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때 골프’ 김진태 강원지사 논란의 진실, 공직자를 둘러싼 골프 논란의 끝은 어디인가
‘산불 때 골프’ 김진태 강원지사 논란의 진실, 공직자를 둘러싼 골프 논란의 끝은 어디인가
  • 전은미
  • 승인 2023.04.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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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1일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 한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해 대대적인 진화 작업이 펼쳐진 가운데, 해당 지역의 책임자인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골프연습장을 찾았다는 보도와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김진태 지사는 홍천 산불 당일 자신의 행적에 대해 적극 해명하며, 보도의 주체인 KBS 기자를 고소하는 등 산불 진압 당시 골프연습장 이용 논란에 정면돌파를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KBS 춘천방송총국 취재기자는 김진태 지사가 홍천 산불이 난 당일 골프연습장을 찾은 것은 물론 지인들과 술자리까지 가졌으며, 지난달 18일 평창군 진부면에서 산불이 발생했을 때에도 골프연습장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매년 봄철에는 건조한 날씨로 인해 산불 발생률이 높아지고 진화에도 어려움을 겪기 마련인데, 이번 홍천 산불 역시 산림 1천200㎡ 를 소실시키며 2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자연이 훼손되고 재산 및 인명피해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책임자인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골프연습장 및 술자리를 위해 자리를 비웠다니, 관련 보도를 접한 국민들의 반감은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산불 상황에 부적절한 행동 인정한다.” 사과의 뜻 밝힌 김진태 - 4월 4일

 

산불 발생 당일 골프연습장 방문 및 지인과의 술자리 등 김진태 강원지사의 행적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산불 상황에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을 인정한다. 심려를 끼친 점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산불 중 골프에 음주까지’ 김진태 강원지사에 강력 감사 지시한 김기현 - 4월 7일

 

김진태 강원지사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이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7일 “김진태 강원지사가 관할 지역 산불 진화 중에 골프장을 찾았다는 보도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라”며 당무감사실에 지시를 내렸다. 국민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안인만큼 당 차원에서 진상 조사를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이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김진태 지사에 대한 KBS 보도의 진위 여부는 국민의힘 당무감사실을 통해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다”, “김기현 대표는 물론 향후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 언행을 일삼는 당사자의 경우 관용 없이 일벌백계 하겠다”며 강력한 입장 표명에 나섰다.

그동안 공직자를 둘러싼 골프 논란은 꾸준하게 있어왔지만, 최근 김재원·조수진·태영호 최고위원의 실언 논란 등으로 인해 악화된 국민 여론이 김 지사 사태로 인해 더욱 악화된다는 판단 하에 국민의힘 차원에서 실질적인 징계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로 인해 김진태 강원지사는 당무감사를 거쳐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뒤 사안의 경중에 따라 중징계 처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이어졌다.

 

“사실상 ‘김진태 죽이기’ 의도로 보도한 KBS 기자 고소” 정면반박 시작한 김진태 - 4월 9일

 

언론과 여론은 물론 국민의힘까지 나서서 자신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자, 김진태 도지사는 지난 9일 KBS 춘천방송총국 취재기자 등을 허위사실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반성한다”는 입장을 밝힌지 닷새만의 태세전환이었기에 이를 본 국민들의 반응은 더욱 싸늘했다.

김 지사는 일요일인 9일 오후 2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향한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에 적극적인 해명을 시작했다. “근무 중 행동에 대한 비판은 달게 받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하면서도 “악의적 허위보도는 경우가 다르다”며 “이를 묵인하면 국민에까지 피해가 갈 수 있는만큼 진실을 밝히는 것이 공직자의 의무”라며 기자회견을 연 이유를 설명했다.

논란을 증폭시킨 KBS 춘천방송총국의 보도에서는 김 지사가 산불 진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을 당시에도 골프를 친 것처럼 악의적으로 언급됐지만, 실제로는 산불이 나기 전에 골프연습장을 찾았던 것이라는 게 김 지사의 해명이다. 산불 당일 골프연습장에 방문했던 것은 맞지만, 이는 오전 7시였고, 산불은 그로부터 9시간 뒤에 발생했으니 김 지사 입장에서는 업무 외 시간에 개인 스케줄을 본 것으로 무자비한 비난을 받게 된 것이다.

김 지사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로 “KBS가 최초 보도 이후에 무려 7차례에 걸쳐 기사를 수정했다”고 말했다. 이미 송출된 기사를 7차례에 걸쳐 수정한 것만 보더라도 사실상 KBS 측에서 최초 보도가 오보였음을 시인했다는 것이 김 지사의 주장이다.

 

산불대책특별기간에는 24시간 비상체계가 적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김 지사는 현재 강원도의 총책임자로 ‘산불방지대책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다. 산림청은 지난 3월 6일부터 4월 30일까지를 ‘산불특별대책기간’으로 지정하고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경계’단계로 상향함에 따라 강원도 역시 24시간 비상근무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언제 발생할 지 모를 산불에 대비해 24시간 비상근무체계에 돌입한 상황에서, “산불이 발생하기 9시간 전에 골프장을 찾았다”는 김 지사의 변명은 이를 받아들이는 국민들에게 다소 궁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직자를 둘러싼 골프 논란, 국민들의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

 

공직자를 둘러싼 골프 논란이 계속되면서 이를 접하는 국민들의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 최근 몇년간 골프의 대중화가 진행됐다고 하더라도 골프는 여전히 ‘상류층의 스포츠’이자 부정청탁이 이뤄지기 좋은 장소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이장우 대전시장이 공직자의 주말 골프를 허용하는 단서 조항으로 “본인 돈으로 골프를 쳐야하고, 직무관련자와 함께 하는 것은 금지한다”고 언급했다.

국민 정서에 반하는 공직자들의 골프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 ‘이제서야 대중화의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골프에 대한 인식마저 나빠지는 않을까’ 우려되는 순간이다.

 

 

GJ 전은미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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