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사업 위해 골프를 적극 활용중인 북한
관광사업 위해 골프를 적극 활용중인 북한
  • 전은미
  • 승인 2023.08.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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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일반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관광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골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북한 국가관광총국 산하 조선관광 웹페이지를 통해 게시된 정보에 의하면 총국 산하 여명골프여행사 측이 “외국의 벗들도 희망하신다면 봄, 가을 골프 애호가 경기에 참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매년 봄·가을 열리는 골프 애호가 경기

 

조선관광 웹페이지 최근 소식에 게시된 글의 제목은 ‘우리 함께 골프경기를!’로, 매년 봄·가을에 평양골프장에서 골프 애호가 경기가 진행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국가관광총국 산하 여명골프여행사 측은 외국의 벗들도 희망하신다면 봄, 가을 골프 애호가 경기에 참가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남성애호가부류’, ‘녀성애호가부류’, ‘년로자부류’로 구분되어 진행되는 해당 경기는 올해 5월에도 개최되었다고 한다.

최근 경기에서 남성애호가부류 1위를 차지한 선수의 경우,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한지 불과 100여일밖에 되지 않았으며 상위권을 차지한 선수들 가운데 신진선수들이 많았다는 것 또한 강조됐다. 더불어 ‘오랜 기간 골프를 쳐온 북한의 골프 애호가들도 젊은 층들의 유입에 대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라는 대목을 통해 북한에서도 골프를 접하는 이들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외국인 벗’ 초대에 나선 북한

 

흥미로운 사실은 북한 측이 외국인 관광사업의 일환으로 골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게시물을 통해 “외국의 벗들도 희망하신다면 우리 나라에서 봄과 가을에 진행되는 골프 애호가 경기에 참가할 수 있으며 조선의 골프 애호가들과 친선의 정을 두터이 할 수 있다”라며 국가관광총국 려명골프여행사 소개를 덧붙인 것이다.

북한의 일반 외국인 대상 관광사업 재개는 그 어느때보다 본격적이다. 북한에서 열리는 골프 경기에 참여할 외국인들이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주소와 e메일은 물론 전화번호까지 공개하면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조선관광 웹페이지를 통해 게시된 또다른 게시물에는 현재 북한 골프 관광을 주도하는 여명골프여행사가 골프관광을 전문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창립한 지 몇 년 되지는 않았지만 자부할 만한 성과들을 이룩했고, 수중골프장이나 활쏘기장, 보트장까지 신설했다면서 대대적인 홍보를 시작했다.

그동안 북한 측이 관광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민간 광고를 게시한 사례가 종종 있었지만 북한 국가관광총국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특정 상품을 홍보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8월 2일 조선관광 웹페이지를 통해 평양골프장 관광을 다룬 게시물이 같은 날 4개나 올라왔으니, 3년 넘게 중단되었던 북측의 외국인 관광 열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평양골프장에 대한 관심

 

북한 측이 골프를 활용한 관광사업을 시작하면서 평양골프장에 대한 관심 역시 집중되고 있다. 평양골프장은 북한을 대표하는 최고급 레저시설 중 하나로, 평양에서 약 3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다.

평양골프장은 개장 이후 2011년부터 2016년까지 6년간 골프 관련 국제 대회를 개최하는 등 활발하게 운영되어 왔다. 하지만 2017년 내부 공사를 이유로 휴장에 들어갔고, 2019년부터는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내부 행사 중심으로 운영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측이 평양골프장을 활용해 관광 사업 재개에 나선 것은 외화벌이 목적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대북 제재에서도 관광 사업은 예외되고 있는만큼, 북한 측이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관광이었던 것이다.

이에 북한 측의 평양골프장 관광사업이 코로나19 이후 자발적 봉쇄조치를 유지해왔던 것을 해제하겠다는 신호가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다만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실제로 관광 상품이 운영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본격적인 북한의 국경 개방 시그널로 인식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

 

북한이 평양골프장 관광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자 주한미군 송환 협상이 부진한 상황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월 18일 판문점을 통해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이 월북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그로부터 3주 가량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북측은 송환 협상에 미온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2017년, 북한 관광을 떠났다가 억류된 미국인 오토 웜비어를 사망에 이르게 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비난 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웜비어는 버지니아 대학에 재학중이던 청년으로, 2015년 말 여행자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했고 이듬해인 2016년 1월 2일, 평양의 양각도국제호텔에 설치되어 있던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던 혐의로 체포되었다.

같은 해 3월 16일, 북한 최고재판소는 웜비어에게 국가전복음모죄를 적용해 로동교화형(징역형) 15년을 선고했고, 국제사회에서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지속되자 17개월 뒤인 2017년 6월 13일 웜비어를 석방했다. 그렇게 웜비어는 꿈에 그리던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듯 했다. 하지만 2년 가까이 북한 측에 억류되어 있던 웜비어의 상태는 심각했다. 모국으로 송환될 당시 웜비어는 혼수상태에 빠져있었기에 사실상 식물인간이 되어 돌아왔다.

미국의 한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실시한 결과, 뇌조직에 광범위한 손상을 입은 사실이 밝혀졌다. 어렵사리 집으로 돌아온 웜비어는 결국 같은 해 6월 19일에 사망하고 말았다.

이번 골프 여행 홍보물이 게시된 조선관광 웹사이트가 개설된 시점이 바로 웜비어 사망일로부터 불과 한 달 남짓 지난 시점이었다. 외국인 관광객을 억류한 끝에 식물인간이 되어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사고가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외국인 관광 프로그램을 홍보한다는 것은 국제적인 비난을 사기에 충분했다. 현재 북한에 억류 중인 주한미국 트래비스 킹의 송환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관광 프로그램을 제기한다는 것은 웜비어 사건과 닮아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8월 16일 ‘미군병사 트래비스 킹에 대한 중간조사결과’라는 보도를 통해 “트래비스 킹은 불평등한 미국사회에 환멸을 느꼈다고 하면서 우리나라나 제3국에 망명할 의사를 밝혔다”며 “조사과정에서 킹은 미군 내에서의 비인간적인 학대와 인종차별에 대한 반감을 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넘어올 결심을 하였다고 자백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의 주장을 검증할 수 없다면서 킹 이병의 안전 귀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평양골프장을 이용해 장기적으로 외화벌이를 할 의사가 있다면, 트래비스 킹 송환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여론이다.

 

 

GJ 전은미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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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이 2023-08-31 22:58:40
산으로 공찾으러 갔다가 총살당하지나 않을지~

국보법 2023-08-30 09:21:51
인공기 찬양합니까? 국보법 위반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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