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인 골프공 : 성능과 비거리의 극한을 추구한다
비공인 골프공 : 성능과 비거리의 극한을 추구한다
  • 김태연
  • 승인 2022.09.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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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인 골프공 시장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공의 성능으로 따지면 공인구가 아무리 노력해도 비공인 골프공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공인구(公認球)는 공식 대회나 경기에 쓸 수 있는 공을 뜻한다. 수많은 구기종목이 엄격한 규정에 따라 공인구를 선정해 쓰고 있으며, 골프도 마찬가지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대회에서는 오직 공인된 골프공만 쓸 수 있으며, 비공인 골프공(비공인구)을 쓰면 적발 즉시 실격 처리된다. 

심지어 사상 최고의 골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렉 노먼도 1996년 ‘그레이터 하트포드오픈’에서 비공인구를 썼다가 실격 처리를 당한 적이 있다. 당시 노먼이 쓴 공은 크기나 무게 등 ‘스펙’이 공인구의 범주를 벗어난 건 아니었지만, 공인된 상표가 아니라는 게 문제가 되었다. 결국, 노먼은 ‘비공인구로 인한 실격’ 처분을 받아들여야 했다.

 

공인구의 기준

 

공인구의 기준은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결정한다. 공인구가 되려면 먼저 무게와 크기를 기준에 맞춰야 한다. 무게는 1.620온스(45.93g) 이하, 지름은 1.680인치(42.67mm) 이상이어야 한다. 무게와 지름을 맞춰도 지나치게 비거리가 높은 제품은 공인구가 될 수 없다. 이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시켜 공인구로 인정받는다. 용품업체들은 이 기준에 적합하면서 프로와 아마추어에게 인기를 끄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업체가 머리를 싸매고 있다.

 

비공인구의 가치

 

하지만 비공인 골프공 시장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공의 성능으로 따지면 공인구가 아무리 노력해도 비공인 골프공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비거리의 차이가 크다. 공인구가 되려면 ‘비거리 제한’이라는 절대적인 페널티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공인 골프공은 성능과 비거리가 곧 존재 의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비공인구 시장은 성능의 극한을 추구하는 전쟁터나 다름없다. 공인구 시장과는 달리 스펙 조정도 자유롭고, 소재와 재료공학의 발전으로 비거리에 대한 ‘포텐셜’ 역시 극한으로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이 비공인구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골퍼의 실력보다 공의 성능이 비거리, 나아가 경기 결과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남을 속이든 속이지 않든 필드에서 비공인구를 쓰는 행동 자체에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 골프공 회사가 비공인구를 제작하는 것만으로도 그 회사의 이미지가 하락하는 일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비공인구를 무조건 제한하거나 배척하기보다는 ‘쓰고 싶은 사람은 쓰고, 만들고 싶은 회사는 만들라’는 시각이 점점 대세가 되고 있다. 비공인구를 쓰면서 공인구를 쓰는 척 속이지만 않으면 문제없다는 것이다.

사실 이게 옳은 시각이다. 아마추어가 골프장에서 비공인구를 쓰는 것만으로도 자체가 규정 위반이거나 매너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할 순 없기 때문이다. 특히 아마추어 골퍼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스스로의 만족이며, 공 하나 바꿔 10야드 이상의 비거리 증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건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업계 곳곳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비공인 골프공이 인기를 끄는 이유이며, 아마추어 골퍼의 비공인구 사용을 무조건 배척할 필요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공인구의 대결

 

실제로 국내 골프계에서도 비공인구는 점점 주목받고 있으며,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전통의 강자와 신예 간의 대결이 치열하다.

비공인구 전통의 강자로는 볼빅의 ‘마그마’가 가장 많이 거론된다. 이 제품은 2009년 출시된 후 13년째 스테디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스펙을 살펴보면, 공인구 규정보다 지름은 1㎜ 작고 무게는 1g 무거운 게 눈에 띈다. ‘고작 1mm나 1g’ 차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 쳐보면 분명 차이가 난다는 의견이 많다. 과학적으로 볼 때, 공의 크기가 작아진 만큼 공기저항은 줄고, 무게는 조금 더 무거워 스피드 유지력도 향상되어 그만큼 비거리에 유리한 구조다.

신예의 기세도 무섭다. 특히 코오롱의 ‘아토맥스’는 공인구와 비공인구 가리지 않고 올해 가장 눈길을 끄는 골프공 중 하나로 꼽힌다. 아토맥스는 ‘현존 최고 비거리 골프공’이라는 표현을 내세워 시장 공략에 나섰다. 기록인증 기관인 미국 WRC(세계기록위원회)에게 ‘세계 최장 비거리 골프공(The Longest Golf Ball for the Best Distance)’으로 인증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토맥스는 코오롱의 신소재 전문 계열사 아토메탈테크코리아가 개발한 비정질합금 ‘아토메탈’ 분말을 골프공의 맨틀층에 투입한 구조로 만들어졌다. 높은 탄성과 반발력을 지닌 아토메탈 소재를 분말로 가공한 뒤, 골프공의 중심부를 감싸는 맨틀층에 고르게 혼합해 기존의 비공인구를 뛰어넘는 높은 비거리를 얻었다는 것이다. 

WRC는 공인된 로봇 스윙기로 인증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동일한 조건 하에 아토맥스 골프공이 타 브랜드 10개사의 13종의 골프공 대비 15~20야드 이상을 더 날아간다고 인정했고, 이 기록을 바탕으로 ‘최장 비거리 골프공’으로 세계 최초로 인증했다. 이 제품은 웬만한 프리미엄 골프공보다도 훨씬 비싼 25만원이라는 가격에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성능, 특히 비거리의 한계에 도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공인 골프공. 분명한 건 비공인 골프공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본인의 실력에 각종 장비를 총동원해 극한의 비거리를 추구하는 골퍼가 적지 않고, 그러한 자세를 비판할 이유도 없다. 규정을 위반하거나 남을 속이지 않으면서 자신의 만족을 위해 노력하는 건 모든 골퍼가 누릴 수 있는 자유이기 때문이다. 다른 무엇보다 성능과 비거리의 극한을 추구하는 비공인 골프공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주목된다.

 

 

GJ 김태연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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