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된 골프 빙하기, 대중골프장 요금 인하가 구세주 될까
시작된 골프 빙하기, 대중골프장 요금 인하가 구세주 될까
  • 김상현
  • 승인 2023.01.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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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스포츠에서 대중 스포츠로 급부상한 골프의 빙하기는 이미 시작됐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팬데믹 특수 효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던 골프 업계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에서 매출 강세를 보이던 골프웨어 판매율이 2022년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급격하게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밝혀졌다.

2022년 상반기만 하더라도 전년 대비 30%에 달했던 골프웨어 매출 신장률이 가을 시즌인 9월에 접어들면서 20%로 감소했고 10월에는 10% 초반까지 떨어지는 충격적인 매출 하락세를 기록한 것이다. 물론 MZ세대의 골프 유입으로 갑작스럽게 관련 매출이 급증했던 만큼 어느 정도의 감소세는 예상되었지만, 그 폭이 예상치를 크게 벗어났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이미 시작된 하락세

 

골프웨어 매출 현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소수의 스포츠에서 대중 스포츠로 급부상한 골프의 빙하기는 이미 시작됐다. 지인들의 권유에 별다른 생각 없이 골프에 입문했던 초보 골퍼들이 여러 이유로 이탈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 2~3년간 불어닥친 골프 열풍으로 인해 수요와 공급이 모두 급증했다. ‘골프’ 관련 아이템은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라는 소식을 접한 사람들이 너도 나도 관련 산업에 뛰어들면서 경쟁구도가 팽팽해졌는데, 예상보다 더 빠르게 식어버린 인기로 인해 늘어난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은 세계 2위 골프대국으로 불릴 만큼 많은 사람이 골프를 즐겨왔다. 그런 일본의 골프 인구는 520만명인데, 2022년 국내 골프 인구가 564만명을 기록하면서 일본의 수치를 앞지르는 상황이 펼쳐졌다. 연간 국내 골프장 이용객 역시 사상 처음으로 5,000만명을 돌파하면서 골프장 이용료 역시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자 일각에서는 “시설 보강은커녕 늘어난 이용객으로 인해 기본적인 관리조차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곳이 많은 상황에서 골프장들이 코로나 특수로 배짱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를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골프장들은 소비자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무리한 요금 인상을 이어나갔다. 요금을 높여도 주중·주말 할 것 없이 예약을 원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던 골프 업계의 호황은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막혔던 하늘길이 다시금 열리면서 재개된 해외여행과 급격하게 얼어붙은 경기침체의 여파 등으로 인해 골프장을 찾는 사람들의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업계 성장이 가장 빠르게 반영되는 지표인 주가의 경우, 

이미 골프업계의 대장주 격인 골프존 주가가 최근 들어서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던 골프장 회원권의 몸값 역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대중형 골프장 제도, 골프 빙하기 해소의 구세주 될까

 

한편 정부는 꾸준하게 제기되어 온 골프장 이용료 인상 문제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지난 11월 9일 문화체육관광부는 2023년부터 골프장을 회원제와 비회원제로 구분하고, 그중 비회원제 골프장 이용료가 회원제에 비해 3만 4천원 이상 낮은 곳에만 ‘대중형 골프장’의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비회원제로 구분된 모든 골프장에 재산세 및 부가가치세 감면 혜택이 주어졌다. 여기에 연 3.4% 이율의 전용 대출 혜택 역시 받을 수 있었다. 정부로부터 다양한 경제적 혜택을 받고 있으면서 이용객이 늘어나자 계속해서 이용료를 인상하는 골프장의 행태에 소비자들은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하지만 골프장의 요금 인상은 그칠 줄을 몰랐다. 실제로 수도권에 위치한 골프장 주말 이용료의 평균치를 조사해보니, 상대적으로 요금이 저렴한 야간 그린피가 19만원대까지 치솟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는 대중제 골프장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림으로써 무분별한 세제 혜택 지원을 막아설 의지를 보인 것이다. 또한, 내년부터는 골프장 입장료는 물론 카트 이용료 및 각종 부대시설 이용료 표기 역시 의무화된다. 

시장 경제의 원리에 따라 수요가 증가하면 가치가 오르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하지만 골프 업계에서 너무나도 과도한 요금 인상으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반감을 사면서 결국 이같은 정부 규제 사태까지 이어졌으니 ‘자업자득’이라는 말이 이보다 더 어울리는 상황도 없다.

 

골프 빙하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

 

백화점 매출 견인의 주요 상품으로 등극했던 골프웨어 매출 성장률의 둔화만 보더라도 골프 빙하기가 이미 시작됐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변화하려는 노력을 보인다면 골프 열풍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부 계층들만 즐기는 사치성 스포츠로 인식되어 왔던 골프의 인기가 뜨거워지면서 어디를 가더라도 ‘골프’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코로나 특수로 인해 시작된 골프 열풍을 장기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배짱장사를 이어가던 관계자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최근 몇 해간 늘어난 수익으로 더욱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미 시작된 골프 빙하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가격 및 서비스를 개선하는 방법뿐이기 때문이다.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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