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불공정 약관 시정에 나선 공정위
골프장 불공정 약관 시정에 나선 공정위
  • 김상현
  • 승인 2023.04.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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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3일, 공정거래위원위(공정위)는 전국 33개 골프장 사업자의 이용약관 및 회칙을 직권조사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공정위는 33곳의 골프장 사업자를 선정하고 이용약관과 회칙을 살핀 후 그 결과 및 시정 사항 등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국내 골프장의 사례

 

‘골프를 치다 폭우가 내려 라운드를 중단하면 요금을 환불받을 수 있을까?’ 골프장을 가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전액 환불’까지는 아니라도, ‘아직 라운드를 돌지 않은 홀만큼 환불받아야 한다’고 대답할 것이다.

언뜻 생각해도 이것이 합리적인 환불 기준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미국 골프장은 대부분 이러한 ‘홀당 정산 및 환불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 골프장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눈이 많이 오거나, 폭우가 내리거나, 안개가 심해 라운드를 불가피하게 중단했음에도, 환불이 불가하거나 일부만 환불해주는 골프장이 적지 않았다. 즉, 18홀 기준으로 5번홀까지만 돌다가 불가피하게 라운드가 중단되어도 전후반을 나눠 9번홀까지의 요금을 내라고 요구하는 곳. 나아가 9번홀을 지나 라운드 후반에 들어서면 이후 악천후로 라운드가 중단되어도 환불을 거부하는 골프장이 적지 않았다. 소비자로서는 지극히 불공정한 일이었지만, 한국 골프장의 현실상 소비자의 힘만으로는 이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바로잡기 어려웠다.

 

공정위의 골프장 사업자 이용약관 및 회칙 직권조사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문제에 팔을 걷어붙였다. 4월 13일, 공정위는 전국 33개 골프장 사업자의 이용약관 및 회칙을 직권조사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국내 골프장 운영업 기준 매출액·지역·실태조사 등을 고려해 33곳의 골프장 사업자를 선정하고 이용약관과 회칙을 살핀 후 그 결과 및 시정 사항 등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조사결과 먼저 강설, 폭우, 안개 등 불가피한 이유로 라운드를 도중에 중단했을 때도 이용하지 못한 홀에 대한 요금을 과도하게 부과하거나 환불을 제한하는 조항을 가진 골프장이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이러한 불공정 약관을 가진 업체들에 문제를 지적했고, 이에 업체들은 약관을 수정했다. 즉, 악천후 때문에 불가피하게 라운드가 중단되면, 이용을 마친 홀을 기준으로 1홀 단위로 요금을 정산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불공정한 골프장 약관 수정

 

불가피한 이유로 라운드가 중단된 상황에서의 환불 제한 약관과 더불어 다른 문제들도 적지 않았다. 골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그 책임은 소비자에게만 부담시키고 골프장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조항을 가진 곳도 있었고, 사업자의 과실로 소비자의 골프채 등 소지품을 분실하거나 훼손하였을 때 사업자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약관을 가진 골프장도 여럿 있었다. 이에 공정위는 안전사고나 소비자 휴대품에 대한 분실·훼손 사고 등이 발생할 시, 소비자와 사업자의 귀책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회원제 골프장도 문제가 되는 약관이 적지 않았다. 먼저 공정위는 회원으로 입회하거나, 회원권을 양도하거나 양수할 때 구체적인 기준을 두지 않고, 골프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조항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공정위는 ‘금치산자 또는 한정치산자가 아닌 자’ 혹은 ‘회생 또는 파산절차에 있지 않은 자’ 등 구체적인 자격 제한기준을 명시하도록 했고, 별도 회원 자격 제한기준이 없는 골프장이라면 입회나 양도·양수에 필요한 절차를 거쳐 회원이 될 수 있도록 약관을 시정토록 했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 없이 소비자의 골프장 이용을 제한하는 약관도 시정되었다. 이에 따라 골프장 사업자는 앞으로 골프장 이용을 제한할 땐 구체적 사유를 명시하고 사전에 통지하도록 바뀌었다.

골프장 측에서 자의로 회원을 제명하거나, 경미한 사유로 회원을 제명하거나 자격을 제한하는 약관도 공정위는 부당하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해당 조항은 삭제되었고, 경미한 위반 행위는 회원이 시정할 수 있는 절차를 두기로 하였다. 또한, 소비자의 탈회에 대해 골프장 승인을 받도록 하는 약관. 경영상의 이유로 입회금 반환을 미룰 수 있다는 약관도 시정되었다. 이제 탈회는 탈회 절차에 따라 진행하며, 그리고 입회금 반환 시기를 약관에 정확히 못 박음으로써 경영상 이유로 입회금 반환을 미루는 일도 막았다.

공정위는 이와 같은 사항들을 발표하며 골프장 사업자 대부분이 불공정약관에 속하는 조항을 스스로 시정했다는 점, 나머지 골프장 사업자들도 공정위의 시정 권고에 따라 문제 조항을 시정할 계획이라는 점 등도 언급했다.

 

늘어나는 표준약관 사용 골프장

 

또한, 2023년부터 ‘체육시설의 설치 및 이용의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 따라 대중형 골프장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골프장 이용 표준약관’을 사용해야만 하므로 향후 더 많은 골프장에서 표준약관을 사용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도 언급했다.

실제로 공정위의 전망대로 ‘골프장 이용 표준약관’은 점점 널리 쓰이고 있다. 올해부터 세제 혜택이 적용되는 대중형 골프장으로 지정받으려면 꼭 표준약관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경우, 도내 비회원제 골프장 25개소(회원제 병설 포함) 중 22개소가 대중형 지정을 신청해 현재 변형등록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대중제 골프장’으로 분류된 비회원제 골프장 대부분이 골프장 이용 표준약관을 도입한 셈이다. 또 표준약관을 쓰지 않는 골프장 역시 소비자에게 지나치게 불공평하거나 불합리한 약관에 대해 공정위가 제재에 나서면서, 한국 골프장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골프장의 갑질’을 어느 정도 개선하는 효과 또한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랫동안 한국 골프장은 지나치게 ‘골프장이 갑’이었고, 그 때문에 소비자가 부당한 피해를 보는 일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공정위가 나서 문제가 되는 약관을 시정하고 표준약관을 지정해 시행토록 하는 건 긍정적인 일이다.

 

이번 조치가 한국 골프계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로 꼽히는 ‘골프장 갑질’을 해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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