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한국 선수 돌풍 다시 불까?
LPGA 한국 선수 돌풍 다시 불까?
  • 나도혜
  • 승인 2024.02.2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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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한화 인터내셔널 크라운 한국 대표팀

 

2000년대 세계 여자골프에서 가장 주목받는 나라는 단연 한국이었다. 2024년 한국 여자골프가 LPGA에서 과거의 영광을 다시 재현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슈퍼스타 박세리 등장의 나비효과

 

LPGA의 역사를 새롭게 쓴 박세리라는 슈퍼스타의 등장 이후 가속화된 한국 선수들의 LPGA 도전은 LPGA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 한국 선수들은 세계 랭킹 10위 내에 다수를 점했고 박인비와 고진영은 오랜 기간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지키며 최강자로 자리했다. 

이는 수많은 우승의 결과로 이어졌다. LPGA에서 한국 선수들은 매 대회 스코어보드 가장 윗자리를 점유했고 우승 트로피를 가져왔다. 한국 선수들이 우승 경쟁을 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박인비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올림픽 금메달까지 차지하며 박세리 이후 한국 여자골프를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박세리에 이어 LPGA 명예의 전당 입성도 일찌감치 확정했다.

이런 빛나는 성과를 바탕으로 박인비는 IOC 선수위원 도전에 나섰고 한국을 대표하는 후보로 선정됐다. 그는 2024 파리 하계 올림픽 기간 세계 각국의 대표 선수들을 상대로 득표 활동을 할 예정이고 선수 투표로 결정되는 IOC 선수위원에 선정되면 골프 선수 최초, 한국 스포츠 사상 최초의 여성 IOC 선수위원이라는 또 다른 타이틀을 가지게 된다. 

박인비의 도전은 그 성공과 실패를 떠나 그만큼 골프의 위상이 높아졌고 대중적 인지도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여자골프는 한국 골프의 세계무대 진출에 중요할 역할을 했고 

그 파급력은 한국 여자골프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이어졌다. 다수의 선수가 끊임없이 LPGA 등 해외 투어에 도전하고 있고 성과를 내고 있다. 

 

줄어든 Top10

 

국내 여자프로골프투어 역시 남자프로골프투어를 능가할 정도로 활성화되고 있다. 최근 여성 스포츠의 대중적 인지도가 인기가 높아지는 게 세계적 추세지만, 시장 규모는 아직 남자들의 스포츠를 능가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여자프로골프투어는 대회 규모나 상금, 대중적 관심에서 남자골프투어를 넘어선 지 오래고, 그 바탕에 LPGA 등 국제무대에서의 성과가 있었다. 

이렇게 빛나는 시간을 보냈던 한국 여자골프지만, 최근 LPGA에서의 한국 바람은 다소 무디어진 느낌이다. 당장 세계 랭킹에서 10위권에 속한 선수가 줄었다. 박인비가 출산과 대외 활동에 주력하면서 현역 선수 활동을 잠시 쉬고 있다곤 하지만, 현재 세계 랭킹 10위 안에 속한 선수는 고진영과 김효주뿐이다. 

한때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오랜 기간 유지했던 박세리, 박인비 이후 골프 여제로 자리할 것으로 보였던 고진영은 최근 부상 여파로 컨디션이 떨어졌고 세계 랭킹도 뒷걸음질 쳤다. 범위를 넓혀 30위권에도 한국 선수들은 이름은 과거와 달리 크게 줄었다. 

15위에 신지애가 16위에 양희영이 있고, 30위에 유해란이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1월 15일 기준) 이 중 신지애는 두 무대가 일본 투어로 LPGA 선수라 하기 어렵고 유해란도 지난해까지 주 활동 무대는 KLPGA였다. 지난해 스폰서가 없는 어려운 상황에 출전해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던 양희영도 최근 LPGA에서 흐름은 좋지 않았다. 

결국, 고진영과 김효주 외에 LPGA를 주 활동 무대로 하는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이전보다 주춤해졌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로는 코로나 팬데믹이 수년간 이어지면서 한국 선수들의 LPGA 도전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고 미국 내 투어 여건이 나빠지는 등 변수가 있었다. 

 

다른 아시아 선수들의 약진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 선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신흥 강자로 자리한 세계 랭킹 1위 릴리아 부는 미국 국적자이지만, 그의 부모가 베트남계이다. 또 중국 선수가 2명이나 세계 랭킹 10위 안에 포함돼 있다. 최근 세계 여자골프에서 주목받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대표 주자 태국 선수도 10위 안에 당당히 자리했다. 호주 교포인 한국계 이민지도 눈길을 끄는 선수다. 

최근 세계 여자골프가 한층 다원화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과거 한국 선수들이 차지했던 자리를 다른 아시아계 선수들이 대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때 세계 여자골프계에서 찬사와 견제를 동시에 받았던 한국 여자골프의 자리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골프 팬들로서는 분명 아쉬운 일이다. 

 

4명의 출전 쿼터 채울 수 있을까

 

2024년은 파리 하계 올림픽이 열리는 해로 세계 랭킹 관리가 중요하다. 올림픽 골프는 출전 선수가 한정적이고 세계 랭킹이 출전의 절대적 기준이 된다. 나라별로 2명까지 출전이 가능하지만, 세계 랭킹 15위 안에 있는 선수는 예외를 적용받는다. 만약, 세계 랭킹 15위 안에 4명 이상의 선수가 포함된 나라는 4명까지 올림픽 출전이 가능하다. 

한국은 2016 브라질 리우 하계 올림픽과 2020 도쿄 하계 올림픽에서 다수의 상위 랭커들을 보유한 탓에 4명의 출전 쿼터를 모두 채워 올림픽에 나설 수 있었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 한국 선수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경쟁도 있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한국 여자골프는 2024 파리 하계 올림픽에서 4명의 출전 쿼터를 모두 채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고진영과 김효주는 안정권에 있지만, 신지애와 양희영은 랭킹 15위 전후에 있어 랭킹 관리가 중요하다. 다만, 신지애는 일본 투어 선수라는 점이 단점이고 양희영은 지난해의 극적인 반전 흐름을 이어가야 하는 과제가 있다. 

여기에 다른 선수들의 분전이 필요하다. 최근 KLPGA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의 LPGA 도전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LPGA가 세계 여자골프에서 아직은 가장 큰 무대이고 세계적인 선수가 되기 위해서도 LPGA에서의 활약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LPGA에서 새로운 한국 선수 부재가 분명한 상황에서 젊은 선수들의 도전은 기존 선수들에게 큰 자극제가 될 수 있다. 

한국 여자골프는 LPGA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그동안 한국 스포츠의 국제 경쟁력을 상징했다. 구기 종목에서 쉽지 않은 올림픽 금메달의 성과도 있었다. 이는 국내 골프 발전의 중요한 동력이 됐다. 2024년 한국 여자골프가 LPGA에서 과거의 영광을 다시 재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GJ 나도혜 이미지 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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