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도 골프장을 향한 ‘물 부족 책임론’ 이어지나
올 여름도 골프장을 향한 ‘물 부족 책임론’ 이어지나
  • 김상현
  • 승인 2023.07.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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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한국은 물론 수많은 국가가 폭염과 가뭄에 시달렸다. 기상이변으로 말미암은 폭염과 가뭄에 환경 단체들의 목소리가 커졌고, 골프장은 이런 환경 단체의 ‘주적’이 되었다. 골프장이 물을 많이 사용하여 물 부족 현상을 가속한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외 골프계는 다른 무엇보다 ‘물’ 때문에 많이 비판받았다. 국내에서는 가수 싸이의 ‘흠뻑쇼’가 전국이 가뭄에 시달리는 공연 중에 물을 지나치게 많이 쓴다는 논란이 어느새 골프장의 과도한 물 사용으로 번져 비난을 받는 사태가 있었다. 해외에서는 한 술 더 떴다. 환경 단체들이 골프장의 물 사용을 비난하는 건 물론, 프랑스에서는 ‘멸종 저항’이라는 단체가 골프장에 들어가 그린의 홀에 시멘트를 붓고, ‘이 홀은 하루에 27만 리터의 물을 마신다. 당신은 그만큼 마시는가? #골프그만(stop golf)’ 이라고 적힌 팻말을 꽂은 후 SNS 상에 이를 공유했다. 이 단체는 가뭄이 이어지는 가운데 골프장의 급수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는 점. 가뭄 때문에 농업 관개도 제한되었다는 점. 또 특권층을 위한 레저 산업의 물 독점을 비판하기 위해 골프장을 훼손했다는 점 등을 언급하며, 골프장의 물 제한 및 통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해 여름 발생한 이러한 사건들을 두고 일시적인 해프닝, 혹은 환경 단체에 항상 미운털이 박혀 있는 골프계가 으레 겪는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관점이 사실이라 해도, ‘골프장이 물 부족 현상을 가속화한다’는 비판을 무시할 수는 없다. 기상이변으로 말미암은 물 부족 사태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심각하게 다루어지는 문제이며, 골프장이 물을 많이 쓰는 시설인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기상이변이 이어지고, 그 여파로 물 부족 현상이 세계적인 이슈가 되지 않았다면, 혹은 골프장이 물을 많이 쓰는 시설이 아니었다면 골프장이 물을 많이 쓴다는 이유로 미운털이 박히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두 가지 악재가 겹친 결과, 큰 논란에 봉착하게 되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여름도 전 세계의 골프장은 ‘물 부족 책임론’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할 것 같다. 올해도 기상이변 현상이 이어지고, 물 부족 현상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스리라차 소스’가 가뭄으로 재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어 생산이 중단되는가 하면 가뭄으로 말미암은 세계적인 쌀, 설탕 공급 부족 사태도 우려되는 등 물 부족 사태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 때문에 물 부족 시대에 골프장도 책임이 있다는 논리하에 이어지는 공격을 마냥 무시하기 어렵게 되었다.

 

올해 7월, 스페인 골프장 여러 곳이 환경운동단체의 ‘공격’을 받았다. 환경운동단체가 극심한 가뭄에도 골프장들이 너무 많은 물을 쓴다는 이유로, 골프장 홀을 흙으로 메워버린 것이다. 이 시위를 벌인 환경운동단체 ‘멸종 반란’(XR)은 7월 2일 영상을 통해 스페인 활동가들이 수도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바스크, 나바라, 이비자 등에 있는 골프장의 홀을 메워버렸다. 활동가들은 홀을 흙으로 메운 자리에 묘목을 심고, “가뭄 경고, 기후 정의를 위해 골프장을 폐쇄함”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또 XR은 성명을 통해 스페인이 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데도, 이곳 골프장들이 물을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발할 목적으로 시위를 벌였다고 밝혔다. 사실상 작년 프랑스에서 있었던 비슷한 시위의 ‘재방송’이다.

다행이라 해야 할지 국내에서는 아직 해외처럼 환경단체가 극단적인 형태로 시위를 벌이거나, 지난해 여름처럼 다른 물 낭비 논란이 골프장 물 낭비 논란으로 번지는 사태 등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본격적인 여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 앞일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 골프장이 물 문제로 논란에 휩싸인 일도 있다.

 

지난 6월 말, 전남 나주시는 개발행위 변경 허가 없이 골프장 저류지 규모를 확대하여 먼저 시공한 A골프장을 국토계획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222만 6,265㎡에 36홀 규모의 이 골프장은, 지난 3월 증설을 위해 나주시에서 개발행위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허가 내용과는 달리, 골프장 저류지 규모를 확대 선 시공하였다는 이유로 고발을 당한 것이다.

문제가 된 골프장 저류지는 다도면 송학리 봉산마을 인접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저수지(봉산제)의 상류에 있으며, 이에 마을 주민들은 가뭄 시 저수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봉산제 관리주체인 농어촌공사와 골프장이 봉산제 농업용수 수리권 침해 예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봉산제 저수율이 낮아지면 가속한다고 용수를 공급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저류지 저수율이 40% 이하로 낮아지면 용수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조항으로 농민들의 반발이 일자 나주시는 봉산제의 저수율이 30% 이하가 되는 등 가뭄이 극심해질 시 저류지 저수율이 40% 이하가 되어도 담수된 용수를 모두 공급할 수 있도록 골프장의 협조를 요청했고, 골프장 측은 ‘봉산제를 이용하는 주민이 가뭄으로 농사를 짓는 데 어려움이 있으면 저류지에 담수된 용수 중 오염원이 없는 용수에 한해 당초 조항을 초과해 공급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렇게 원활히 협의가 이루어지듯 했지만, 허가 없이 골프장 지난해 규모를 확대해 선 시공하였다는 이유로 결국 골프장이 고발당하기에 이른 것이다. 물론 고발 조치가 이루어진 것일 뿐 자세한 상황이 명백히 드러난 것은 아니므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물 부족 사태로 미운털이 박힌 국내 골프장 업계에 반가운 뉴스는 아닐 것이다.

 

올 여름도 지난해처럼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폭염 및 가뭄과의 전쟁을 치를 것으로 보이며, 골프장 역시 그로 말미암은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기상이변의 시대. 골프장의 윤리와 지혜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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