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8천만원 들여 스크린골프장 만들려던 동부구치소에 “전면중단” 지시한 한동훈
세금 8천만원 들여 스크린골프장 만들려던 동부구치소에 “전면중단” 지시한 한동훈
  • 전은미
  • 승인 2023.04.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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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동부구치소가 직원 복지를 위해 스크린골프장을 만들려던 사실이 밝혀지며 대중들에게 반발심을 불러 일으켰다. 동부구치소가 스크린골프장 조성을 위해 배정한 예산은 7,920만원으로, “좁은 공간에서도 운영 가능한 직원 체육시설로 실내골프연습장 설치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감옥에 골프장 설치가 웬 말이야

 

동부구치소는 지난 3월 17일 ‘서울동부구치소 스크린 골프 장비 소액수의계약 견적제출 긴급 안내공고’를 조달청 나라장터에 올렸다. 조달청 나라장터는 국가 조달청이 운영하는 공공기관 물자구매 및 시설공사 계약 입찰 시스템으로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기관 사업들은 이를 통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해당 공고에는 스크린 골프 시스템 본체는 물론, 프로그램과 카메라, 프로젝터 등 동부구치소 내에 골프 퍼팅 연습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물품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동부구치소의 직원 복지용 스크린골프장 조성 사업이 조달청 나라장터에 등록되자 총 33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다. 여기서 6,912만원의 입찰가를 제시한 업체가 1순위로 선정되면서 동부구치소 내 스크린골프장 조성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가 시작됐다.

서울 송파구 소재의 동부구치소는 2017년 문정동 법조타운에 개소한 도심 속 구치소다. 좁은 부지에 많은 재소자를 수용하기 위해 아파트형 동부구치소는 타 구치소에 비해 실외 공간이 좁은 편이다. 구치소 내에 스크린골프장을 조성하려던 이유를 묻자 관계자는 “타 구치소에 비해 실외 공간이 좁아 직원 체육시설이 테스트장 1개 뿐이다. 올 초 구치소 근무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끝에 좁은 공간에서 운영이 가능한 실내골프연습장 설치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의 혈세를 구치소 직원용 스크린골프장을 짓는데 사용하는 것이 맞냐는 비난 여론이 제기됐다. 이에 교정 당국은 “구치소라는 격오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스트레스 해소 등을 위해 이미 경북 청송교도소에도 야외 골프장이 운영되고 있다”며 “해당 시설은 직원은 물론 지역 주민들도 함께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송교도소는 주변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경북 청송면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서울 중에서도 가장 번화한 지역인 송파구에 위치한 송파 구치소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실제로 동부구치소 반경 500m 내에 위치한 스크린골프장만 10곳 가량이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과 함께 활용할 목적이었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논란 접한 한동훈 법무부장관 “전면중단” 지시

 

동부구치소 내 스크린골프장 설치 논란이 계속되자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언론 문의 후 상황을 보고받았다. 해당 사업이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게시된지 14일만인 3월 31일, 한동훈 장관은 예산집행의 적절성을 이유로 동부구치소 골프연습장 설치를 전면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세금이 8천만원 가까이 투입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해당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것은 상대적으로 예산 집행액이 적은 사업에 한해 장관 보고 없이 위임 전결이 이루어지는 시스템 때문이다. 실제로 법무부를 포함한 어떤 집단도 장관이 부처 내에서 진행되는 모든 사업에 대해 알고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공정과 상식을 기준으로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예산집행 과정을 점검하겠다”고 법무부 관계자가 말했다.

 

사건이 일단락됐음에도 수그러들지 않는 여론

 

동부구치소 스크린골프장 설치가 전면 중단됐음에도 이를 접한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재소자를 관리하면서 고생하는 구치소 직원들의 노고는 잘 알고 있지만, 국민 혈세 8천만원을 들여 럭셔리 스포츠의 대명사인 ‘골프’ 연습장을 설치한다는 것이 말이 되냐는 지적이다.

해당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공무원들이 이정도로 썩었다는 게 정말 한심해서 말이 안 나온다”, “비상식이 상식으로 변한 나라. 구치소에서 스크린골프? 이것들이 통채로 마약을 하나”, “감옥에 노래방도 해야 하냐, 한심하다”, “감옥에 스크린골프 시설 만들면 수감자도 같이 이용하나. 어째 하나같이 세금 축내지 못해서 안달이 났냐”는 날선 반응을 보였다. 해당 댓글들에는 많게는 1,000건이 넘는 좋아요가 기록되며 이번 논란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을 다시 한 번 체감할 수 있었다.

 

“세금 깎아줘” 국세청 공무원과 골프클럽의 위험한 거래

 

한편 지난 1월에는 법인세 감면 청탁을 목적으로 뇌물을 주고받은 국세청 공무원과 골프클럽 대표, 관련 회계법인 이사 등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골프장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법인세를 깎아달라는 골프장 대표와 관계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국세청 공무원은 3명이나 됐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10월 사이에 법인세 감면을 위해 현금 2천만원과 360만원 상당의 고가 골프채를 주고받았고, 지난해 10월 상속세 감면을 목적으로 국세청 공무원에게 현금 5백만원을 건네준 정확 역시 포착됐다.

검찰은 골프클럽과 국세청 공무원간의 불법적인 커넥션이 발견되자 혐의가 있는 기간에 대해 계좌를 압수수색하는 등 철저한 수사를 진행했다. 더불어 검찰은 “범죄로 인해 발생된 이익에 대해서는 추징보전 조처를 통해 철저하게 환수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매년 끊이지 않는 공무원들의 골프 관련 사건사고가 이어지면서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한숨도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와 러-우 전쟁의 여파 등으로 인해 IMF 이후 최대의 경제 위기를 맞이한 시점에서, 공무원들의 골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공무원을 향한 국민들의 반발심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GJ 전은미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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