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종교의 만남
골프와 종교의 만남
  • 김상현
  • 승인 2023.10.09 1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독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등 국내에서 일정 이상 규모를 갖춘 종교 치고 골프장과 분쟁 한 번 겪지 않은 곳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골프와 종교의 긍정적인 만남도 드물지 않다. 골프와 종교의 긍정적인 만남 사례를 살펴보자.

 

골프와 종교

 

골프와 종교, 언뜻 보면 ‘불편한 조합’이라 생각할 수 있다. 나아가 종교인이나 종교 단체가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모습부터 떠올릴 수도 있겠다. 실제로 특정 종교인이 혹은 종교 시설이나 단체가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건 드물지 않다. 기독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등 국내에서 일정 이상 규모를 갖춘 종교 치고 골프장과 분쟁 한 번 겪지 않은 곳은 없을 것이다. 상당수의 종교인, 나아가 종교 시설이 ‘개발보다는 보전’을 외치기에 벌어지는 일이다.

하지만 의외로 골프와 종교의 긍정적인 만남도 드물지 않다. 혹은 골프를 통해 종교적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골프를 전도의 도구로 삼기도 하며, 골프와 종교의 만남을 통해 사회에 이바지하거나 종교 간 화합에 일익을 담당하기도 한다. 골프와 종교의 긍정적인 만남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골프와 불교가 만든 긍정적인 결과물

 

불교는 언뜻 생각하면 골프와 가장 사이가 나쁠 것 같은 종교 1순위다. 상당수의 절이 산에 있고, 골프장 역시 산에 지어질 때가 많으니 말이다. 하지만 골프와 불교가 꼭 적대적인 건 아니다. 2018년 불교계와 골프계는 한 권의 책에 주목했다. 바로 미국 보스턴 문수사, 마이애미 보현사를 창건한 도범 스님이 쓴 ‘골프공과 선사’라는 책이다. 

이 책은 50대 중반의 나이에 골프를 처음 배운 스님의 ‘골프 입문기이자 예찬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책에서 도범 스님은 골프는 남과 싸우는 게 아니라 자신과 싸우는 운동이며, 명상을 하면서 하고 또 정신력이 필요한 운동이라 그만큼 심신 수련이 중요하며, 그만큼 불교와도 통하는 면이 크다고 기술했다. 또 도범 스님은 골프와 불교의 사상을 결합해 여러 이야기를 풀어내었고, 이 책은 골프와 불교가 만나 긍정적인 결과물을 내놓은 사례로 남았다.

생활 스포츠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파크골프와 불교의 만남도 점점 늘고 있다. 2021년에는 구미사암연합회가 자선 파크골프대회를 개최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 대회는 태국 노동자의 암 수술 비용 지원, 그리고 지역 포교의 기틀을 다질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실제로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불교계 인사들과 다문화 가족 등이 함께하며 친교를 나누고, 외국인 노동자에게 암 수술 비용을 지원하는 등 적잖은 성과가 있었으며, 이후로도 불교계가 주최하거나 참여하는 파크골프 대회가 종종 언론을 타고 있다.

 

골프와 천주교의 동행

 

천주교는 어떨까. 국내에서는 불교만큼이나 천주교도 골프와 썩 친해 보이진 않는다. 스님이 그렇듯, 신부가 골프를 치는 것도 익숙한 광경이 아니다. 어떤 한국인 천주교 신부는 미국에서는 자유롭게 골프를 쳤지만, 국내에서는 신부가 골프를 치는 게 익숙하지 않은 탓에 자신이 신부인 걸 숨기고 골프를 쳐야 했다는 웃지 못할 일화도 있다. 

하지만 천주교도 마냥 골프를 멀리하는 건 아니다. 2019년에는 천주대교구가 나서 ‘가톨릭 파크골프 오픈대회’를 열거나, 천주교대구대교구 4대리구 경제인회가 자선 골프대회를 개최한 등의 사례가 있다. 이러한 대회를 통해 신자들의 관계를 다지고, 또 기금을 모아 이주민을 위해 쓰는 등 골프나 파크골프와 ‘종교의 선의’를 조화시키는 움직임이 꾸준하다.

 

좀 더 친골프적인 기독교

 

기독교는 불교나 천주교보다 좀 더 친골프적이다. 교회에서 골프대회를 열고, 또 골프를 전도의 도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규모 있는 교회라면 ‘골프선교회’나 ‘골프선교단’이 만들어지는 일도 흔하다.

기독교 신자인 골프인들도 골프와 종교의 만남에 적극적이다. 교회 권사인 프로골퍼 최경주도 신앙과 골프를 함께 논할 때가 많고, ‘목사의 딸’ 신지애는 CCM 앨범까지 내놓은 적이 있다. 이외에도 기독교인이, 나아가 교회 차원에서 친골프 행보를 보이는 건 드물지 않다. 기독교야말로 한국의 메이저 종교 중, 가장 골프와 친한 종교임이 분명하다.

 

골프와 종교의 만남

 

이런 가운데, 파크골프는 종교 간 대화의 장이 되기도 했다. 올해 5월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구미에서 스님 4명과 신부 4명이 ‘불교 천주교 지도자 파크골프 친선 교류전’을 열었다. 대다수 성당과 사찰에 파크골프클럽이 있을 만큼 대중화된 파크골프를 매개체로 하여 두 종교 간 화합의 장 역할을 한 것이다. 파크골프가 생활 스포츠의 역할은 물론, 종교 간의 대화를 위한 다리 역할도 꾸준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골프와 종교의 만남. 사실 드문 일은 아니지만, 여전히 이를 낯설어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나마 기독교는 목사가 골프를 치고 설교 자리에서 골프 이야기를 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타 종교는 성직자가 골프를 치거나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종교에서 생활 스포츠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파크골프를 터부시하는 분위기는 적지만, 일반 골프는 여전히 터부시하는 분위기가 남아 있음이 아쉽다. 골프와 종교가 좀 더 친밀해져 스님도 신부도 골프장에서 당당히 골프를 치고 그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