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골프장 농약 문제 때리기… 과연 정당한가
정치권의 골프장 농약 문제 때리기… 과연 정당한가
  • 김상현
  • 승인 2023.11.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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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양대 거대 정당 소속 정치인들이 골프장 농약 사용 문제를 계속 언급하고, 나아가 규제까지 언급하고 있다. 이 문제를 ‘논란이 되니 농약 사용량을 줄이고, 또 논란거리가 된 농약을 쓰지 말자’라며 간단히 접근할 수는 없다. 농약 사용은 골프장만의 문제일까.

 

골프장 농약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시선

 

골프장 농약 문제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이 날로 싸늘해지고 있다. 공개 석상에서 골프장 농약 문제를 언급하는 일이 늘어나고, 규제를 강화하거나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10월 20일, 전남도의회는 임시회 본회의에서 ‘골프장 농약 사용량 및 잔류농약 허용 기준 마련 촉구’ 건의안을 의결했다. 이 건의안은 골프장의 과도한 농약 사용과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서 농약 사용량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건의문에서는 “환경부가 시장·군수 등에게 1년에 두 차례 골프장의 농약사용량을 조사하고, 검사기관에 농약잔류량을 검사하게 하면서도 맹독성·고독성 농약 등 사용금지 농약 사용 여부만 확인하는 데 그치고 있다”라고 전제했다. 또 “농약관리법에서 ‘농약 등의 안전사용기준’을 지키도록 하고 있음에도 골프장의 농약 사용 제한을 정한 물환경보전법은 사용금지 농약만을 정하고 있어 골프장들이 농약관리법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착시효과를 유발하고 있다”, “골프장의 과다한 농약 사용은 이용객의 건강과 공공수역의 수질오염에 영향을 미치고 잔류농약이 검출되는 골프장에서 매일같이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건강 문제 또한 간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용하다 남은 농약을 그대로 버리거나 농약사용량을 이중 보고하는 등 일부 골프장의 도를 넘은 행태가 정부 정책의 미비 때문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농약사용량과 잔류농약을 모니터링하는 수준의 정책으로 골프장의 과다한 농약 사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라며 이 문제를 보다 엄격히 다룰 필요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건의안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김재철 의원은 “많은 골프장이 제한 없이 농약을 사용하고 기상이변으로 사용량 또한 증가하고 있어 정부와 국회가 관련법을 개정하고 허용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골프장 농약 사용에 대한 문제 제기

 

골프장의 과도한 농약 사용, 또 잔류농약 문제는 처음 문제가 된 게 아니다. 10월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은 환경부에서 받은 ‘골프장별 농약사용 실태 현황’ 자료를 근거로 골프장의 농약 사용량이 매년 늘고 있고, 그만큼 잔류농약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의원은 이 문제를 언급하며 “매년 국내 골프장의 농약 과다 살포 논란과 환경 오염 문제가 지적되고 있지만, 농약 과다 사용이 개선되기는커녕 증가하고 있어 문제”, “골프장 내 농약사용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환경오염행위 재발 방지 대책도 세워야 한다” 라고 말했다.

골프장 농약 사용량이 매년 늘고, 잔류농약 문제도 점점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전국 골프장에서 잔디 관리를 위해 뿌린 농약은 186t, 2020년에는 202t, 2021년 213t을 기록해 매년 증가 추세를 보였다. 농약을 많이 쓰는 만큼, 잔류농약이 검출되는 골프장도 지속해서 늘고 있다. 2021년 기준 545곳의 골프장 중 522곳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되었고, 3년 연속 잔류농약이 검출되지 않은 골프장은 5곳에 불과하다.

아직은 골프장에서 농약을 많이 쓰는 건 법적 제재 대상이 아니다. 잔류농약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금의 법적 기준으로도 문제가 되는 골프장도 있다.

10월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골프장 화학 농약 사용 위반사례는 총 29건이었다. 경기도가 16건으로 가장 많았고, 강원도가 7건, 경남도가 4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 골프장들은 ‘잔디에 사용할 수 없는 농약’을 사용하여 농약관리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용한 농약도 살균제와 살충제, 제초제, 잔디 생장조절제, 균충제 등 다양했다.

불법은 아니지만, 논란거리가 되는 농약도 있다. 특히 골프장에서 널리 쓰이는 ‘클로로탈로닐’은 정치권에서 자주 언급하는 ‘문제 농약’이다. 이 농약은 국내에서 사용이 금지되지는 않았지만, 어류의 DNA 손상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EU에서는 사용이 금지되었다.

 

농약 사용, 과연 골프장만의 문제일까

 

이처럼 최근 정치권의 골프장의 농약 문제에 대한 ‘융단폭격’이 이어지고 있다. 지방의회와 국회를 가리지 않고, 또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내 양대 거대 정당 소속 정치인들이 골프장 농약 문제를 계속 언급하고, 나아가 규제까지 언급하고 있다. 정치권이 특정 문제를 계속 언급하기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닌데, 규제까지 언급하는 건 더욱 우려된다.

이 문제를 ‘논란이 되니 농약 사용량을 줄이고, 또 논란거리가 된 농약을 쓰지 말자’라며 간단히 접근할 수는 없다. 국내 골프장의 농약 사용량이 늘어나고, 논란이 되는 농약을 쓰는 건 모두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기상이변으로 날씨 예측이 어렵거나, 기껏 뿌린 농약이 갑작스러운 비에 씻겨 내려가는 일이 많아 농약 사용량이 늘고, 클로로탈로닐은 대체 농약을 찾기 쉽지 않다. 사실 이는 골프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농업계 전체의 문제다. 국내, 아니 전 세계 농약 사용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클로로탈로닐은 골프장뿐만이 아니라 국내 농업계 전반에서 널리 쓰인다.

골프장 농약 사용량이 매년 증가하고, 잔류농약 문제 등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EU에서 사용을 금지한 클로로탈로닐이 골프장에서 널리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골프장만의 문제가 아닌 농업계 전체의 문제임에도 정치권이 이를 마치 골프장만의 문제인 양 계속 때리는 건 부당해 보인다.

물론 골프 업계도 지금보다 더 진지하게 농약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어쩔 수 없다고 무한정 농약 사용량을 늘릴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먼저 불법 행위는 엄격히 금하고, 농약 문제에서 좀 더 사회적으로 모범을 보일 방법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닐까.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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