제를 업계만의 노력으로 해결하는 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 골프장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골프장들의 지나친 욕심과 부족한 현실 인식이다. 이를 빨리 깨닫고, 행동하는 게 다가온 위기를 극복할 첫걸음이다.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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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종 2024-04-06 07:55:07
호텔자장면 한그릇이10만원이면 비싸다고는 하지만, 화가난다든가 불만은 안하지요.
유독 골프장에 지랄들을 한단 말이죠. 국가가세금감면이 어쩌니 저쩌니, 내물건 내가 올리는데, 안오면되고, 안가면되지. 뭐그리 불만들인지, 쌩 지랄들을 하세요?

김문철 2024-03-16 07:40:11
동호인들이 가성비와 운영방침을 보고 골프장을 선택하는게 호갱이 되지않는 방법일뿐. 캐디선택제 도입 하고 고가의 그늘집메뉴는 어쩔수 없는 수요공급논리와 기회비용이 상승할수밖에 없는구조. 빨리빨리 진행을 위해 탈 수 밖에없이 해놓고 카트비 별도 청구.그럼 카트도 선택하게 해야함.

실크밸리 2024-03-15 23:26:27
뒷팀간 티오프타임 짧아서 비싼돈내고 시간내서 왔는데도 쫒기듯이 치는게 제일싫음

최프로 2024-03-14 11:21:35
카트료 무료
캐디피 노캐디 운영
그린피 50%할인이 답이다.

두춘 2024-03-13 16:11:10
업계의 '장례'는 좀 심한 거 아닌가요?
'장래'의 오타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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