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매크로 예약 줄어들까?
불법 매크로 예약 줄어들까?
  • 김상현
  • 승인 2023.08.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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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로 말미암은 해악은 큰데, 이에 관한 규정조차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 골프 예약에서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체육시설 매크로 예약 방지법이 통과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공공의 적 ‘매크로’

 

매크로는 골프장은 물론, 매크로 피해를 보고 있는 모든 업계의 ‘공공의 적’이다. ‘자주 사용하는 여러 개의 명령어를 묶은 하나의 키 입력 동작’으로 정의되는 매크로를 악용하면 자동 프로그램을 이용한 ‘예약 싹쓸이’ 등이 가능하며, 매크로를 사용하지 않는 고객은 물론 판매자인 골프장 등도 피해를 본다. 이제 매크로 때문에 피해를 보았다는 건 뉴스거리도 못 될 만큼 해악이 크고, 또 널리 퍼져 있다.

이처럼 해악이 큼에도, 매크로를 막기조차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불법 매크로와 접촉하는 게 무척 쉬웠다. 2023년 7월 기준, 네이버나 구글에서 ‘골프 매크로’를 검색하면 매크로 판매자나 혹은 매크로 사용법 따위의 동영상이 버젓이 검색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굳이 ‘딥 웹’이니 ‘다크 웹’ 등 비밀스러운 사이트를 열심히 찾을 필요도 없고, ‘구글링’ 몇 번만으로 매크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매크로의 해악이 극심함에도, 정작 단속은 지지부진한 것이다.

 

매크로 단속 왜 어려울까?

 

왜 매크로를 막고, 단속하는 게 어려울까?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매크로를 만들고 사용하기는 쉬워도 막는 건 어렵다는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이 문제는 매크로가 처음 문제가 된 후 지금까지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매크로 단속 및 처벌 관련 규정이 미비한 것도 큰 문제다. 현행법으로도 매크로 행위를 단속하고, 처벌하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았지만, 한계가 뚜렷했다. ‘불법 매크로 판매나 사용’에 대한 명확한 처벌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제조하고 판매한 업자가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음에도 명확한 처벌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매크로로 말미암은 해악은 큰데, 이에 관한 규정조차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

 

체육시설 매크로 예약 방지법 통과

 

이에 불법 매크로를 법으로 제지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올해 1월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이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예약한 골프장 이용권에 추가 금액을 붙여 부정 판매하는 것을 막고,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는 내용의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4월에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골프장을 비롯한 각종 체육시설을 선점하고, 예약 후 웃돈을 얹어 파는 수법으로 수익을 챙기다 적발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매크로를 이용해 골프장이나 다른 체육시설을 선점하고 예약 후 웃돈을 얹어 팔다가 적발 시 처벌하는 규정을 만드는 데 ‘7부 능선’을 넘은 것이다.

7월에는 마침내 국회 본회의에서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이 개정안은 “누구든지 컴퓨터에 지정된 명령을 자동으로 반복·입력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예약한 체육시설 이용권 등을 부정판매해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두루뭉술한 관련 규정을 통한 단속이 아닌, 매크로를 이용해 대량으로 부정 예약을 하고, 이후 웃돈을 받고 파는 행위를 금한다고 명시함으로써, 매크로 단속 및 처벌에 대한 뚜렷한 법적 근거를 만든 것이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체육시설의 이용권 등을 웃돈을 받고 판매하거나 알선행위를 방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라고 규정함으로써, 관련 기관의 책임 소재 또한 확실히 했다.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이용호 의원은 법안 통과 후 “인기 있는 골프장 등 체육시설은 이용자가 이용권을 구매하려고 해도 순식간에 동이나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번 법 개정으로 실이용자들이 편하게 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길이 마련돼 기쁘다”,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는 암표 행위는 공정한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크로 예약 방지에 대한 기대

 

매크로의 해악이 큼에도 이를 명확히 다루는 규정 자체가 없던 가운데, 마침내 매크로 단속 규정이 신설된 건 분명 의미 있는 진보다. 하지만 매크로 단속 규정이 새로 만들어졌다고, 매크로가 완전히 사라지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미 매크로는 업계를 가리지 않고 널리 퍼져 있고, 법을 어기더라도 이를 활용해 이익을 챙기려는 자들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개정 법률안으로 매크로를 박멸하지는 못해도, 유의미하게 줄일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물론 매크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규정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쪽이 단속 및 처벌이 좀 더 수월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골프장 등 체육시설 이용자나 관리자가 그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의 적용 범위가 좁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번 개정안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예약 그 자체를 단속하는 게 아니라 이후 재판매를 하여 차익을 남길 경우에만 적용되고 있다. 불법 매크로의 주된 목적이 소위 ‘웃돈을 얹은 불법 되팔이’이니 해당 행위를 명확히 불법으로 규정한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단속 범위가 좁은 만큼 단속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과연 개정안이 규정이 실효가 있을지, 또 효과가 있다면 어느 정도일지는 현장에서 개정안이 규정이 적용된 후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매크로는 골프 업계는 물론, 수많은 업계의 ‘공공의 적’이다. 이번에 통과된 개정 법률안도 단속 대상을 ‘체육시설 이용권’으로 넓혀, 모든 체육시설에 대한 매크로 행위의 단속에 나선 것만 봐도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개정안에 대한 설왕설래가 있고, 분명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이번 개정안이 골프 업계, 나아가 체육 업계 모두가 매크로와의 전쟁에서 이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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