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사랑에 빠져 공사 구분 못 하는 사람들
골프 사랑에 빠져 공사 구분 못 하는 사람들
  • 김태연
  • 승인 2023.07.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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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사랑이 지나친 나머지, 공사 구분을 못 하고 골프 연습에 빠지거나, 골프장에 가거나, 심지어 금전적 문제를 일으켰다가 질타받고, 경력에 흠이 가고, 법적 처벌 위기에 몰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공사 구분은 사회인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기본이다. 특히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는 중 공사 구분을 못 하면 작게는 윤리적인 문제가 되고, 크게는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

안타깝게도 기본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드물지 않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골프 사랑이 지나친 나머지, 공사 구분을 못 하고 골프 연습에 빠지거나, 골프장에 가거나, 심지어 금전적 문제를 일으켰다가 질타받고, 경력에 흠이 가고, 법적 처벌 위기에 몰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문제의 초등학교 교사

 

최근 초등학교 교사 A 씨의 ‘공사 구분 못 하는 골프 연습’이 큰 논란이 되었다. 초등학교 교사인 A 씨는 학생들에게 속담 외우기나 문제 풀이를 시킨 후, 골프 연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 중에서는 골프채가 교내 기물에 부딪히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거나, 휙휙 거리는 소리가 날 때마다 무섭다거나, 골프채에 맞을까 불안을 토로하는 학생도 있었다. 이에 당연히 학부모들은 문제의 교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담임 선생님이 교내에서 골프를 친다는 말을 듣고 ‘설마’ 했지만, 실제로 골프 연습을 하는 영상을 보고 놀랐다는 것이다. 

문제의 A 교사는 ‘연습의 중요성을 가르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해명했고, 학교에서도 교육 목적을 위해 골프 스윙을 보여 주었다고 두둔했지만, 해당 공립학교 교과 과정에 골프 수업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며 더 큰 비판을 받았다. 결국, 경기도교육청이 나서 A 씨에 대한 감사에 나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이후 징계위원회를 열고 징계 수위를 결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골프로 인해 해임당한 공무원

 

공사 구분 못 하고 골프를 쳤다는 이유로 해임당한 공무원이 징계에 불복해 재판까지 간 사건도 있다. 

B 씨는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장기간 근무한 공단 직원으로서, 퇴직 후 상임이사로 임명되었다. 이후 2020년 1월 정부가 코로나19 위기경보단계를 3단계로 격상했고, B 씨는 코로나19 대응방안 대책단 단장으로 보임됐다.

같은 해 2월 정부에서 위기경보단계를 최고단계로 격상하며 대구·경북 등 지역에 행사 자제를 공지했다. 이에 따라 공단 대책단도 모든 회의·행사·출장·회식 등 외부 접촉 최소화. 단체 회식 자제, 출장·교육·회의 최대한 자제 및 외부 활동 제한, 시급성과 필요성이 낮은 여행 또는 사적 모임에 대한 가급적 연기 혹은 취소 등을 지시했다. 

하지만 B 씨는 공단 내 대책단장을 맡았음에도 2020년 3월 경북 김천의 한 골프장의 골프 모임을 했다가 자가격리 대상이 되었고, 이후 골프장 방문 사실을 숨기고 마트 방문으로 자가격리된 것처럼 허위 경위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심지어 같은 달 말에 B 씨는 다시 공단 직원들과 골프 모임을 했으며,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며 논란이 되자 공단은 감사를 거쳐 B 씨를 해임했다.

이에 B 씨는 해임이 무효라며 공단 상대로 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불법 해임이라며 B 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B 씨의 해임이 적법했다며 1심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원고의 직위·직급, 지역적 상황을 고려하면 피고 공단의 지시를 불이행하고 허위의 경위서를 제출한 것은 일반 직원이 같은 행위를 한 것과 달리 평가되어야 한다”, “A 씨는 비위 사실 당시 피고 공단의 코로나 비상대응 대책단장으로 전 부서에 지침을 내렸는데 스스로 그 지시를 두 차례 어기고 경위서도 허위로 작성했다. 이는 성실 의무·품위유지 의무 위반이다”, “코로나 비상대응 대책단장으로서 명령과 지시를 스스로 어기고 허위의 경위서를 제출하는 고위 임원에게 공단 직원들의 신뢰와 복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등의 이유로 B 씨의 패소 판결을 내렸다.

 

사무관리비로 골프용품 상품권 구입한 공무원

 

전남도청에서는 공무원들이 노조가 직영하는 매점의 구매대행을 통해 사무관리비를 사적으로 사용하다 감사에서 적발되었다. 전남도가 밝힌 바에 따르면, 3월 말부터 2개월 동안 의회를 포함한 전남도 74개 모든 부서의 최근 3년간 사무관리비 집행내역을 감사한 결과, 예산을 사적으로 사용한 20개 부서 50명이 적발되었다. 여러 공무원이 예산을 사적으로 사용해 감사에 적발되고, 경찰에 고발되거나 수사 요청된 가운데, C 씨가 세금으로 조성된 사무관리비를 골프용품 상품권, 의류 상품권 등 410만 원가량을 쇼핑몰에서 사들인 게 드러났다. 

 

공과 사 구분은 사회인의 기본

 

이 세 사건은 모두 2023년 5월 한 달 동안 벌어지거나, 판결이 나오거나, 보도된 사건들이다. 2023년으로 범위를 넓히면 더 많은 사건이 나올 것이며, 2020년대, 21세기로 범위를 넓히면 공사 구분 못 하고 골프를 친 사례들이 말 그대로 쏟아질 것이다. 

물론 골프 때문에 공사 구분 못 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골프라는 스포츠를 비판할 수는 없다. 게임 때문에, 주식 때문에, 코인 때문에, SNS 때문에 공사 구분 못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렇다고 ‘지나치게 몰입하여 공사 구분을 못 해서는 안 된다’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위의 종목 자체를 비판하면 안 되듯, 골프도 그런 논리로 비판해서도 비판받아서도 안 된다. 

반대로 골프 때문에 공사 구분을 못 한 사람에 대한 어설픈 변호도 금물이다. 골프를 좋아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아무 데서나 연습하거나, 지나치게 골프장을 다닐 수 있다며 예삿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 이렇게 말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골프 때문에 공사 구분 못 하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며, 골프 이미지가 깎이는 것도 피할 수 없다.

공과 사를 구별하는 건 사회인이 지켜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런데도 골프 때문에 공사 구분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고, 이 문제가 언론에도 자주 보도되는 건 희극이자 비극이다. ‘골프 사랑’과 ‘공사 구분’은 충분히 양립 가능하다는 걸 기억하고, 골퍼로서도 사회인으로서도 흠 잡히지 않도록 해야겠다.

 

 

GJ 김태연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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