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골프계에 미칠 영향
태영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골프계에 미칠 영향
  • 심종열
  • 승인 2024.01.13 20:5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대 가득한 소식들이 들려야 할 새해지만, 경제와 관련한 악재가 뉴스를 채우고 있다. 지난해 내내 이어진 경기 침체 상황에 더해 상위 건설사인 태영건설의 유동성 위기와 부도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 경제를 더 주름지게 하고 있다.

 

태영건설의 위기

 

태영건설의 현재 위기는 부동산 경기 악화와 크게 관련이 있다. 부동산 수요의 감소와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은 부동산 가격 하락과 연결됐고 부동산 시장을 얼어붙게 했다.

이는 부동산 개발과 사업장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하고 있다. 높아진 금리에 은행권을 통한 자금 조달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건설사들의 주 수익원인 아파트 분양마저 부진하자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으며, 중소 건설사를 넘어 대형 건설사까지 여파가 미치고 있다.

태영건설은 나름 자구책을 내놓고 채권단과의 합의를 통한 워크아웃을 통해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려 하고 있지만, 언론의 보도 등을 종합하면 쉽지 않아 보인다. 워크아웃의 전제 조건인 사주의 개인재산 출연과 계열사 매각 등 더 강도 높은 자구책을 요구하는 채권단의 요구가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 경제는 대마불사라 해서 대기업이 되면 부도에 따른 여파가 너무 크기 때문에 공적 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살리려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한계 기업에 대한 구제책은 오히려 경제를 더 멍들게 하고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됐다. 1997년 연말 발생한 IMF 외환위기는 대기업 부도 사태를 시장 원리로 처리하지 못한 부분도 큰 원인이 됐다.

이에 최근 여론은 한계 기업에 대해 사주와 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묻고 지원에 대해서도 보다 철저한 기준과 원칙을 요구하고 있다. 이 점에서 태영건설 유동성 위기는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태영그룹의 골프계 투자

 

태영건설 모기업이 되는 태영그룹은 그동안 골프관련 산업에 상당한 투자를 했다. 수 개의 골프장을 운영하고 대회 스폰서 역할도 하고 있으며, 그룹이 보유한 지상파 방송국과 스포츠 채널을 통해 골프 중계방송과 관련 콘텐츠 제작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태영건설 유동성 위기는 이러한 그룹의 운영 기조를 변화시킬 수 있다. 당장 자구책 마련 과정에서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골프장의 매각이 거론되고 있고 골프를 포함한 레저산업 전반을 관리하는 계열사 매각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방송국 역시 매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는 태영그룹의 골프에 대한 투자를 크게 위축시키는 일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태영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더 퍼져 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프로골프 대회의 중요한 스폰서로 나서는 기업들 중 상당수는 건설사나 그와 관련한 제2금융권 기업들이다. 태영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건설업 전반의 침체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그 여파가 광범위해질 수 있다.

실제로 골프에 투자하는 기업들 중 일부는 선수들에 대한 스폰서 계약에 있어 그 규모를 줄이거나 선별 지원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현재 건설업 흐름에 변화가 없다면 골프에 대한 투자 자체를 줄일 가능성도 있다. 대체로 기업들은 경영 악화 상황에서 홍보, 마케팅 비용을 먼저 줄이는 게 보통이다.

특히, 골프는 아직 고급 스포츠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채권자 측에서는 그에 대한 투자가 불필요하다는 시각을 가질 수도 있다. 태영건설의 최근 상황을 골프계가 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골프계에 미칠 영향

 

경제 상황은 프로 스포츠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프로 스포츠에 대한 투자와 지원은 경기 상황에 따라 가장 먼저 축소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프로 스포츠는 자생력을 완벽히 갖추지 못했다. 최고 인기 프로 스포츠인 프로야구도 모기업의 지원에 따라 구단운영 기조가 달라지는 게 현실이다. 기업들의 스폰서가 주 수익원인 프로골프는 외적 변수에 영향을 더 받을 수밖에 없다.

당장 기업들의 스폰서 규모가 줄어든다면 인기 선수가 아니라면 프로투어 활약이 위축될 수 있다. 최근까지 확장일로에 있었던 대회 수 축소도 불가피하다. 프로골프 협회 차원의 사업 전개에도 제한이 생길 수 있다. 이는 국내 프로투어 전반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더 촉진하고 국내 투어의 수준 저하와 공동화로 연결될 수 있다.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여자골프도 이런 흐름을 피할 수 없다. 여자프로골프의 호황은 인기 선수들이 다수 국내 투어에서 지속 활약하는 게 중요한 이유였다.

그만큼 국내 투어 환경이 나아졌고 충분한 금전적 보상이 이루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 변화가 생긴다면 인기 선수들의 해외 유출이 가속화되는 현상은 불가피하다.

한편으로는 호황기에 가려져 있었던 투어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시도를 보다 본격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중계권료와 굿즈 판매, 투어의 지명도를 이용한 수익사업에 체계화하고 마케팅 역량을 키워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보는 스포츠로서 매력을 극대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프로골프 투어는 골프계의 중요한 버팀목이다. 많은 골프 유망주들이 골프투어 진입을 목표로 유입되고 대중들이 골프를 알고 즐길 수 있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프로골프 투어의 위축은 골프 전반의 위기로 귀결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수익 구조로는 언제든 외부 변수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중요한 수익원인 기업들이 후원과 스폰서 감소에 따른 대책은 없다고 할 수 있다. 태영건설의 최근 유동성 위기는 자칫 골프와 관련한 기업들의 투자 위축을 부를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그동안 쌓아온 투어의 역사와 전통, 골프만의 콘텐츠 차별성을 적극 활용하는 노력이 본격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GJ 심종열 이미지 GettyImages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소소 2024-01-14 17:48:48
진짜 뉴스에서 매일 보는데 그냥 부도처리 되서 남은거 얼마안되는거 나누어서 정리해라. 뭔 골프장 뭔 SBS 또 공적자금 들여서 도와주지말고.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