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골프클럽 트렌드는 MOI(관성모멘트)
2024 골프클럽 트렌드는 MOI(관성모멘트)
  • 김상현
  • 승인 2024.03.1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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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I(관성모멘트)를 논하지 않고 올해 골프클럽 트렌드를 말할 수는 없다. 물론 관성모멘트가 갑자기 튀어나온 ‘신문물’이나 ‘최신 트렌드’는 아니다. 1990년대에도 ‘관성모멘트’는 클럽의 주요 셀링 포인트 중 하나였고, 이후로도 관성모멘트라는 개념이 잊힌 적은 없다. 하지만 올해는 그야말로 ‘관성모멘트의 전성시대’가 펼쳐질 조짐이다.

 

관성모멘트와 관용성

 

관성모멘트는 골퍼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비거리’와 ‘정확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실 관성모멘트에 앞서 골퍼의 실력으로 비거리와 정확성을 함께 챙길 수만 있다면 그쪽이 이상적이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비거리를 높이기 위해 강하게 치면, 그만큼 정확도가 떨어질 때가 많다. 공이 빗맞지 않고 페이스 특정 부위에 정확히 맞아야 정확하게 날아가는데, 이게 생각보다 어렵다. ‘비거리를 높이려다 정확도가 떨어졌다’며 고민하는 골퍼는 정말 흔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는 개념이 바로 ‘관용성’이다. 골프 클럽의 관용성은 공이 페이스 중앙에 맞지 않아도 어느 정도 비거리와 방향성을 보장한다는 뜻이다.

관성모멘트는 이 관용성과 직결된다. 관성모멘트는 물리학에서 차용한 표현이며, ‘회전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물체가 계속해서 회전을 지속하려고 하는 성질의 크기를 나타낸 것’을 뜻한다. 즉 클럽에 골프공이 부딪쳤을 때, 이 저항을 이겨내고 계속 움직이려고 하는 힘을 뜻하며 이는 MOI라는 단위로 측정한다. 즉 MOI 수치가 높은 클럽을 쓰면, 공이 빗맞아도 헤드가 적게 뒤틀리며, 그만큼 관용성도 이득을 볼 수 있다.

 

비공인 클럽 규정

 

일반적으로 관성모멘트 혹은 관용성이 크면 클수록 골퍼에게 유리하게 여겨질 때가 많다. 그럼 최대한 MOI가 높은 클럽을 쓰면 되는 게 아니냐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클럽이 저항을 받는 순간을 이겨내고, 계속 움직이려는 힘을 발휘하려면 그만큼 뛰어난 설계와 재료공학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골프규칙을 관장하는 USGA와 R&A는 MOI를 규제하고 있다. 지나치게 관용성이 높은 클럽을 쓰면 실력에 따른 변별력이 떨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USGA와 R&A 규정에 따르면 MOI가 최고 5,900g/cm²를 넘으면 안 되며, 이를 넘어선 클럽은 원칙적으로 비공인 클럽이다.

그런데 최근 MOI 10K, 즉 MOI가 1만이 넘는 제품들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는 비공인 클럽일까? 그럴 수도 있지만, 절묘하게 규정을 피할 수도 있다. 규제상 MOI 제한은 어디까지나 Y축에만 해당한다. 하지만 ‘MOI 10K’를 전면에 내세우며 크게 주목받은 테일러메이드의 Qi10를 예로 들면, 이 제품은 Y축과 X축 MOI를 더해 1만을 넘겼고, 1만을 뜻하는 ‘10K’를 당당히 제품명에 박으면서도 비공인 클럽의 낙인도 피했다. 규제라는 ‘방패’를 절묘한 ‘창’으로 뚫는 데 성공한 것이다.

 

10K MOI를 내세운 핑골프와 테일러메이드

 

관용성, 관성모멘트, MOI 10K는 올해 클럽계의 가장 중요한 트렌드가 되고 있다. 그 선두에는 핑골프와 테일러메이드가 있다.

테일러메이드의 10K MOI를 내세운 테일러메이드 Qi10 드라이버는 타이거 우즈, 로리 매킬로이, 콜린 모리카와 등이 사용하는 제품이다. Qi10 MAX, Qi10 LS, Qi10 세 가지 모델로 구성되었고, 1만의 MOI는 물론, 다양한 기술들을 적용했다. 특히 Qi10 MAX 드라이버는 새로운 인피니티 카본 크라운, 허용 가능한 최대 헤드 크기 디자인, 카본 페이스 기술, 토크·컨트롤 샤프트를 장착했다.

핑골프는 기존의 G430 맥스 드라이버에서 한발 더 나아간 G430 맥스 10K 드라이버를 내놓았다. 핑골프 역사상 최대 MOI 수치인 1만g-㎠를 돌파한 제품이며, 드라이버 헤드의 가로세로 관용성 수치를 합해 1만을 넘겼음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헤드 뒤쪽에 저중심 무게추를 탑재하고, 이전까지 LS(로스핀) 모델에만 적용되었던 ‘카본플라이 랩’ 크라운도 설치했다.

테일러메이드와 핑골프가 10K MOI를 내세운 가운데, 다른 관점으로 관용성에 접근한 캘러웨이도 눈길을 끈다. 캘러웨이가 출시한 ‘패러다임 Ai 스모크’는 MOI 수치보다는 AI 기술을 강조한다. 즉 AI 스마트 페이스를 통해 성능을 업그레이드하여 드라이버 헤드 페이스 전체가 스위트 스폿 기능을 발휘함을 내세우고 있다. 또 360도 카본 보디를 적용하여 더욱 가벼워진 무게 및 무게 배분 등도 강점으로 꼽힌다.

 

관성모멘트 만능열쇠일까

 

이외에도 다양한 제조사의 다양한 제품들이 관용성이나 관성모멘트를 강조하고 있다. 올해 클럽 트렌드는 관용성, 관성모멘트, 나아가 MOI 10K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높은 관용성이나 관성모멘트가 만능열쇠는 아니다. 관성모멘트가 높고 관용성이 좋다는 건 결국 ‘빗맞아도 헤드가 적게 뒤틀린다’는 뜻이다. 완전히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는 공까지 바로 잡아 정확한 방향으로 날아가게 해주는 마법의 클럽은 아니다. 잘못된 스윙을 하는 골퍼가 관용성 높은 클럽을 쓰면, 잘못된 스윙과 관용성이 역시너지를 일으켜 더 엉뚱한 방향으로 공이 날아갈 수도 있다. 또한, ‘잘 맞았을 때의 비거리’는 오히려 MOI가 높은 드라이버가 그렇지 않은 드라이버보다 낮은 경우도 많다.

분명 ‘관용성’ ‘관성모멘트’ ‘MOI 10K’는 올해 트렌드다. 하지만 트렌드라고 무작정 택하기보다, 진정 나에게 맞고 내 약점을 보완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신중히 판단하고 고르는 지혜가 필요하겠다.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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