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골퍼 노리는 골프장 풀제비
여성 골퍼 노리는 골프장 풀제비
  • 김상현
  • 승인 2023.12.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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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풀뱀이 그러하듯, 골프장 풀제비 사건도 어제오늘 시작된 이야기가 아니다. 어떻게 풀제비 피해자가 되는 걸 막을 수 있을까?

 

골프장 풀제비

 

지금 이 순간에도 골프장 어딘가에서 ‘풀뱀’과 ‘풀제비’가 호시탐탐 먹잇감을 엿보고 있을지 모른다. 풀뱀은 골프장을 무대로 남성을 등쳐먹는 여성 사기꾼을 뜻하며, 풀제비는 골프장을 무대로 여성을 등쳐먹는 남성 사기꾼을 뜻한다. 어느 쪽이든 피해자에게 막대한 인간적 배신감과 경제적 피해를 안겨주고, 또 골프계의 물도 흐리는 심각한 문제다.

골프장 풀뱀이 그러하듯, 골프장 풀제비 사건도 어제오늘 시작된 이야기가 아니다. 풀제비라는 표현이 등장하기 이전에도 ‘골프장 제비’니 ‘골프장 제비족’ 등을 다룬 언론 보도가 있다는 게 이를 증명한다. 

사실 풀뱀 사건처럼 풀제비 사건도 모두 형사 사건으로까지 확대되지는 않는다. 사기, 공갈, 협박 등을 저지른 건 아니고 그저 성적으로 문란한 행동을 하다가 문제가 되거나, 혹은 돈을 빌리고 갚지 않은 정도라 민사 사건 정도로 끝나는 마무리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수준에서 한발 더 나아가, 형사 사건으로 번지는 일도 드물지 않다. 사기나 협박 등은 물론, 성범죄로 번지는 일도 있다. 또 풀뱀 사건이 그러하듯 풀제비 사건도 피해자도 떳떳하지 못 한 일이 많아, 피해자 쪽에서 쉬쉬하거나 피해 회복에 나서기 어려울 수도 있다.

 

수면 위로 떠올랐던 골프장 풀제비 사건

 

이 때문에 풀뱀도, 풀제비도 피해를 보기 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실제 있었던 풀제비 사건 몇 개를 살펴보자.

먼저 소개할 건 2002년에 있었던 사건이다. 이 사건은 A 씨가 골프장에서 만난 남성 B 씨와 내연관계를 맺으면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B 씨가 어느 날 돌변하여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불륜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겠다고 협박을 시작했고, 이에 A 씨는 골프장 회원권과 현금 등을 B 씨에게 넘겨주었다. 하지만 B 씨의 괴롭힘이 계속되자 결국 A 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B 씨는 구속되었다. 이후 A 씨는 B 씨를 민사 재판도 함께 걸었고, 재판부는 B 씨에게 A 씨에게 받은 돈 전액에, 추가로 위자료까지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09년에는 여러 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풀제비가 검거되었다. C 씨는 한 골프장에서 여성에게 접근하여 골프 레슨 후 성관계를 맺었고, 이후 이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하는 수법으로 돈을 뜯어내었다. 수사 결과 C 씨에게 당한 피해자는 한 명이 아니었다. C 씨는 비슷한 수법으로 다른 여성 피해자들에게도 돈을 뜯어냈고, 그 피해액은 수십억 원에 이르렀다. 경찰은 C 씨에 대한 계좌추적을 벌여 여성 다수가 수시로 거액을 입금한 사실을 확인하였고, 결국 C 씨가 부유층 여성 골퍼를 대상으로 계획범죄를 저지른 사실을 파악했다. 

C 씨는 훤칠한 외모와 외제차, 명품 옷, 그리고 뛰어난 골프 실력 등으로 피해자들을 현혹한 후 피해자들과 성관계를 맺고는 돈을 뜯어낸 ‘전문 풀제비’ 였고, 개중에는 수억 원의 피해를 본 여성도 있었다.

같은 해에는 성폭행과 공갈을 함께 저지른 풀제비도 검거되었다. 이 사건의 피의자인 D 씨는 한 골프장에서 캐디로 근무하던 중, 골프를 가르쳐 주겠다면서 피해자에게 접근한 후, 성폭행을 저지른 후 남편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하여 돈을 뜯어내기까지 했다가 붙잡혔다. 수사 결과 D 씨와 다른 여성들과 접촉한 사실도 파악되었다.

2010년에도 눈에 띄는 풀제비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E 씨가 생활비 등을 마련할 목적으로, 골프장에서 만난 기혼 여성들을 상대로 재력가 행사를 하면서 돈을 가로챈 사건이다. E 씨는 높은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는 수법으로 기혼 여성들에게 돈을 편취했고, 피해액은 10억원이 넘었다. 결국, E 씨는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외제차 등으로 피해자들의 호의를 얻은 후 차용금 명목으로 거액의 돈을 가로챈 점은 인정되었지만, 이전에 실형 전과가 없고 피해자와 합의를 하였음을 근거로 형량은 다소 줄어들었다.

 

풀제비 피해자 되지 않는 법

 

지금까지 몇 건의 풀제비 사건을 살펴보았다. 사실 풀제비 사건은 골프 범죄 중에서는 언론 보도가 비교적 드문 편이다. 언론에 보도되는 사건이 적으니만큼, 의외로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언론에 보도된 것보다 풀제비 문제가 빈번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풀제비 사건이 형사 사건으로 번져 언론에 보도되었다는 건 결국 해당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수사와 재판이 이루어지며 언론이 이를 포착해 보도되었다는 뜻이다. 

그러한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다 해도, 어쨌든 여성 골퍼에게 피해를 주는 풀제비의 존재에 대한 ‘썰’은 항상 업계에 떠돈다. 프로나 프로에 버금가는 실력을 지닌 골퍼가 외모까지 겸비하여 이를 이용해 이성을 등쳐먹거나, 혹은 화류계 근무자가 골프장에서 전문 제비 노릇을 한다는 등의 이야기다. 이러한 ‘썰’을 100% 믿을 수는 없지만, ‘백두산 천지 괴물’처럼 존재하지 않는 괴담처럼 생각하는 것도 옳지 않다. 분명 풀제비는 실제로 존재하며 피해자도 여럿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풀제비 피해자가 되는 걸 막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피해를 보기 전 예방이 우선이다. 풀제비는 피해자에게 접근하여 어떤 형태로든 ‘약점’을 만들거나, 혹은 자신에게 빠져들게 하여 금전을 갈취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떳떳하지 못한 남녀 관계는 애당초 시작부터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조금이라도 범죄의 기미가 보이거나, 혹은 범죄 피해를 당했다면 빨리 경찰에 신고하거나 법적 대응을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풀제비 사건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공갈 협박 범죄는 상대의 요구를 들어주면 들어줄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때가 많음을 기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골프장에서 친해진 이성과의 금전거래는 될 수 있으면 피해야 한다.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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