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농약 논란 해결책은 없나?
골프장 농약 논란 해결책은 없나?
  • 김상현
  • 승인 2023.11.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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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농약 사용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합법이지만 EU에서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고독성 농약 사용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골프장 농약사용 실태

 

9월 20일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골프장 농약사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골프장의 숫자는 2021년 기준 545곳, 전년 대비 0.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21년 전국 골프장에서 사용한 농약은 총 213톤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2020년보다 5.4% 증가한 수치다. 골프장의 숫자가 전년 대비 4곳(0.7%)이 늘고, 골프장 면적은 0.2ha(0.4%)가 증가한 데 비해, 농약 사용량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또 ha(헥타르) 당 사용량이 7.18kg을 기록, 사상 처음 7kg이 넘어섰다.

국내 골프장에서 사용한 농약은 총 294품목이며, 그중에서도 ‘클로로탈로닐’(Chlorothalonil)이 18.06톤으로 전체의 8.54%를 차지하며 가장 많이 쓰였다.

클로로탈로닐은 DDT(살충제)와 같은 유기염소제 계열에 속하는 살충제다. 어류의 DNA 손상 등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는 이유로 유럽연합(EU)과 스위스는 2019년부터 사용을 원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골프장에서는 사용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클로로탈로닐에 이어 티오파네이트메틸(Thiophanate-methyl)이 12.16톤(5.75%), 페니트로티온(Fenitrothion) 11.26톤(5.32%), 이프로디온(Iprodione) 11.05톤(5.22%) 순으로 많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네 번째로 많이 사용된 농약인 이프로디온 역시 EU에서는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김영진 의원은 “최근 심해진 가뭄과 홍수 등 기상이변으로 골프장 관리가 어려워지면서 농약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 “과다한 농약 사용이 토양과 수질 오염으로 직접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관련 규제의 허점 및 부재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크다. 곧 골프장에서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맹독성 농약 사용이 제한 없이 이뤄지고 있으며, 나아가 사용량이 늘어나는 건 결국 농약 규제에 허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또 골프장 맹독성 잔류 농약을 검사하는 주무부처는 환경부지만, 금지 농약 기준 관리는 농촌진흥청이 담당하고 있어 적절히 규제를 정하고 또 실행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억울한 골프장의 입장

 

하지만 골프장에서는 이러한 논란 제기가 억울할 수 있다. 무엇보다 골프장이 법을 어긴 건 아니다. 클로로탈로닐이나 이프로디온은 어디까지나 EU에서 제한을 두고 있을 뿐, 국내법상으로는 불법이 아니다. 실제로 두 제품 모두 골프장 외 다른 분야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다. 

환경오염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으니 EU 금지 농약을 쓰고 있다는 문제 제기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EU 금지 농약’ 운운하며 골프장에 지나치게 책임을 전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국내 골프장의 농약 사용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건 사실이지만, 이 또한 골프장도 할 말은 있다. 골프장이 좋아서 농약을 많이 사용하는 건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기상이변이다. 날씨를 예측하여 적절한 때에 농약을 뿌리면 농약 사용량을 줄일 수 있지만, 날씨가 예측과 달라지면 농약을 다시 뿌려야 한다. 날씨가 맑을 줄 알고 농약을 뿌렸는데 비가 내리면, 기껏 뿌린 농약이 빗물에 씻겨 내려가기에 결국 다시 농약을 뿌려야 한다. 이는 골프장으로서도 돈과 인력의 손실이지만, 그린 관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농약 사용을 늘리는 실정이다.

사실 이 문제는 올해 처음 제기된 게 아니다. 김영진 의원은 1년 전에도 2020년 자료를 근거로 국내 골프장의 지나친 농약 사용 및 EU에서 금지된 농약 사용을 언급했고, “골프 인구 증가와 기상이변이 속출하면서 농약 사용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라는 발언도 남겼다. 1년 전 제기된 문제가 올해에도 거의 똑같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전보다 농약 사용량이 더 늘어났을 뿐이다. 

법을 어기지도 않는 골프장에 과도한 책임을 요구하거나, 다른 분야에서도 널리 쓰이는 농약을 ‘EU 금지’ 운운하며 지나친 논란을 제기하는 건 옳지 않다. 하지만 골프장에서 농약이 많이 쓰이고 있고, 매년 사용량이 증가하는 건 사실이니 이 부분은 좀 더 심각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골프장 농약 사용량 줄이는 방법

 

그럼 어떻게 골프장 농약 사용량을 줄일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무농약 골프장’은 극히 일부 시설만이 가능하기에 이를 대안으로 삼기는 어렵다. 필요한 만큼 농약을 사용하되, 농약 사용량을 줄여나가는 게 현실적이다. 농약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그린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며, 실제로 관련 기술에 관한 관심은 날로 커지고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와 드림파크문화재단은 최근 미생물을 이용해 골프장을 친환경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술 특허 2건을 취득했다. 이 특허는 드림파크 골프장에 존재하는 미생물로 골프장의 잔디가 죽는 잔디병을 예방하고, 잔디 사이의 예초물 분해를 촉진해 병해충 발생을 억제하는 기술이다. 잔디 관리를 위해 화학농약을 많이 사용함으로써 잔류 독성, 토양 산성화, 수질 오염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데,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고 잔디를 친환경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술로 알려졌다. 이처럼 농약 사용을 줄이면서도 그린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술에 관한 관심을 환기하고, 적극 도입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인다.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 그만큼의 지원도 꼭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필요해서 농약을 많이 썼을 뿐 어떤 법도 어기지 않은 골프장에 아무 대책 없이 농약 사용량을 줄이라는 규제를 들이대는 건 옳지 않다. 규제를 통해 국내 골프장의 농약 사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면, 제도적 지원도 꼭 병행해야 할 것이다.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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