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해결에 모범 보인 전남 지역 골프장
가뭄 해결에 모범 보인 전남 지역 골프장
  • 김태연
  • 승인 2023.02.0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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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호남 지역이 유례없는 가뭄에 시달려 큰 어려움을 겪었다. 전라남도 전역이 가뭄에 대처하기 위해 일치단결하는 가운데, 지역 골프장도 이러한 움직임에 적극 동참하고 있어 주목된다.

 

2022년은 ‘역대급 기상이변’의 해였다. 연초부터 연말까지 기상이변으로 말미암은 수많은 문제가 터졌다. 그리고 2022년말까지 여전히 기상이변으로 재앙을 겪는 지역이 있다. 바로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호남 지역이다. 

특히 전라남도는 유래를 찾기 어려운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전라남도에 따르면 전남 지역은 10월말 기준으로 1년 강수량이 805mm를 기록,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적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말 그대로 사상 최악의 가뭄이다.

 

기상이변 대책 마련에 분주한 전라남도

 

이에 전라남도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우선 전남지사를 본부장으로 하는 ‘전라남도 가뭄대책본부’를 가동해 매주 날씨 상황을 점검하며 대응할 계획이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담화문을 통해 도민 불편과 피해를 최소화하고 항구대책을 마련하는 데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 다짐하면서, 동시에 가뭄 극복을 위한 지자체와 지역 사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가정과 기업을 가리지 않고 대대적인 물 절약 운동이 펼쳐질 예정이다. 가정에서는 절수형 수도꼭지를 부착하고 수압밸브를 조절하는 등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물 절약 활동을 하도록 권장하고, 기업이나 대형 시설도 마찬가지로 물 아껴 쓰기 운동에 적극 동참토록 권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군에서도 언론, 유인물, 마을 방송, 전광판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한 물 절약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전남 지역 골프장도 동참

 

전라남도 전역이 가뭄에 대처하기 위해 일치단결하는 가운데, 지역 골프장도 이러한 움직임에 적극 동참하고 있어 주목된다. 서은수 전남 환경산림국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가정과 골프장·수영장·목욕탕 등 물 대량 수요처, 기업 등과 함께 ‘20% 물 절약 실천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겠다”고 언급할 만큼 골프장은 물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시설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골프장의 협조가 절실했다.

이에 전남 골프장도 물 절약 운동에 협조하기로 했다. 환경부와 협의 하에 동절기 동안 하천수 취수를 중단해 물 절약에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영산강과 섬진강 유역 하천에서 물을 취수하는 골프장은 네 곳이며, 총 허가량은 8,600㎥/일이다. 그런데 최근 가뭄이 이어지며 영산강과 섬진강 유역의 누적 강수량은 지난달 30일까지 기준으로 각각 768㎜와 909㎜를 기록했다. 예년보다 영산강은 58.3%, 섬진강도 64.6%에 불과한 수치다. 지역의 주요 하천인 영산강과 섬진강의 가뭄에 환경부도 용수 공급 감축, 댐 연계 운영, 급수체계 조정, 댐 용수 비축, 하천수 대체 공급 등 적극적인 대책 마련 및 시행을 통해 대응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대로 가뭄이 이어지면 내년 홍수기(6월 21일~9월 20일)까지 용수 수급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결국, 환경부 소속 영산강홍수통제소가 나서 영산강과 섬진강 유역 하천에서 물을 취수하는 골프장들의 시설관리자와 하천수 사용감량 대책회의를 열고 하천수 사용 절감을 논의했다. 그 결과 하천수를 쓰는 골프장 네 곳 모두 동절기의 하천수 취수를 중단하는 데 합의했다. 하천수 취수 중단을 결의한 골프장들은 물 사용량을 줄이고, 지하수와 자체 수원을 활용해 물 부족에 대응하며 가뭄대응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골프장의 이러한 솔선수범은 좋은 본보기로 남는 건 물론, 가뭄 대책 마련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루에 최대 8,600㎥/일까지 하천물을 사용하는 골프장에서 취수를 전면 중단한다면, 그만큼 가뭄을 이겨내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강제적인 규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취수를 중단한 게 아니라 협의를 통해 하천물 사용을 중단하고 지하수나 자체 수원을 통해 물을 공급함으로써 가뭄 해결에 적극 나선 것 역시 지역 사회에 모범을 보인 행동으로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프랑스에서도 골프장 물 사용 비판

 

돌이켜 보면 올해 유례없는 기상이변과 가뭄이 이어지며, 골프장은 유독 많은 비판에 시달려야 했고, 이는 세계적인 현상이었다. 프랑스에서는 ‘역대급 가뭄’ 속에 송수관이 말라 마실 물도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골프장은 필드 관리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물 사용 제한 면제 혜택을 받았다가 집중포화를 맞았다. 현지민들의 비난은 물론, 현지 환경단체가 골프장 홀에 시멘트를 부어놓거나, 골프장으로 이어지는 송수관을 잠그는 등 극단적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역 골프장의 행동이 시사하는 점

 

한국에서는 프랑스처럼 극단적인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가뭄인데도 골프장이 지나치게 물을 많이 쓴다는 이유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 했다. 심지어 가수 싸이가 가뭄인데도 공연 중 지나치게 물을 많이 썼다는 ‘흠뻑쇼 논란’이, 공연장보다 골프장이 훨씬 물을 많이 쓴다는 ‘골프장 물 사용 논란’으로 번지는 일까지 있었다. 또 가뭄 속에서 몇몇 골프장이 저렴한 가격에 대량의 농업용수를 공급받았다가 정치권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불법은 아니지만, 가뭄으로 농사 지을 물도 부족한데 골프장이 농업용수를 대량으로 공급받은 건 논란의 소지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골프장의 물 사용이 논란이 되고 공격 대상이 되는 이때, 가뭄 해소를 위해 솔선수범에 나선 전남 골프장의 행동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전 지구를 강타하고 있는 기상이변은 하루 이틀 만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그로 말미암은 피해, 특히 물 부족 사태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렇다면 골프장도 물 절약을 요구하는 세간의 시선에 맞게 시대에 맞는 모범을 보이는 건 물론, 근본적으로 물을 보다 적게 쓰면서 골프장을 운영할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GJ 김태연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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