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스크린골프 저작권 분쟁
이어지는 스크린골프 저작권 분쟁
  • 김상현
  • 승인 2023.02.01 1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스크린골프 업계 1위인 골프존이 저작권 분쟁에 휘말렸다. 국내외의 골프장을 그대로 재현해 골프코스 영상을 사용했다가 저작권 분쟁에 휘말린 것이다. 스크린골프 저작권 분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저작권은 창작물을 만든 이가 본인이 만든 저작물에 대해 가지는 배타적인 법적 권리로 정의된다. 저작권은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중요하게 취급되며, 특히 콘텐츠와 관련이 깊은 산업에서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취급된다. 

 

골프와 저작권

 

골프계도 예외는 아니다. ‘골프’와 ‘콘텐츠’가 연계된 모든 분야에서 저작권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골프 게임에서 저작권을 생각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복사 붙여넣기’를 하거나, 골프 예능에서 무작위로 타 저작물을 베껴 만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매우 높은 확률로 저작권 소송에 휘말려 꼼짝없이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거나, 기껏 만든 콘텐츠를 폐기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골프계에서도 저작권을 결코 등한시할 수 없는 이유이며, 스크린골프처럼 ‘콘텐츠’의 비중이 높은 업계라면 더더욱 저작권을 신경 써야 할 이유다.

 

저작권 분쟁 휘말린 골프존

 

최근 스크린골프 업계 1위인 골프존이 저작권 분쟁에 휘말렸다. 국내외의 골프장을 그대로 재현해 골프 코스 영상을 사용했다가 저작권 분쟁에 휘말린 것이다. 사실 골프존으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는 사건이다. 골프존은 골프장 소유주와 이용협약을 체결해 영상을 사용했는데, 문제의 골프코스를 설계한 미국의 골프코스 설계사인 ‘골프플랜’이 자사의 저작권 침해를 주장한 것이다.

골프플랜은 골프코스의 설계 도면의 저작권은 설계자인 자신들에게 있음을 들어 골프존이 자사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골프존은 “골프코스는 배열이나 조합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창작적 표현이 가능하지 않은 만큼 창작성이 없어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론했다. 또한, 골프코스의 설계 도면과 골프존이 재현한 골프코스 영상을 비교해 보면 실질적인 유사성이 없으므로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주장도 폈다.

 

설계사 손 들어준 1심 재판부

 

1심 재판부는 골프플랜의 손을 들어 주었다. 재판부는 먼저 “각 골프코스의 설계 도면은 제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발현돼 있어 저작물에 해당하며, 골프코스 영상은 설계 도면에 새로운 창작성을 더했다고 보기 어려워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용자들이 코스를 공략하며 느끼는 재미와 난이도, 풍경 등을 고려해 코스를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 “페어웨이, 러프, 그린 등의 형태나 배치에 있어 다른 코스와 구별되는 특색을 갖고 있다”, “골프존의 사업은 실제 골프장과 유사한 환경을 구현하는 것을 특성으로 하고, 각 골프코스와 각 골프코스 영상의 유사성은 골프존이 스스로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요소”라고 보았다. 즉, 문제의 설계 도면에 저작권이 인정되며, 골프존과 설계도면 사이에 유사성도 인정한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골프플랜이 청구한 손해배상액 일부만 인정했다. 문제가 된 골프코스 설계 도면이 골프코스 영상과 완전히 같지는 않다는 점. 그리고 골프존이 재현한 골프장의 코스 일부가 리모델링으로 변경된 점 등을 고려해 골프플랜이 청구한 72억여 원의 손해배상금 중 4억 2,000만원만 배상할 것을 명령했다. 다만 골프플랜과 골프존 모두 항소할 것으로 알려져 최종 결과는 2심이나 대법원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스크린골프 저작권 분쟁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특히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골프존은 이미 여러 번 저작권 분쟁에 시달린 바 있다.

 

과거의 판례를 통해본 문제

 

과거의 판례를 살펴보자. 이 사건은 회원제 골프장을 운영하는 4개사가 자신들이 소유한 골프장 코스에 대한 종합적인 이미지를 골프존이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소송을 낸 경우였다. 주된 논란은 골프존이 ‘저작권 침해’ 혹은 ‘성과물 도용 부정경쟁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었고, 재판부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고, 2심 재판부는 저작권 침해는 인정하지 않는 대신 골프존의 행위가 성과물 도용 부정경쟁행위에 속한다고 보고 3억여 원의 배상을 명령했다. 대법원에서도 2심 판결을 인정하며, 결국 골프존은 원고 측에 총 3억여원을 배상하게 되었다.

2022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바로 2개 회사가 골프존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소송을 건 케이스다. 소송을 건 원고 측에서는 골프존이 사용한 골프코스 영상이 자신들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고, 골프존은 문제가 된 골프코스는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거나,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가운데 1심 재판부는 원고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골프장의 골프코스는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이 표현된 것으로서 그 창작성도 갖추고 있으므로 저작권의 보호대상인 저작물에 해당한다”, “피고들이 이 사건 각 골프장의 골프코스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재현해 영상으로 제작, 스크린골프장 운영업체에 제공한 것은 저작권을 침해한 행위로 봄이 상당하다”라며 골프존에 총합 28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명령한 것이다. 이후 골프존이 상고심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최종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업계든 법정 다툼의 승패와는 별개로 저작권 분쟁이 계속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스크린골프의 코스 영상은 스크린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컨텐츠 중 하나이며, 이를 둘러싼 법적 분쟁은 그 자체로도 커다란 악재일 수밖에 없다.

저작권 분쟁의 복잡성을 고려하면, 저작권 분쟁에 휘말린 기업이 잘못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 번도 아닌 여러 번 비슷한 유형의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는 건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은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도 계속 물을 엎지르지 않도록 더욱 철저한 스크린골프 저작권 관리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가위바위보 2023-02-03 18:08:47
결국엔 그 부담은 스크린 이용고객이 내야하네...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