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를 택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
LIV를 택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
  • 김상현
  • 승인 2024.02.21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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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냐, 혹은 의리와 충성이냐. 최근 PGA의 여러 선수가 이 갈림길에 섰다. PGA 투어에 오일 머니를 등에 업은 LIV 골프라는 막강한 적수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누가 돈 혹은 PGA를 향한 의리와 충성을 택했는지 살펴보자.

 

프로스포츠에서도 ‘의리’와 ‘충성’은 중요한 가치로 여겨진다. 오랫동안 한 팀, 혹은 한 단체에서 활동하며 의리와 충성을 보여 준 선수는 그것만으로도 팬들의 찬사를 받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프로의 세계에서 의리나 충성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질 때가 많은 가치가 있다. 바로 ‘돈’이다. 

프로가 돈보다 의리와 충성을 택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찬사를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의리와 충성보다 돈을 택했다고 비난하기는 어렵다. 계약 혹은 규정을 어기지 않았고, 기존 소속 팀이나 단체를 떠나는 과정이나 떠난 후 잡음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말이다. 물론 그렇기에 더더욱 돈보다 의리와 충성을 택한 선수들이 빛나는 것도 사실이다.

돈이냐, 혹은 의리와 충성이냐. 최근 PGA의 여러 선수가 이 갈림길에 섰다. 오랫동안 남자골프계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PGA 투어에 오일 머니를 등에 업은 LIV 골프라는 막강한 적수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출범 후 LIV는 줄곧 PGA보다 더 많은 돈을 약속하며 PGA 소속 선수들을 유혹했고, 결국 적잖은 선수가 돈을 택했다. 물론 돈보다 의리와 충성을 택한 선수도 적지 않다. 누가 돈을 택했을지, 혹은 PGA를 향한 의리와 충성을 택했는지 살펴보자.

 

LIV를 택한 자

 

●필 미컬슨

PGA에서 LIV로 이적한 선수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다. LIV에 가장 먼저 합류한 데다, 합류 후 LIV 소속 선수이자 LIV의 대변인 노릇까지 하였고, 그럴 가치는 충분했다. 그가 받은 이적료는 무려 2억 달러로, 2023년 말까지 깨지지 않은 ‘역대급 기록’ 이었다. 받은 이적료가 큰 만큼 책임과 대가도 컸다. 미컬슨 등 LIV 계약 선수가 이후 단체에서 발을 뺄 시, 받은 돈의 2배에서 4배까지 위약금으로 물어내야 한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 미컬슨은 PGA를 가장 먼저 탈퇴하고, 나아가 LIV를 적극 옹호하는 행보로 말미암아 PGA 팬들의 비난 세례에 시달렸다. 인터넷에서 가장 많은 악플을 받은 선수라는 웃지 못할 기록을 달성했고, 대회에 출전했다가 갤러리의 폭언 및 야유에 시달리기도 했다.

 

●더스틴 존슨, 브라이슨 디샘보, 브룩스 켑카

현재 정상급 클래스를 유지하고 있는 현역들이 비교적 초창기에 LIV 골프를 택한 케이스다. 세계 정상급 실력을 보유한 데다 아직 젊은이들의 합류로 LIV는 출범 초기부터 막강한 선수진을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만큼 이들 또한 막대한 돈으로 보상받았다. 존슨은 1억 5,000만 달러, 디샘보는 1억 2,500만 달러, 켑카도 디샘보와 비슷한 수준의 이적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적료는 물론, LIV 대회에서의 호성적으로 상금 대박까지 노렸다. 2022~2023년 존슨과 켑카는 2,000만 달러에 가까운 상금을, 디샘보도 1,500만 달러 이상의 상금을 받았다. 물론 이들도 PGA 팬들의 따가운 눈총, 그리고 계약 해지 등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특히 디샘보는 LIV 이적 후 2016년부터 함께 해온 브리지스톤과의 계약을 해지 당했고, 타이거 우즈와의 교류도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존슨도 로열 뱅크 캐나다(RBC)와의 후원 계약을 해지 당했다.

 

●존 람

2023년 올해의 선수로 뽑히는 등 현 ‘골프 최대어’로 통하는 존 람도 최근 LIV 골프를 택했다. 람의 이적은 미컬슨이나 존슨 등과는 다른 의미로 업계를 뒤집어 놓았다. 그의 이적은 PGA와 LIV 사이의 합병 협상이 한창 진행 중일 때 이루어졌고, 또 계약 조건이 말 그대로 ‘역대급’ 이었기 때문이다. 알려지기로 람이 받은 계약금은 무려 6억달러, 역대급 이적료로 업계를 뒤집어 놓은 필 미컬슨의 3배다. 현재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데다, 아직 20대라 장기간 전성기를 누릴 가능성이 큰 람의 이적은 PGA에게는 뼈아픈 손실이다. 

 

LIV를 택하지 않은 자

 

●타이거 우즈

돈이 아닌 PGA와의 의리와 충성을 택한 선수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예전만큼의 실력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골프 황제’의 압도적인 상징성에 걸맞게 LIV는 천문학적인 돈으로 우즈를 유혹했다. 알려지기로 우즈가 제의받은 이적료만 10억달러에 달한다. 이적만 해도 1조원이 넘는 돈을 벌 수 있었지만, 우즈는 PGA에 남았다. 현재 우즈는 PGA 선수이자 간부, 나아가 2025년부터 출범할 스크린 골프리그 TGL의 구단주로서 PGA와 여전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패트릭 캔틀레이

현재(2024년 1월) 남자골프 세계 랭킹 5위 패트릭 캔틀레이도 LIV의 유혹을 몇 번이나 뿌리쳤다. 그는 1월 2일(한국시간)에 공개된 미국 골프 매거진과 인터뷰에서 PGA 투어 정책 이사에 취임하기 전, 취임한 후, 또 아주 최근에도 LIV 골프의 이적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혔다. 하지만 제안이 올 때마다 거부했고, 본인은 어디까지나 PGA 투어에서 뛰고 싶다는 뜻을 확고히 했다.

 

●임성재

한국의 임성재도 PGA 충성파로 분류할 수 있다. 임성재는 PGA 2024시즌 개막전인 ‘더 센트리’(총상금 2000만 달러) 개막을 앞두고 진행된 화상 기자회견에서 존 람의 이적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각자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결정도 다를 것이다. 

그 선수의 선택에 대해 내가 말을 하는 것은 의미 없을 것”이라 전제했고, “만일 나에게 제안이 오더라도 나는 관심이 없다. 늙을 때까지 PGA 투어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현 세계랭킹 27위(1월 7일 기준)에 아직 20대 중반인 임성재는 LIV에서도 탐을 낼 만한 인재지만, 본인은 설령 LIV에서 제안이 와도 PGA를 떠나지 않을 뜻을 명확히 밝혔다.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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