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캠퍼스에 스크린골프장이 들어설 수 있을까?
대학 캠퍼스에 스크린골프장이 들어설 수 있을까?
  • 김상현
  • 승인 2023.01.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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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골프는 현재 가장 ‘핫’한 여가활동 중 하나로 꼽힌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스크린골프를 즐기며, 특히 젊은 층에서 나날이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덕분에 젊은 직장인은 물론, 대학생이 스크린골프장에서 놀거나 모임을 갖는 것도 어렵잖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학 캠퍼스에 스크린골프장이 입점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방침이 보도되며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대학 캠퍼스에 설치할 수 있는 시설은 국토교통부령의 ‘도시·군 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따라 결정된다. 해당 규칙 제90조 제1항에 따르면 현재 대학교 내에 설치 가능한 시설은 면적 1,000㎡ 미만인 식품·잡화·의류·서적 판매점, 300㎡ 미만인 식당·카페·제과점, 미용실, 의원, 500㎡ 미만인 영화관으로 규정된다. 이 때문에 아직은 대학 캠퍼스에 제대로 된 스크린골프장이 입점하기는 어려웠다.

 

최근 교육부는 국토부가 협의하여 해당 규제를 개정하고, 대학 캠퍼스에 설치할 수 있는 시설을 더욱 늘릴 예정임을 밝혔다. 실내 스크린골프장은 물론, 300㎡ 이상의 식당·카페·제과점, 500㎡ 이상의 공연장·전시장까지 입점할 수 있도록 하며, 주류 판매가 가능한 일반음식점 역시 입점할 수 있도록 하는 추진한다.

동시에 교육부는 산학협력 활동과 첨단분야 연구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수 있는 시설 설치 또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캠퍼스 내 유휴부지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직 이러한 방침들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규제 완화라는 큰 틀 하에 다양한 방식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대학 캠퍼스에서 스크린골프를 비롯한 여러 시설을 입점할 수 있도록 하는 ‘캠퍼스 유휴부지 규제 완화’ 조치가 검토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학 재정 때문이다. 재정위기를 겪는 대학들에 등록금 외 수입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교육·연구에 재투자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과거 우리 대학들은 국가 인재양성과 지역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왔으나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정부는 중앙에 집중된 고등교육권한을 지자체로 대폭 이양하고 대학 혁신의 걸림돌이 되는 규제들을 과감히 철폐해 대학이 지역발전의 산실이 될 수 있도록 할 것”등으로 발언하며, 현 교육부의 기조에 힘을 실어주었다.

골프 업계로서는 분명 반길 만한 일이다. 대학 캠퍼스에 스크린골프장이 들어서면 그만큼 스크린골프와 젊은 세대가 더욱 가까워지고, 나아가 일반 골프와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스크린골프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기에 스크린골프장의 수요 또한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을 가능성이 크고, 그만큼 공급도 원활히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학 내 골프 연습장 유치는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세운 정책이 아니라 대학 측에서 건의한 사항으로 알려졌다. 규제만 완화되면 대학이 먼저 나서 스크린골프장 유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캠퍼스 유휴부지 규제 완화’가 현 교육부의 방침대로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대학 캠퍼스 부지 규제를 완화한다는 건, 대학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수익 사업에 뛰어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교육계에서 대학의 수익화, 특히 사립대학의 수익화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현 상황에서 규제 완화는 큰 반발 여론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심지어 이러한 조치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만든 캠퍼스 건물, 유휴부지 등을 대학 법인이 마음대로 써도 된다는 뜻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실 비슷한 논란은 약 1년 전에도 있었다. 2022년 4월 교육부에서 ‘사립대학(법인) 기본재산 관리 안내’ 지침을 개정할 예정임을 밝히면서 시작된 논란이다. 당시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 등으로 대학 재정난이 심화하고 있음을 이유로 대학이 보유한 유휴 교육용 기본재산을 수익용 재산으로 용도 변경할 시 보전 조치가 없더라도 허가한다는 내용의 방침을 내걸었다. 지금 교육 및 연구용으로 쓰지도 않고, 이후 같은 용도로 쓰기도 어려운 토지를 더욱 쉽게 수익 창출용으로 바꿀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기로 하였다.

 

이 방침은 발표 직후부터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대학이 지나치게 수익 사업에 치중하리라는 논란은 물론, 대학 법인이 대학 재산을 팔아 수익을 챙기고 ‘먹튀’를 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왔다. 이후로도 대학규제 완화 정책이 줄을 이었고, 이를 우려하는 여론이 역시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 캠퍼스에 대규모 상업 시설인 스크린골프장 등을 입점토록 하는 규제 완화 정책 역시 반대 여론에 부딪힐 가능성이 적지 않다. 자칫하면 정부 정책과 이에 반대하는 여론이 부딪치는 가운데, 스크린골프 업계는 제대로 된 결과도 내지 못하고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꼴’이 될 수도 있다.

규제 완화를 중시하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살펴볼 때, 대학에 대한 규제 완화 정책 역시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즉 대학 캠퍼스에 스크린골프장 등을 입점 가능토록 하는 정책도 정부 의사대로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골프계로서는 호재라 할 수 있지만, 무작정 대학 캠퍼스의 스크린골프 입점에 찬동하고 나서는 건 신중할 필요가 있다. 자칫 받지 않아도 될 비판은 비판대로 받고, 그러면서도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대학 캠퍼스에 스크린골프장이 자유롭게 입점하고, 대학생 골퍼가 붐비는 날이 올까. 이를 기대하는 건 좋지만, 무작정 달려들기보다는 좀 더 신중한 업계의 행보가 필요한 때다.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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