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전성시대 불황은 예정되어 있다
골프 전성시대 불황은 예정되어 있다
  • 나도혜
  • 승인 2022.09.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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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 대중화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한시라도 빨리 코로나19가 끝난 시점을 대비해야 한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홀 이상 운영중인 전국의 골프장 수는 2021년을 기준으로 무려 505개소에 달한다. 이는 전세계 8위에 랭크하는 매우 높은 수치이다. 또한 2016년 국내 운영 골프장이 486개소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소폭 상승한 것이기도 하다.

코로나 특수를 누리며 이어져온 골프의 인기는 골프장을 찾는 사람들을 꾸준하게 증가시키고 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골프장 영업 이익의 증가로 이어진다. 그러나 오랜 시간 골프를 즐겨온 사람들이나 업계 관계자들이 보아도 지금의 골프장 이용료는 너무 과도하게 인상된 감이 없지 않다는 것이 공통된 이야기이다.

 

역대급 이익률 기록하고 있는 국내 골프업계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간한 ‘레저백서 2022’에 의하면 제주도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운영중인 대중제와 회원제 골프장의 작년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39.7%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골프붐이 형성되기 직전인 2019년 대비 17.2% 상승한 수치로 역대 최고치이다.

자본주의 시장의 원리에 따라 갑작스럽게 골프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그에 대한 이익 증가가 발생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골프장의 영업 이익 증가에는 그린피와 카트비 등 골프장 이용에 필요한 요금의 전체적인 인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용객이 늘어난 것이 주된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들의 불만

 

하지만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골프장에서 급격하게 요금이 인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시설 밀집도가 높아지는 반면 그에 걸맞는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비싼 요금을 지불하면서도 되려 요금이 인상되기 이전보다 못한 서비스를 제공받는다는 생각을 가진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과도한 골프장 이용료 인상을 규제해달라는 취지의 글이 끊임없이 기재되기도 했다.

 

이미 한차례 불황을 겪은 일본 골프장의 사례

 

일본의 경우 비슷한 문제를 겪으며 법적으로 그린피 제한을 두었다가 골프장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골프산업 자체가 침체기에 접어든 바 있다. 이는 국가가 섣부르게 개입하기 어려운 문제임을 뜻한다. 한차례 뼈아픈 불황을 겪었던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를 겪으며 국내 골프산업에 다시 한번 부흥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적정 수준의 이용료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일본 대중제 골프장은 평일 이용료를 기준으로 10만원 미만의 금액이면 그린피는 물론 식사와 카트비까지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인기를 이어나갈 수 있는 합리적인 요금 체계가 마련된 것이다.

 

국내 골프산업 불황은 예정된 수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골프장이 있을 정도였지만 현재는 그 어느때보다 호황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몰려드는 이용객에게 무턱대고 높은 이용료를 부과했다가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물론 이번 골프붐으로 인해서 새롭게 유입된 초보 골퍼들이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꾸준하게 골프장을 찾을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해외여행이 본격적으로 재개되고 나면 골프여행 역시 국내보다는 해외로 집중될 것이 당연하다.

성수기로 인해 인상된 그린피를 다시 내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단기적인 이익이 아닌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요금을 책정한다면 국내 골프의 전성기를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들은 날이 갈수록 똑똑해지고 있다.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면 소비자들이 고가의 비용을 계속해서 감수할 이유가 없다.

요금 인하만이 정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골프장 이용료 상승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이용객들의 경우 인상되는 요금에 비해 시설 관리나 서비스 퀄리티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가장 크게 제기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과도한 물가 상승은 불황을 초래하는 지름길

 

우리는 과도한 물가 상승으로 인한 하락세를 국내 여행에서 이미 확인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국내의 유명 여행지들이 동남아나 중국, 일본 등을 포함한 해외여행에 꾸준하게 수요를 빼앗겨온 것은 바로 과도한 요금 인상 때문이었다.

성수기 대목을 맞이해 숙박비나 렌트비 등이 급증하는 것을 경험한 소비자들은 동일한 수준의 비용으로 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해외여행으로 눈길을 돌렸다. 어떤 업계라고 하더라도 가격에 맞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 없이는 정체기에 접어든다는 것은 진리이다.

골프의 대중화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한시라도 빨리 코로나19가 끝난 시점을 대비해야 한다. 2년가량 느껴온 해외여행에 대한 갈증 역시 하늘길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그 수요가 다시 한번 급증하고 있다. 골프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평생 즐길 수 있는 유일무이한 스포츠인 것은 분명하나,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여가생활은 정말 수없이 많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도한 요금 인상에 대한 업계 관계자들의 고찰이 필요한 이유이다.

 

 

GJ 나도혜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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