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심각해지는 골프장 매크로 예약 문제
점점 심각해지는 골프장 매크로 예약 문제
  • 김태연
  • 승인 2022.11.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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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매크로 예약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에 떠오른 지 2년이 지났음에도, 문제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아니, 2년 전보다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좋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매크로가 뭐길래

 

매크로(macro)에는 여러 뜻이 있는데, IT 업계에서는 ‘자주 사용하는 여러 개의 명령어를 묶어서 하나의 키 입력 동작’이라는 뜻으로 쓴다. 즉, 복잡하거나, 반복적인 작업을 단순화하거나 자동화하는 것을 뜻하며, 정상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매크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 오히려 복잡하거나 반복적인 작업을 더욱 쉽고 편리하게 해 주는 고마운 존재다.

하지만 서비스 업계에서는 매크로라고 하면 학을 뗀다. 서비스 업계에서 매크로는 프로그램 등을 이용한 ‘싹쓸이’를 뜻한다. 자동 프로그램을 이용해 특정 서비스의 예약을 선점하거나, 혹은 티켓이 판매되기 무섭게 선점해 쓸어버리는 것이다. 인기가 높고 예약률이나 티켓 판매량이 많은 거의 모든 서비스 업종에서 매크로는 악명을 떨치고 있으며, 몇몇 업자들이 티켓이나 예약권 등을 미리 선점한 후, 이를 비싸게 파는 악습이 이어지고 있다. 당연히 이는 소비자 개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업계 전체의 물을 흐리는 행위이며, 해당 서비스 업종과 이용자에게는 ‘공공의 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크로로 몸살 앓는 골프계

 

최근 골프장도 매크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과거에도 매크로를 통한 예약 선점으로 의심되는 사례는 존재했지만, 골프장 매크로 문제가 본격적으로 화두에 오른 건 2020년 경이다. 이 시기부터 골프장 매크로 사용 및 의심 사례가 본격적으로 언론에 오르내렸고, 많은 골프장 이용자가 매크로에 대한 피해를 호소하였으며, 골프장에서도 매크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몇몇 골프장에서 암표상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티타임을 선점한다는 의심 때문에 전산 방식을 바꾸는 등 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골프장 매크로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에 떠 오른 지 2년이 지났음에도, 문제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아니, 2년 전보다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좋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골프장 매크로 문제는 몇몇 운 나쁜 예약자만이 피해를 보는 수준을 넘어 말 그대로 ‘모든 이용자’가 언제든지 피해를 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를 잘 보여주는 통계도 있다. 국민권익위에서 운영하는 국민신문고에는 골프장 예약과 관련된 민원들이 접수되고 있는데, 2019년에는 94건의 민원이 접수되던 게 2020년에는 216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2021년에는 무려 610건의 민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2년 만에 6배 이상 민원이 증가한 셈이다. 물론 저 모든 민원이 매크로로 말미암은 피해의  민원은 아니겠지만, 골프장 예약 민원을 폭증하게 한 1등 공신이 매크로다. 국민권익위 관계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골프장 예약 민원이 증가한 이유로 매크로를 꼽기도 했다.

실제로 골프장 매크로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 건을 예약하기도 어려운 골프장 이용권이나 예약권이 수상쩍은 경로로 매물로 올라오고, 웃돈을 붙여 거래한다면 매크로가 의심되는 케이스로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케이스는 결코 드물지 않다. 매크로를 이용한 예약 싹쓸이가 기승을 부리면서, 평이 좋은 골프장을 좋은 시간대에 ‘정상적인 방법’으로 예약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결국, 라운드를 포기하거나, ‘남은 자리’를 운 좋게 차지하는 요행을 바라거나, 아니면 매크로 업자가 의심되는 상대에게 웃돈을 주고 이용권을 살 수밖에 없다. 이러한 행위가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업계에 끼치는 악영향이 어느 정도일지는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골프장 매크로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골프장 매크로를 막을 수 있을까? 먼저 법으로 막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매크로를 이용해 타사의 영업을 방해하는 건 업무방해죄 등으로 처벌될 수 있으며, 2020년에는 포털 사이트의 검색 순위를 조작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제작해 판매한 프로그래머가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등 처벌 판례도 존재한다. 하지만 매크로를 단속하고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음에도, 실제 단속과 처벌은 미미하다.

이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게 골프장 매크로의 접근성이다. 2022년 10월 현재, 포털 사이트 구글에서 ‘골프장 매크로’를 검색하면 골프장 매크로 문제를 비판하는 언론 보도에 앞서 골프장 매크로를 홍보하는 사이트나 영상 정보가 먼저 뜨고 있다. 사실상 온라인상에서 골프장 매크로에 대한 단속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무방한 상황이다. 그만큼 너도나도 매크로를 이용하느라 인기 골프장 예약은 ‘기계끼리 싸우는 꼴’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기술적으로 매크로를 완전히 막기도 어렵다. 골프장에서 매크로를 막기 위한 보안 수단을 개발하거나 도입해도, 매크로 업체가 금방 이를 우회하기 위한 기술을 들고나오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골프장 매크로 문제를 막지 못하는 가운데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으며, 2022년 10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골프장 매크로 예약 문제를 국감장에서 언급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매크로 문제는 그야말로 현재 한국 골프장과 이용자들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2년 전 골프장 매크로 문제가 처음 대대적인 관심을 끌었을 때, 이 문제는 업체가 직접 해결하기는 어렵고, 국가가 나서 강력한 조처를 해야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2년이 지난 현재, 이러한 주장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IT 전문가들도 현재로서는 기술적으로 매크로를 막기 어렵다고 하는 상황에서 매크로 문제를 골프장에 떠맡길 수는 없다. 골프장 매크로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공권력의 특단의 조치가 시급하다.

 

 

GJ 김태연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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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쵸 2022-11-16 09:25:52
된장에 파리와 구더기가 들끓면... 손님이 떠난다.

헐~~ 2022-11-15 22:40:43
그린피도 좀내려

하하 2022-11-15 21:49:47
접수후 추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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