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VS 골퍼 : 고질적인 골프장 요금 논란의 그늘
골프장 VS 골퍼 : 고질적인 골프장 요금 논란의 그늘
  • 나도혜
  • 승인 2023.10.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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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비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논란은 과거에도 존재했다. 그리고 이 논란은 언제나 평행선을 달렸다.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골프장과 골퍼들은 골프장 요금에 대해 큰 입장 차이를 보였다.

 

1970년대 10배 비싼 비지터스피 논란

 

과거부터 골퍼는 비용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주장했고, 반대로 골프장은 정당한 비용이라고 맞섰다. 몇몇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1970년 11월 24일 매일경제는 한 골프장이 골프장 토지대분담금을 내지 않은 멤버에게 ‘멤버십 피’를 내라고 하지 않고, 그보다 10배는 비싼 ‘비지터스 피’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요즘 식으로 표현하면 회원제 골프장이 일부 회원이 분담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회원제 요금이 아닌 비회원제 요금을 부과했다는 소식이다. 또 1971년 8월 28일 조선일보는 한 골프장에서 대회가 열린 가운데, 준회원에게 그린피를 그것도 역시 ‘비지터피’를 내라고 요구해 준회원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비지터피’라는 표현이나 ‘회원제 골프장에서 정회원과 준회원의 차별’ 등은 최근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소식이지만, 과거 회원제 골프장이 절대다수이던 시절에도 여러 이유로 골프장 요금 논란은 존재했던 것이다.

 

1990년대 골프장 요금을 바라보는 입장 차이

 

시간이 흘러도 골프장 요금을 바라보는 골퍼와 골프장의 입장 차이는 여전했다. 1990년 5월 29일 조선일보는 [캐디팁 잇단 引上(인상)… 체육부 등 “나는 몰라”]라는 기사를, 1995년 매일경제는 [골프장 그린피 인상 잇달아] 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골퍼라면 제목만 봐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골퍼가 예상하듯, 해당 기사들은 캐디팁(캐디피)이 지나치게 올라 골퍼들이 불만이라거나, 서비스 품질을 고려하지 않고 그린피가 잇따라 올라 골퍼들이 불만을 품고 있다는 내용이다. 보도 날짜만 지우면 오늘 나온 기사라 해도 믿을 내용이다.

이처럼 골프장 요금을 둘러싼 논란은 예나 지금이나 끊이지 않았다. 골프가 ‘귀족 스포츠’라는 이미지가 훨씬 강했던 과거에도 골퍼들은 골프장 요금에 불만을 제기했다. 또 비싼 가격도 비싼 가격이지만, 서비스 품질이 비용 대비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주장도 줄을 이었다. 그렇다면 골프장 측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2001년 골프장의 입장 vs 2023년 골프장의 입장

 

두 개의 사례를 살펴보자. 하나는 2001년 매일경제가 당시 한국프로골프사업협회 회장이던 한달삼 회장과 진행한 인터뷰다. 이 인터뷰에서 한 회장은 고가의 그린피에 대한 골퍼들의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다는 지적에 “시장논리로 봐달라”고 대답했다. 또한, 지역별로 세금과 인건비에서 차이가 발생하며, 교통입지에 따른 그린피 차등화 등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았으며, 그린피의 40%가 세금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불합리한 세제를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고도 말했다. 

또 하나 살펴볼 건 올해 8월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발표한 입장문이다. 이 입장문에서는 ‘만약 서로가 협상한다 하더라도 적정한 가격대가 나오지 않는다면 시장 내에서 카트와 캐디의 구매와 판매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구매자와 판매자 서로가 이익을 얻을 수 없는 시장이라면 그 시장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들은 더 값싼 카트와 캐디를 찾고 골프장들은 더 비싸게 이용해 줄 소비자를 찾는다. 이러한 행위는 소비자와 판매자들이 그들 자신의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즉, 시장의 참여자들은 자신의 효용을 증진하기 위해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들의 효용에도 기여하는 것이다.’ 등의 주장을 펼치며 결국 골프장 요금은 ‘시장 논리에 대해 맡겨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또 ‘시장 내에서의 경쟁 행위가 일어나는 무대가 시장경제에서 정치경제로 옮겨가는 것이다. 진정으로 혼란을 발생시키는 것은 무엇인가? 소비자와 판매자가 주도하는 시장경제인가? 정부가 주도하는 정치경제인가?’ 등의 발언으로 정부의 골프장 요금 제재 움직임도 비판했다. 

결국 ‘골프장 요금은 인건비나 물가 등을 고려하면 그렇게 부당하지 않다.’, ‘골프장 요금 문제는 어디까지나 시장 논리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정부의 개입은 반대한다’라는 게 예나 지금이나 일관된 골프장의 논리라 할 수 있다.

 

 

골프장의 주장에 대한 골퍼들의 반응

 

이런 주장에 대한 골퍼의 반응은 좋지 않다. 본지에 게시된 한국골프장경영협회의 입장문 기사 댓글란은 골퍼의 ‘성난 민심’으로 도배되었고, 모 언론에서는 

이 입장문을 반박하는 기사를 실었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른 건 둘째치고, 예나 지금이나 일관된 골프장 측의 ‘요금이 비싼 건 인건비나 물가 때문이며, 또 이 문제는 어디까지나 시장 논리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골퍼를 설득하고 있지 못함을 알 수 있다. 반대로 골퍼의 요금에 대한 불만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음에도, 골프장 업계 대부분이 요지부동이라는 것도 분명하다.

 

골프장과 골퍼의 입장 차이가 가져온 문제

 

문제는 이러한 대립이 최근 골프장 업계에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골프장 논리의 옳고 그름과는 별개로 ‘하던 대로’ 운영해도 괜찮아 보였다. 국내 골프장 업계는 오랫동안 성장세를 이어왔고, 특히 코로나 시기엔 ‘코로나 호황’으로 역대급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통계들은 국내 골프장을 찾는 골퍼가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일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해외 골프의 인기는 폭증하고 스크린골프나 파크골프의 인기도 여전한데, 국내 골프장을 찾는 인구는 줄고 있다.

물론 국내 골프장이 코로나 호황을 누린 이유 중 하나인 ‘코로나 봉쇄’가 풀리며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고, 지난 몇 년간 쌓여 온 해외여행이나 해외 골프 수요가 폭증한 것도 국내 골프장을 찾는 골퍼가 감소한 주된 이유다. 그러나 오랫동안 쌓여온 골퍼의 요금 불만도 최근 국내 골프장을 찾는 사람이 줄어드는 이유로 꼽힌다. 이러한 분위기가 길게 이어지면, 국내 골프장 업계가 더 큰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예측도 ‘근거 없는 비관론’이 아닐 것이다.

해묵은 논란이자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골퍼와 골프장 사이의 요금 논란. 이 논란이 지금처럼 평행선을 달리면 향후 골퍼와 골프장의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고, 업계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치리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한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이 논란을 풀 방법을 찾아야 한다.

 

 

GJ 나도혜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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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조 2023-10-15 22:07:03
그린피가 백만원이어도 좋구요 다만 다양하게 오만원그린피의 코스도있어야하고 캐디는 선택제로 카트는골프장을 위함이니 골프장부담으로 하는게맞겠지요 아니면 코스전체를타고 다닐수있다면 골퍼들도 부담해야겠지만 충전비와 좀 멀리 크게봤으면 대기업이자신들의 업무를위한 골프장소유가 지

유수곤 2023-10-15 08:59:02
그린피뿐만아니라 골프장내 식음료 바가지 요금에 대해서도 조사해서 공론화 해 주세요

용이 2023-10-13 18:31:44
골프장 이용료 낮추는 유일한 방법-->
비싼데 안가면되고 노캐디 수동카트 쓰면됨-->미국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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