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하면 발생하는 로스트볼 사건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로스트볼 사건
  • 김태연
  • 승인 2023.07.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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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소유가 아닌 로스트볼은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는 건 이제 상식이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로스트볼 절도 혹은 횡령 사건은 오래전부터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로스트볼을 둘러싼 논란

 

로스트볼 사건은 1980년대에도 골프연습장 울타리를 넘어온 로스트볼 수천 개를 빼돌려 그중 일부를 팔아넘긴 피의자가 점유이탈물횡령죄로 검거된 사건이 있을 만큼, 오래된 문제다.

사실 국내에서 로스트볼 절도 혹은 횡령 사건이 크게 문제가 된 건 2000년대 이후다. 이전에는 가끔 일어나는 해프닝, 혹은 해외 토픽에서나 볼 사건으로 여겨졌다. 2000년대 중반 국내에서 전문적으로 로스트볼을 훔쳐 판 일당이 검거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해외 토픽에서나 볼 법한 일이 국내에서도 일어났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로스트볼 절도나 횡령을 더는 ‘해프닝’ 정도로 여기기 어렵게 되었다. 잊을만하면 발생하고, 피해도 작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자신의 소유가 아닌 로스트볼에 손을 댔다고 꼭 절도나 횡령죄가 적용되어 법적 처벌을 받는 건 아니다. 자신의 소유가 아닌 로스트볼에 손을 대는 것만으로도 재판정에 설 수는 있지만, 꼭 유죄 판결을 받는 건 아니다.

 

로스트볼 관련 판례

 

관련 판례를 살펴보자. 먼저 살펴볼 판례는 2011년에 있었던 사건이다. 이 사건의 피의자들은 A 골프장 주변에서 3차례에 걸쳐 시가 30만원 상당의 로스트볼 1,600여 개를 훔친 혐의를 받았고, 특수절도 혐의로 기소되었다. 하지만 1심에서도, 항소심에서도 피의자들에게 무죄가 선고되었다. 

당시 재판부는 “골프 경기자들이 실수로 골프장 밖으로 친 골프공에 대해 다른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면 경기 중 골프장을 벗어난 곳에 떨어진 골프공의 소유권을 포기한다는 묵시적인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때문에 피고인들이 골프장 밖에서 주운 공은 골프경기자의 소유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경기자들이 소유권을 포기해 무주물(無主物)이 된 골프공에 대해서도 골프장 구획 밖인 장소에 떨어졌다면 골프장 시설관리자가 해당 골프공의 소유권을 선점했다고 볼 수 없다”라며 피의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즉, 로스트볼의 소유자라 할 수 있던 골프장 측에서 소유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았고, 이를 가지고 갔다고 절도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물론 반대의 결과가 나온 판례도 있다. 바로 B 골프장 사건이다. 이 사건의 피의자들은 B 골프장에 침입해 잠수장비를 착용하고, 해저드 안으로 들어가 뜰채 등으로 골프공을 건져낸 혐의를 받았다. 

이 사건에서는 피의자들에게 유죄가 선고되었다. 피의자 여럿이 범행을 공모하고, 공모한 범행을 적극 실천에 옮긴 것, 범행 장소가 골프장 안의 해저드였다는 점 등이 문제가 되었고, 결국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즉, 법적인 측면에서 보면 로스트볼을 가져가는 게 범죄냐 아니냐의 여부는 피의자의 의도, 사건 장소, 또 로스트볼의 관리 주체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사건에 따라 다양한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주운 물건을 가져갈 때 적용되는 점유이탈물횡령, 말 그대로 도둑질을 했을 때 적용되는 절도나 특수절도, 심지어 훔친 로스트볼인 줄 알고 사들였다면 장물취득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 

따라서 자기 소유가 아닌 로스트볼에는 될 수 있으면 손을 대지 않는 게 현명하다. 하지만 로스트볼 절도 혹은 횡령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로스트볼 전문 절도단

 

2017년에는 ‘전문 로스트볼 절도단’이 언론 보도를 탔다. 이 사건 피의자들은 전국 각지를 돌며 로스트볼 절도 행각을 벌인 건 물론,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는 로스트볼 절도범들과 암묵적으로 권역을 나누고, 자신들의 구역에서 범행을 저지르는 치밀한 면모를 보였다. 

올해 5월에도, 2021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제주 지역의 골프장을 돌면서 로스트볼 15만개를 건져내 훔쳐낸 혐의를 받는 피의자들이 구속되었고, 이들에게 골프공을 사들인 사람들까지 장물취득 혐의로 입건되었다.

 

로스트볼과 바꾼 목숨

 

심지어 자기 것이 아닌 로스트볼에 손을 대려다 목숨을 잃는 일도 있었다. 몰래 로스트볼을 주우러 왔다 연못에 빠지거나, 긴급 사태가 생기면 도움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2012년에는 한 여성이 로스트볼을 줍기 위해 해저드에 접근했다가 그대로 빠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2021년에도 한 여성이 밤중에 로스트볼을 주우러 골프장에 들어갔다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변사체로 발견되기도 했다. 

 

골프 업계의 골칫거리

 

이렇다 보니 로스트볼 절도 및 횡령 사건은, 골프 업계의 골칫거리 중 하나로 꼽힌다. 골프장에 불법침입을 하고 골프장 소유인 로스트볼을 훔쳐가기도 하고, 실수나 예기치 못한 이유로 침입자가 사망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니 말이다. 과연 이런 일을 막을 수는 없을까?

안타깝지만 로스트볼 사건은 업계가 알아서 막기는 어렵다. 광대한 골프장을 24시간 내내 철통처럼 지키며 작정하고 숨어드는 침입자를 막는 건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사건으로 검거된 사람들은 대부분 골프장에서 침입을 인지하고 신고해 검거된 게 아니라, 범행에 대한 첩보를 받은 경찰이 적극적인 수사에 나선 끝에야 비로소 검거되었다. 물론 골프장에서도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막기 어려운 유형의 범죄다. 

사실 자기 소유가 아닌 로스트볼에 손을 대는 건 어떤 관점에서는 어리석은 일이다. 우선 범죄일 가능성이 크고, 또 이런 일을 한다고 큰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최근 제주도에서 검거된 로스트볼 절도범들은 1년 넘게 활동하며 15만개의 공을 훔쳐 팔아 3천만원을 챙겼다고 한다. ‘오랫동안 목숨 걸고 법을 어긴 대가’로는 턱없이 적은 돈이었다.

 

 

GJ 김태연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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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택호 2023-07-11 10:18:14
로스트볼의 주인은 그 볼은 친 사람이 주인아닌가요? 워터해저드에 들어간 볼도 그 볼도 당연히 그 볼을 친 사람이 주인이죠. 그걸 골프장에서 자기들거라고 훔쳐가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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