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LIV 전격 합병 발표, 남자골프계의 대격변 시작되나?
PGA-LIV 전격 합병 발표, 남자골프계의 대격변 시작되나?
  • 김상현
  • 승인 2023.07.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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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투어, 사우디아라비아의 후원을 받는 LIV 골프, DP 월드투어가 지난 6월 6일(현지시간) 3자 간 합병을 선언했다. 세계 남자골프계에 ‘대격변’을 불러일으킬 이번 합병의 배경과 전망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남자프로골프투어의 합병

 

이번 3자 간 합병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사우디아라비아 LIV 골프, 유럽 PGA 투어를 관리하는 DP 월드투어의 통합을 골자로 하며, 통합을 위해 새로운 단체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또 현재 대부분의 PGA 투어와 유럽프로골프투어 대회를 뛰지 못하고 있는 LIV 골프 소속 선수들도 2023년 시즌 이후 다시 미국과 유럽 골프투어 회원자격을 신청할 수 있을 예정이다. 

LIV 골프의 스폰서인 사우디 국부펀드는 새로운 골프 통합 법인에 대대적으로 투자할 것이며, 그동안 골프투어 단체 간에 계류 중이던 소송 역시 모두 종료하기로 했다. 말하자면 서로 과거는 잊고, 함께 미래로 나아가자는 ‘대통합’이다. 

다만 이번 합병으로 새로 만들어질 단체의 이름, LIV로 이적한 선수들의 2023시즌 PGA 투어 참가 가능 여부, 2024년 LIV 골프 리그의 운영 방식 등은 추후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발표한 내용 그대로, 100% 합병이 무사히 끝나리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PGA 투어 제이 모나한 커미셔너가 “기본 합의일 뿐 확정 합의는 아니다”라고 말한 대로, 아직 갈 길은 멀다. 선수들이 포함된 PGA 투어의 정책 이사회에서 합병을 반대하면 합병 진행이 어려워질 수도 있고, 미국 법무부 등이 반독점을 명분 삼아 합병을 불허할 수도 있다. 

합병 과정에서 잡음은 있겠지만, 합병 자체가 완전히 무효가 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PGA, LIV, DP 월드투어가 합병하고, 합병 후 만들어질 새로운 단체가 앞으로 세계 남자골프계를 좌지우지할 게 거의 확실시 된다. 그야말로 남자골프계의 대격변이다.

 

예상치 못한 기습 발표

 

이번 합병은 골프 전문가, 심지어 상당수의 내부자도 예상치 못한 ‘기습 발표’로 진행되었다. PGA와 DP 월드투어의 합병설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PGA와 LIV의 전격 합병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2022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LIV를 옹호하며 “PGA 투어에 대한 충성심으로 남아 있는 모든 골프 선수들은 나중에 PGA 투어가 LIV 골프에 합병되면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발언을 했다가 빈축을 산 것을 제외하면, 유명인이나 골프인 중 PGA와 LIV의 합병을 예측하거나 공언한 사람은 없다시피 했다.

외부인은 물론, PGA 선수나 LIV 내부자도 대부분 합병에 대해 알지 못할 만큼, 이번 합병은 은밀하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큰 결정을 투명하게 진행하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반발이 일어나는 법. 실제로 이번 합병을 둘러싸고, 각계각층에서 반발하고 있다.

 

의리를 택했던 PGA 선수들의 반발

 

가장 크게 반발하는 건 PGA와 LIV가 한창 대립할 때 LIV에서 제안한 거액의 돈을 포기하고 ‘의리’를 쫓아 PGA에 남은 선수들이다. 이번 합병의 최대 수혜자가 LIV로 이적하여 거액을 챙기고 1~2년 만에 다시 PGA 무대로 복귀할 길이 열린 LIV 선수들로 꼽히는 만큼, PGA에 남은 선수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PGA 투어 커미셔너 제이 모나한은 LIV와 합병을 발표한 직후 RBC 캐나다 오픈이 열리는 오크데일GC에서 선수들과 긴급 회동을 했고, 이 자리에서 PGA 선수들에게 ‘융단 폭격’을 맞았다. 심지어 제이 모나한을 ‘위선자’라 부르며 사퇴를 요구하는 선수도 있었고, 모나한도 위선자라는 비난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PGA도 LIV로 이적하지 않고 의리를 지킨 ‘충성파’ 선수들을 달래기 위해 보상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어떤 기준으로 보상해 주고 또 얼마나 보상을 해주어야 할지 대단히 골치 아픈 문제다.

 

오일 머니에 무너진 PGA

 

PGA 선수들의 반발 등 비즈니스적인 잡음은 물론, 정치적인 잡음도 크다. 이번 합병의 승자는 PGA가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는 이번 합병 후 만들어질 새 법인의 독점적 투자자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PIF는 새 법인의 상당 지분을 보유하고, 유일한 투자자가 되며, 외부 투자를 받을 때 PIF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도 알려졌다. 합병 후 만들어질 새 법인을 주도하는 건 결국 사우디아라비아가 될 것임을 짐작하게 만드는 조건들이다. 

이 때문에 ‘오일 머니의 승리’, ‘PGA가 오일 머니 앞에 무너졌다’는 말까지 나온다. 더군다나 사우디아라비아는 인권 침해를 자행하는 독재 국가라는 멍에를 벗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과 여러모로 복잡한 관계라는 특히 미국 내에서 잡음이 크다. 미국 정계에서 이번 합병을 ‘혐오스러운 계약’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비판하거나, 비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제재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일부나마 있다. 

9.11 테러 유족들도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유족들은 사우디아라비아가 9.11 테러를 주도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과거 LIV 옹호 발언을 한 트럼프를 비판하거나, LIV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런데 PGA와 LIV가 합병하고, 그것도 미국 단체인 PGA가 오일 머니에 숙이고 들어가는 모양새가 되었으니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신의 한 수 vs 끔찍한 결정

 

PGA-LIV-DP 월드투어의 삼자 합병은 지금으로선 ‘사우디 오일 머니의 승리’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사우디의 막강한 자금력 앞에 결국 PGA와 DP 월드투어가 숙이고 들어가는 모양새가 되었기 때문이다. 인권 탄압 독재 국가의 멍에를 벗지 못한 사우디 머니가 세계 남자골프계를 좌지우지하게 된 만큼, 한동안 잡음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번 합병은 수많은 합병과 합병 이후 후유증을 고려해도, 이후 남자골프계를 더욱 발전시키는 ‘신의 한 수’가 될까. 아니면 돈에 영혼을 팔았다는 비판으로도 모자라, 업계를 퇴보시키는 ‘끔찍한 결정’이 될까.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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