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국내 골프장 M&A시장
얼어붙은 국내 골프장 M&A시장
  • 김상현
  • 승인 2023.06.0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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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당 100억 시대’에 환호한 게 엊그제 같건만, 현재 한국 골프장 시장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부르는 게 값’, ‘비싸도 없어서 못 산다’라며 하루가 다르게 몸값이 치솟던 국내 골프장 M&A(인수합병) 시장이 고금리와 경기침체라는 내부적 요인에, 해외 골프장 시장의 활성화라는 변수까지 생기며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짧게 끝난 홀당 100억 시대

 

최근 몇 년간, 특히 ‘코로나 호황’ 시기 국내 골프장은 유례없는 몸값 상승을 기록했다. ‘홀당 100억’은 예전에는 상상도 하기 힘든 액수였지만, 작년에는 목 좋은 골프장이라면 마땅히 지급해야 할 금액으로까지 여겨졌다. 심지어 홀당 160억대를 기록한 골프장도 나왔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며 골프 인기는 상승세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현재 골프장 몸값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의구심 어린 시선이 커졌고, 고금리와 경기 침체라는 악재까지 더해졌다. 이 때문에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골프장 인수합병 시장이 점차 얼어붙었고, 올해에도 여전히 찬바람만 불고 있다. 예전 같으면 마땅히 거래가 이루어졌을 법한 알짜 매물의 거래마저 지지부진하다.

 

국내 골프장 M&A 시장 찬바람

 

최근 화제를 모은 경기도 광주의 대중제 골프장 큐로컨트리클럽(큐로CC) 매각을 살펴보자. 큐로CC는 경기 광주에 위치한 27홀 규모의 대중제 골프장이며, 작년 매출은 257억원, 영업이익은 121억원을 달성한 ‘알짜 매물’이다, 2017년 매출이 불과 57억원이었는데 작년에는 영업이익이 121억원을 기록했으니, 충분히 매력적인 상품이었다. 하지만 작년 상반기부터 큐로CC가 시장에 나왔지만,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에 찾아온 고금리 여파 등 여러 악재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매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큐로CC의 주인인 사모펀드(PEF) 큐캐피탈파트너스는 새로운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고 다시 한 번 매각에 나서 새 주인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현재 골프장 M&A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증거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무리 여러 악재가 있다지만, 그렇게 뜨겁게 달아올랐던 골프장 M&A시장이 왜 이렇게 빨리 얼어붙었을까?

 

골프장 M&A 시장이 얼어붙은 이유

 

먼저 골프장의 몸값이 지나치게 올랐다는 게 주된 이유로 꼽힌다. 홀당 100억, 심지어 홀당 160억 원에 달하는 몸값은 한창 골프 경기가 상승하고 골프장 몸값이 뛰어오르던 작년 상반기까지는 시장에서 이를 소화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고금리, 경기 하락, 유동성 축소 등 여러 악재가 쌓이며 지나치게 오른 골프장 몸값은 거래를 꺼리는 주된 요인이 되었다. 골프장 몸값이 낮아지면 다시 시장에 활기가 돌 가능성도 있지만, 아직 파는 측에서 대대적으로 몸값을 낮추면서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은 관측되지 않는다.

 

골프장 몸값 다시 오를 수 있을까?

 

그렇다면 향후 오를 대로 오른 골프장 몸값 그대로 시장이 다시 활성화될 가능성은 있을까? 사실 골프장 몸값이 치솟은 건 단기간에 골프 인기가 치솟고, 국내 골프장을 찾는 이용객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지금의 골프장 몸값을 유지하면서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는 건 당분간은 어려워 보인다.

먼저 골프장 이용객이 제자리걸음이다. 3월에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2년 골프장 이용객 수는 2021년에 비해 약 1만 6천 명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고, 1홀당 평균 이용객은 오히려 2021년에 비해 1.7% 정도 감소했다. 이용객이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성장이 정체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나아가 제주도나 강원도처럼 이미 이용객 감소가 시작된 지역도 있다. 

지금으로서는 이러한 성장 둔화나 정체, 심지어 소폭의 하락까지 나타나는 상황을 뒤집을 만한 ‘극적 반전’의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해외 골프장 시장의 약진도 국내 골프장 투자나 인수합병 시장을 얼어붙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코로나 사태가 한창일 때야 국내 골프장을 이용하는 것 외에는 사실상 골프를 칠 방법이 없었지만, 이제 하늘길이 열리며 해외 골프도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다. 이에 많은 이용객이 국내가 아닌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으며, 개인 투자자나 기업들도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특히 일본 골프장에 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현재 국내 투자자들은 도쿄와 오사카 등 주요 도시보다 비교적 저렴한 시세가 형성된 후쿠오카와 훗카이도 등에 관심을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후쿠오카는 국내에서 비행기로 2시간 내외로 오갈 수 있어, 한국인에게 매력적인 상품으로 꼽힌다. 거기에다 엔저와 골프장의 가격 자체가 저렴하게 책정된 덕분에, 부담도 적다. 심지어 국내 가격의 5분의 1에 불과한 상품도 있다고 알려졌다.

일본 외에도 미국, 동남아 등 타국의 골프장 역시 매력적인 상품으로 꼽힌다. 이에 일부 매각자문사들이 해외 골프장에 주목하고, 거래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사태가 엔데믹으로 접어들어 해외여행이 정상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홀당 100억이 넘어도 없어서 못 판다는 역대급 골프장 호황이 엊그제 같건만, 현재 국내 골프장 M&A 시장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물론 국내 골프 인기가 꺾이거나, 골프장 이용객이 크게 줄어든 건 아니니 벌써부터 ‘장기 불황’ 운운하는 건 성급하다. 

하지만 당장 골프장 M&A  시장이 얼어붙은 건 사실이며, 이 때문에 업계에 좋지 않은 영향이 나타날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과연 얼어붙은 골프장 M&A 시장은 어디로 흘러가고, 골프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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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홍 2023-06-13 09:30:17
한국 골프장의 상황은 일본과 완전다릅니다.일본은 여성분들이 골프를 안치죠. 근검절약이 우선이고 한국의 골퍼 절반이 여성분이라 그럴리가 없는거죠. 20년전부터 골프장 사업은 망한다고 했던거 기억하시나요? 가끔씩 써먹은 기사?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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