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찾아올 폭염, 골프계 대응은
매년 찾아올 폭염, 골프계 대응은
  • 김상현
  • 승인 2023.08.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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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마다 ‘역대급 폭염’이 온다고 하는 것 같지만, 올해는 호들갑이 아니라 진짜였다. 기상이변이 원인이 된 역대급 폭염이 국내외 가리지 않고 덮쳐 숱한 피해를 냈고, 골프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골프는 야외에서 즐기는 스포츠이며, 그만큼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고 또 폭염에 취약했기 때문이다.

 

올 여름 골프장 매출 감소

 

최근 BC카드는 ‘ABC(Analysis by BCiF) 리포트’ 7호를 발행했다. 이 분석 자료에서 눈에 띄는 대목 중 하나가 바로 ‘무더위로 인한 실외/실내 업종에서의 매출 양극화’였다. 간단히 요약하면 폭염 때문에 실외 업종 매출은 크게 줄었고, 반면에 냉방시설이 갖춰진 실내 업종 매출은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골프, 테니스 등 실외에서 발생되는 스포츠 업종의 매출은 전월 대비 15.3%, 전년 동기 대비 13.6% 하락했다. 자료를 발표한 BC카드 관계자는 “전월 뿐만 아니라 전년 동기와 비교 시에도 큰 폭으로 매출이 감소된 것은 7월 발생된 기록적인 무더위로 인해 고객들의 소비 패턴이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에 주점은 전월 대비 3.5% 증가했고, 음료 업종은 전월 대비 2.5%가 증가했다. 곧 실내에서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식음료 업종의 매출은 전월 대비 평균 3.3% 증가하였다. 폭염 속에서 실외 업종은 피해를 보고, 실내 업종은 그만큼 수혜를 입었다는 점이 수치로 입증된 것이다.

실제로 올해 폭염은 골프 등 야외 스포츠가 큰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을 만큼 심각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지도 않은 5월부터 강릉 등 여러 지역에서 30도가 넘는 기온을 기록하며 여름 폭염을 예고했다. 이후 서울에서도 6월부터 열대야가 나타나 많은 사람이 잠 못 이루는 밤을 겪었고, 그 외 대부분 지역도 폭염에 시달렸다. 6~8월까지 폭우와 태풍이 없으면 폭염이 계속 이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러니 골프를 비롯한 야외업종이 고난의 시기를 겪은 것도 당연하다. 그렇다면 ‘역대급 폭염’ 속에서 골프계는 어떤 일을 겪었고, 또 어떻게 대응했을까?

 

폭염 대비한 대책 마련 시급

 

이번 폭염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았고, 그만큼 철저한 대응이 필요했던 곳은 야외 골프장이었다. 스크린골프장, 실내연습장은 실내 시설인데다 냉방이 들어오니 폭염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에어컨이 작동하는 실내 스포츠 시설은 폭염에서 득을 보는 시설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야외 골프장은 폭염 피해가 컸고, 그만큼의 대책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최근 한 언론은 폭염 속에서 근무하는 캐디에 포커스를 맞추어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이번 폭염 속에서 많은 캐디가 하루 두 라운드, 즉 12시간 근무는 기본에 근무시간 내내 3~40도를 오가는 폭염 속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온열 질환에 화상까지 입는 캐디가 적지 않고, 심지어 사망 사건까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에 캐디 노동조합은 최소한의 폭염 안전장치라 할 수 있는 그늘막과 얼음팩을 제공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확실히 폭염 속에서도 캐디는 야외 낮 근무가 불가피하고, 휴가철에는 장시간 근무 역시 불가피하므로, 골프장에 최소한의 폭염 안전장치를 요구하는 건 정당한 요구다. 이후 골프장 업계의 반응이 주목되는 부분이다.

일반 골프장은 물론, 골프 대회도 폭염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올여름 국내에서 열린 거의 모든 골프 대회에서 선수들은 ‘비 아니면 더위와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 프로 선수들도 더위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기 일쑤였고, 갤러리도 찜통더위에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특히 다른 스포츠 관객과는 달리 드넓은 야외 골프장을 돌아다니는 갤러리는 다른 스포츠 관객보다 온열 질환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온열 질환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고, 또 선수와 갤러리 모두를 위한 폭염 대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대세 생활스포츠’ 파크골프도 폭염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파크골프는 일반 골프처럼 야외에서 진행되는데다 평균 연령층이 높은 편이라 사실 일반 골프보다도 더욱 철저한 폭염 대책이 필요하다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폭염 시에는 파크골프장 이용이 제한되기도 한다. 8월 광주광역시는 ‘폭염 경보’가 발령되면 광주에서는 실외 체육시설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폭염 대응 체육활동 세부기준’을 마련하여 시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즉 폭염 경보가 내려지면, 광주에서는 파크골프장을 이용할 수 없다는 명확한 방침이 세워졌다.

다만 국내 대부분 지역은 아직 폭염 시 파크골프장 운영 지침이나 관련 대책이 명확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 폭염 시 시설 자체적으로 단축 영업을 하거나, 혹은 단축 영업이나 별다른 폭염 대책 없이 이용객의 자율에 맡기기도 하는데, 어느 쪽이든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최근 포항시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곡강파크골프장이 이런 문제를 겪었다. 폭염 때문에 시설을 폐쇄하면서도 더운 낮 대신 아침과 저녁에 영업하는 등의 유연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가 이용객들의 불만이 커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내 파크골프장이 새벽이나 밤에는 영업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특정 시설의 문제라 하기는 어렵다. 파크골프 업계 모두가 나서 여름만이라도 영업시간을 보다 유연하게 조정하는 등의 지혜가 필요하다.

 

‘역대급 폭염’이라는 표현은 결코 호들갑이 아니다. 최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 ‘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지구 ‘열대화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내년 여름은 올해 여름보다 더 더울 수 있고, 인류는 오랫동안 매년 여름마다 폭염을 겪어야 할 것이라는 단호한 경고다. 이제 골프계도 매년 ‘역대급 폭염’을 겪을 것을 가정하고, 그만큼 철저한 대응을 할 때다.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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