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A 골프장 분쟁의 전말
나주 A 골프장 분쟁의 전말
  • 김태연
  • 승인 2024.01.1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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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라남도 나주의 A 골프장과 지역 주민의 분쟁이 여러 언론에 오르내렸다. 이 사건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진행되었으며, 어떤 교훈을 남겼을까.

 

분쟁의 시작

 

특정 골프장이 지역 주민과 분쟁을 겪거나, 논란에 휘말리는 건 드문 일이 아니지만, 문제가 된 골프장에서 일어난 분란은 지역 언론을 중심으로 여러 번, 또 장기간 보도되었고, 뒤늦게 조치가 취해졌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어간 사건은 아니다.

이 사건은 나주의 A 골프장이 골프장 시설 증설 공사를 이유로, 인근 지역 주민이 오랫동안 이용해 온 임도(임산물을 나르거나 삼림의 관리를 위해 만든 도로)를 폐쇄하며 시작되었다. 골프장은 안전 및 사유지라는 이유로 임도를 폐쇄한 후 공사를 진행했고, 이에 지역 주민들은 임도를 수십 년간 사실상 마을의 주요 교통로처럼 사용했는데 갑자기 폐쇄한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문제의 임도는 주요 교통로이자 소방도로 역할도 겸했기에 이를 폐쇄함으로써 주민들이 불편해진 건 물론, 안전 문제까지 제기되었다. 

주민들의 불만에 지자체와 A 골프장은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지자체는 골프장 공사 이전에 주민설명회가 진행되었고, 이후 저류지와 임도 민원에 시 담당 공무원이 2023년 4월과 6월 등 마을에 방문해 대화를 나누었다고 밝혔다. 또 A 골프장은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지 못하였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시에 대체 임도 설치를 요청했다는 점. 안전을 위해 임도를 통제한 대신 카트 도로를 오픈하였다는 점. 그리고 대체 임도 개설 노선에 대한 임도비를 우선하여 냈다는 점 등을 밝혔다.

물론 지역 주민과 충돌하고, 그로 말미암은 논란이 언론에 보도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골프장을 짓거나, 확장하거나, 혹은 관리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 크고 작은 충돌이 일어나는 일은 드물지 않고, 논란이 커져 언론에 보도되는 일도 드물지 않다. 

 

논란의 장기화

 

하지만 이 논란은 빠르게 수습되지 못했다. A 골프장이 확장 공사를 시작한 건 2022년 3월이었고, 2023년 10월까지도 뚜렷한 해결점을 찾지 못했다. 골프장의 과실이 있든, 그리고 과실이 얼마나 되든 논란이 장기화하며 골프장은 이미지가 손상되었고, 지역 주민들은 장기간 불편을 겪었다.

11월에 접어들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결국 지역 방송국도 보도에 나섰다. 지역 방송국은 문제의 골프장 확장 공사 과정에서 인근 마을 주민들이 통로로 쓰이고 산불방지용으로 쓰이는 임도가 폐쇄되었다는 점. 이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1년 넘게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 지자체가 개발행위 허가 조건으로 대체 임도를 만들라고 골프장에 요구했다는 점. 하지만 대체 임도가 2024년 2월 완공 예정으로 아직 완성되지 않았는데, 골프장은 증설된 구간의 영업을 미리 시작했다는 점 등을 보도했다. 

여기에 특혜 의혹까지 제기되었다. 대체 임도가 완성되지도 않았는데 골프장 영업이 재개된 데 대해, 전라남도는 ‘임시’로 사용하는 것이라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체육시설의 설치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일정 요건을 갖추면 임시 사용 허가를 할 수 있고, 따라서 대체 임도가 완성되지 않았어도 A 골프장의 영업이 가능하다는 해석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을 보도한 지방 방송국은 같은 법률에 ‘골프장 주변에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는 경우, 안전시설을 설치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규정도 함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규정까지 고려하면, 결국 대체 임도가 완공되지 않아도 골프장 임시 사용 허가를 받는 건 가능하지만, 그를 위해 골프장 주변에 안전시설을 설치해야 함에도, 이 부분이 미비함을 근거로 특혜 논란을 제기한 것이다. 지자체는 골프장 주변의 ‘출입통제 안내판’을 법에서 말하는 안전시설이라고 해석했지만, 방송국은 이를 문제 삼았다. 심지어 출입통제 안내판이 본래는 누군가 한쪽에 치워둔 것을 취재 시작 후 다시 세워 놓았다는 논란까지 제기되었다.

 

중재 나선 지자체

 

지역 언론을 중심으로 논란이 커질 조짐이 보이자, 결국 지자체가 나섰다. 도 관계자는 브리핑을 통해 “나주 모 골프장이 9홀을 증설하는 과정에서 기존 임도가 골프장 부지 내로 수용되면서 우회 임도를 개설하고 있는데 일부 구간이 골프장과 가까워 임도 이용 주민의 타구 사고 위험이 있다”고 전제했고, 따라서 그물망을 설치하고 안전요원도 한 명 배치하기로 했다. 또한, “골프장 측이 2024년 3월 9홀 준공을 앞두고 조건부 등록을 요청해 편의시설 등이 충분히 갖춰져 있어 관련법에 따라 2023년 9월 조건부 등록을 허가해 내장객들이 해당 9홀을 이용하고 있다” 라며 골프장의 영업 자체에는 법적 문제가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분쟁이 남긴 것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을 종합해 보면, 사실 A 골프장이 불법을 저질렀다고 볼 소지는 크지 않다. 이 사건에서 골프장에 비판적인 보도를 한 지역 언론의 보도가 사실이거나 사실에 가깝다고 가정해도, 명백한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긴 어렵다.

문제는 지역 주민들이 장기간 불편을 감수한 사실 등으로 말미암은 여론 악화 등은 결국 골프장이 감수할 몫이 되었다는 점이다. 법적 처벌이나 제재를 받을 일은 아니라 해도, 여론 악화와 평판 저하 등은 주민은 A 골프장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법을 어기지는 않았다’ 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좀 더 지역 주민과 소통하고 불편을 주민은 위해 노력했다면 논란이 커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데서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이런 문제는 A 골프장만 겪은 일이 아니다. 법을 어기지 않았음에도 지역 주민과 충돌하는 골프장은 드물지 않으니 말이다. 이런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는 경우도 많고, 보도되지 않은 사건까지 합치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물론 골프장이 지역 주민에 무제한의 혜택을 제공하거나, 인내심을 발휘해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젠 ‘법은 지켰다’에서 한발 더 나아가, 좀 더 지역 주민과 소통과 배려를 고민할 때가 아닐까.

 

 

GJ 김태연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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