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스크린골프 난이도 조작 논란
아직 끝나지 않은 스크린골프 난이도 조작 논란
  • 김상현
  • 승인 2022.12.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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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 문제가 된 ‘스크린골프 난이도 조작 논란’은 이를 당한 고객으로서는 자신을 속인 업장은 물론 스크린골프 업계에 대한 신뢰까지 거두게 하는 사안이었다. 업장에 이용료를 낸 고객은 본인이 원하는 난이도에 맞춰 게임을 즐길 권리가 있는데, 업장에서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멋대로 난이도를 낮춰 스피디한 게임을 유도하는 건 그 자체로 고객에 대한 ‘우롱’이었으니 말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몇몇 글에서 시작된 이 논란은 문제가 된 업장의 모기업에서도 일부 사실을 인정하면서 ‘논란’이 아닌 ‘사실’로 드러났다.

그리고 이 문제가 이슈가 된 지도 몇 달이 지났다. 그럼 이제 스크린골프 업계는 조작 논란에서 자유로운 청정 구역이 되었을까?

 

올해 9월 스크린골프 조작 논란이 여러 언론에서 보도되고, 문제가 된 업장의 모기업인 골프존에서 사실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 이후 이 이슈가 다시 언론을 탄 일은 없다. 즉, 눈에 띌 정도의 큰 사건이 터진 적은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논란이 끝난 건 아니다. 아직도 몇몇 업장에서 고객의 허락 없이 마음대로 난이도를 조작하고 있음을 의심할 만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제보자 A 씨의 사례

 

본지에 제보한 A 씨의 사례를 살펴보자. A 씨는 12월 어느 날 지인들과 함께한 업장에서 3시간 동안 게임을 진행하려던 중 점주 측에서 무단으로 게임 난이도를 낮추는 일을 당했다고 제보했다. 당시 A 씨와 지인들은 게임 난이도를 ‘아마추어’로 진행했는데, 점주가 무단으로 그보다 더 쉬운 ‘루키’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이에 A 씨는 점주에게 문의했고, 그 결과 A 씨 측의 게임 진행속도가 느려 난이도를 바꿨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이에 A 씨는 게임 종료 후, 문제의 업장 후기를 남기며 본인이 겪은 일을 언급했지만, 점주 측에서는 변명으로 일관하는 등 난이도 조작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또한, 후기를 차단 처리하는 등 방문 예정인 고객들이 이러한 정보를 획득할 수 없도록 ‘후기 조작’까지 시도했다고 했다. A 씨는 자신이 이러한 일을 당했다는 증거로, 본인이 해당 매장에 남긴 후기 캡처본을 함께 보냈다.

아직까지는 본지에 직접 제보한 A 씨의 사례 이외에 비슷한 제보나 언론 보도는 찾기 어렵다. 물론 A 씨가 자신이 해당 업장에 항의성 후기를 남겼다는 ‘물증’까지 제시한 이상, A 씨는 실제로 피해를 보았을 가능성이 크다. 또 문제의 업장에서는 비슷한 일을 이전에도, 이후에도 계속했을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다른 업장에서 같은 일이 벌어졌으리라고는 속단할 수 없다.

A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본 사건은 전적으로 업장 측의 책임이다. 고객이 돈을 낸 이상 자신이 원하는 난이도로 게임을 즐길 권리가 있고, 돈을 받은 업주는 고객이 부정을 저지르지 않는 한 원하는 난이도로 게임을 즐기는 걸 막거나 방해할 권리는 없다.

업주로서는 고객이 지나치게 게임을 늘어지게 한다고 생각할 수 있고, 그로 말미암아 회전율이 떨어져 본인이 피해를 볼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고객이 갑질을 하거나 의도적으로 불편을 끼친 게 아닌 다음에야, 이를 가지고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 모든 고객이 업주의 의도대로 움직여주기를 바라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으니까. 만일 A 씨 사건이 사실로 드러나고, 또 쟁점화된다면 아마 해당 업장의 점주는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스크린골프 난이도 조작의 근본적인 문제

 

하지만 스크린골프 난이도 조작 논란이 계속 이어지는데도 ‘사실이라면 점주가 책임지면 된다’라며 간단히 넘겨도 될까?

물론 이 논란이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냉정히 말해 스크린골프 난이도 조작 논란은 업계에 만연한 현상이라고 볼 수는 없고, 몇몇 업주의 일탈에 가까워 보이니 말이다. 언론에 오르고 이슈가 된 사건 외에도 스크린골프 난이도 조작 이야기가 종종 언급되곤 하지만, 대규모의 논란이나 사건으로 번진 경우는 드물다는 게 이를 증명한다. 또한, 스크린골프 모기업 차원에서 스크린골프 난이도를 조작하거나, 혹은 조작을 유도하거나 알고도 이를 내버려 둔 사례는 전혀 알려진 바 없다. 몇 달 전 논란이 된 스크린골프 난이도 조작 건에서도, 모기업인 골프존에서 사실 확인이 된 업장에 즉각 주의를 내리고 재발 방지 교육을 진행하는 등 모기업으로서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했다.

문제는 일탈을 저지른 업장에 주의를 내리고, 업주에게 재발 방지 교육을 진행하는 것만으로는 스크린골프 난이도 조작이 일어날 가능성을 뿌리 뽑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몇 달 전 난이도 조작 논란이 터지고 문제가 된 업장에 제재를 가한 골프존도 가맹점주나 비가맹 매장 점주가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통제하는 게 어렵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카운터를 보는 점주가 고객 의사와는 달리 게임 난이도를 조절하는 건 지금의 시스템 아래에서는 너무나도 쉬우며, 고객이 따로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모회사가 먼저 이 사실을 알고 제재를 하는 것은 어렵다. 사실상 업주가 마음만 먹으면, 그리고 운 나쁘게 일이 커지지만 않으면 손쉽게 스크린골프 난이도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시스템이 이 논란을 일으켰고, 또 지속시키고 있는 셈이다.

물론 몇몇 매장이나 점주가 문제를 일으켰다고 업계 전체에 ‘난이도 조작 방지 시스템’을 개발하고 도입하라는 건 지나친 요구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난이도 조작 논란 때문만이 아니라 고객과 업장 모두에게 보다 공정하게 스크린골프를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시스템을 만들고 적극 도입할 때가 된 것 같다. 공정한 시스템이 공정한 결과를 만든다는 건 수많은 업계에서 증명된 사실이니 말이다.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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