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호주 꺾고 LPGA 한화 인터내셔널 크라운 우승, 한국은 예선 탈락
태국, 호주 꺾고 LPGA 한화 인터내셔널 크라운 우승, 한국은 예선 탈락
  • 김상현
  • 승인 2023.05.0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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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국가대항전 한화라이프플러스 인터내셔널 크라운(총상금 200만 달러)에서, 태국이 호주를 꺾고 세계 정상에 올랐다.

 

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하딩파크 TPC(파72)에서 열린 호주와의 결승전에서 모리아, 에리아 쭈타누깐 자매, 아타야 티띠꾼, 패티 타와타나낏을 앞세운 태국은 싱글매치 2경기와 포섬 1경기 등 3경기를 모두 이기며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그야말로 완승이었다. 결승전에서 태국은 3경기 모두 4홀 차로 이겼다. 처음 싱글매치에 나선 티띠꾼은 스테파니 키리아쿠를 2홀 남기고 4홀 차로 이겼고, 두 번째 주자인 타와타나낏은 해나 그린을 3홀 남기고 4홀 차로 꺾었다. 마지막 포섬 경기에 출전한 쭈타누깐 자매도 이민지와 세라 켐프를 3홀 남기고 4홀 차로 제압하며 우승을 확정 지었다.

 

 

준결승에서는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 미국을 이겼다. 싱글 매치에서는 타와타나낏이 릴리아 부에게 1홀 차로 패했지만, 이후 티띠꾼이 렉시 톰프슨을 3홀 차로 이기며 만회했다. 포섬 경기에서도 쭈타누깐 자매가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다와 대니얼 강을 1홀 차로 이겼다.

 

 

태국이 이번 대회 예선과 토너먼트를 합친 총 전적은 11승 1패. 미국을 제외하면 어떤 나라도 태국 상대로 1승조차 거두지 못했다. 조별 예선에서 한국, 일본, 호주 등 강적을 만났음에도 6전 전승으로 파죽지세로 우승을 향해 나아갔고, 그 기세는 준결승과 결승까지 이어졌다. 태국 팀에서 쭈타누깐 자매는 예선 3경기와 준결승, 결승까지 5전 전승을 거두며 팀의 우승을 견인했고, 티띠꾼도 5전 전승으로 팀의 우승에 크게 이바지했다.

 

 

호주는 준결승에서 스웨덴을 꺾고 우승을 노렸지만, 결국 태국의 기세 앞에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준결승에서 태국에 패한 미국은 3~4위전에서 스웨덴을 이기며 3위로 유종의미를 거두었다.

 

대체 어떻게 태국은 여자골프 최강국이 되었을까. 요약하면 ‘우수한 전력과 동기부여’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세계 랭킹으로만 따지면 태국의 우승은 다소 의외라 생각할 수도 있다. 현재 세계랭킹을 살펴보면 티띠꾼이 5위로 최상위권이지만, 태국 선수 중 두 번째로 높은 타와타나낏은 63위다. 쭈타누깐 자매도 모리아가 80위, 아리야는 83위다. 냉정히 말해 티띠꾼을 제외하면 세계 최정상급의 랭커는 없다.

 

 

하지만 순위는 숫자에 불과했다. 63위 타와타나낏은 세계랭킹 4위 릴리아 부를 상대로 1홀 차로 석패했고, 세계랭킹 80위권의 쭈타누깐 자매는 세계랭킹 1위인 코다, 16위인 대니얼 강을 이겼다. 거기에다 한두 번의 승리로 극적 반전을 맞이한 게 아니라, 총 전적 11승 1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었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전력이 강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을 성적이다. 실제로 태국 여자골프 전력은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 2021년, 2022년 LPGA 투어 신인왕도 모두 태국이 차지했다.

동기부여도 충분했다. 타와타나낏은 우승 직후 현장 인터뷰에서 “태국 팬들을 위해 경기하는 게 동기부여 됐다. 나라를 대표해 경기하는 건 의미있고 자긍심을 갖게 한다”고 말했고, 티띠꾼도 “세계에서 가장 좋은 팀을 꾸렸다”고 말했다.

 

 

반면에 한국은 부진했다. 전인지와 최혜진, 고진영과 김효주가 팀을 이뤄 출전한 한국은 5일(한국시간) 열린 대회 첫째 날 포볼 경기에서 호주의 이민지-스테파니 키리아쿠, 해나 그린-세라 캠프에게 모두 패하며 2패를 기록했다. 이어 6일(한국시간) 대회 둘째 날 우승팀 태국을 만나 패티 타와타나낏-아타야 티띠꾼, 에리야-모리야 쭈타누깐 자매 조에게 역시 2패를 기록하며, 4전 전패로 승점을 얻지 못해 한국이 속했던 B조(한국, 일본, 태국, 호주)에서 최하위를 기록하며 예선 탈락의 아픔을 맛보았다. 그나마 마지막 일본과의 경기에서 사소 유카-시부노 히나코, 하타오카 나사-아야카 후루에 조를 상대로 2승을 기록하며, 체면치레는 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상대가 강했기 때문이다. 한국에 4패를 안겨 준 호주와 태국은 결승전에서 우승을 두고 맞붙었다. 일본 역시 세계 랭킹 15위인 나사, 세계랭킹 19위 아야카 등 만만찮은 전력으로 팀을 꾸렸지만, 한국은 그런 일본을 2:0으로 완파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당연히 이겨야 했을 약팀 상대로 패한 건 결코 아니다.

 

하지만 예선 탈락이라는 결과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대회 2연패를 목표로 삼았다. 전력으로 따지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지만, 결국 예선 탈락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특히 작년부터 LPGA 투어 승수가 크게 줄었고 ‘LPGA 18개 대회 연속 무승 기록’이 이어지는 등 여자골프 세계 최강국으로서의 명성이 다소 퇴색한 가운데, 이번 대회로 한국이 더는 ‘절대 강자’가 아니라는 게 다시 한 번 확인된 점은 냉정히 받아들여야 한다. 압도적인 여자골프 최강국은 없고, 여러 나라가 LPGA 우승을 나눠 가지는 춘추전국 시대가 펼쳐진 가운데, 한국 여자 골프가 예전의 위용을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할 때다.

 

한편, 한화라이프플러스 인터내셔널 크라운은 2014년 출범했고, 초대 우승국은 스페인이었다. 2016년엔 미국이, 2018년엔 한국이 우승했으며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한동안 열리지 못했다가 이번에 재개했다.

 

 

GJ 김상현 이미지 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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