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불공정 예약 문제를 가볍게 넘기면 안 되는 이유
골프장 불공정 예약 문제를 가볍게 넘기면 안 되는 이유
  • 김상현
  • 승인 2022.08.09 14: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대중제 골프장의 불공정 예약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나서 대중제 골프장의 불공정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한 가운데, 일부의 불공정을 넘어 골프계 전체의 불공정을 해결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골프장 민원 급증

 

6월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골프장 불공정 예약에 관한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권익위에서 운영하는 국민신문고 민원을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예약 관련 민원이 2019년 94건에서 2020년 216건으로 2배 이상 늘었고, 2021년에는 610건으로 6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원이 제기된 이유도 다양했다. 권익위는 누군가 예약권을 미리 선점해 예약 시작 시각임에도 예약을 하지 못한 사례, 회원제 골프장인데 회원이 보장받아야 할 우선 예약권이 보장되지 않고 요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비회원 위주로 예약을 받은 사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부정 예약을 한 후 재판매를 한 사례 등을 언급했다.

 

권익위의 개선 권고

 

권익위는 이 문제를 문화체육관광부, 지방자치단체, 국방부 등이 함께 나서야 할 사안으로 평가했다. 먼저 문화체육관광부에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불공정한 예약 행위를 금지하고, 또 각종 불공정 예약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들을 관련 법령에 적용할 것을 권고했다. 지방자치단체는 골프장 예약 실태에 대한 점검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문을, 국방부는 국군복지단이나 각 군 등에서 운영하는 35개의 군 골프장(체력단련장)의 대우회원 자격 기준을 검토하고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유독 군 골프장이 문제로 지적된 건 군 골프장은 현역과 예비역 군인의 여가 선용 및 복지 증진을 위해 운영되어야 함에도 국방부 공무원이나 국방대학교 안보과정 일반 학생 등 유관기관 업무 관련자까지 이용하는 등 대우회원 자격이 지나치게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는 이유였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권리 보호, 권익구제 및 부패방지를 위한 정책의 수립과 시행 등에 관여하는 중앙행정기관이며, 위원장은 장관, 부위원장은 차관급으로 대우받을 만큼 권한이 크다. 이러한 권익위가 대중제 골프장의 불공정 예약 문제를 지적하고, 나아가 공권력의 적극적인 대응까지 주문한 건 그만큼 현재 대중제 골프장의 예약 문제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뜻이다.

 

예약 관련 각종 불공정 행위 등, 군 골프장 특혜도 지적

 

실제로 권익위에서 언급한 민원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예약 시작 시각인 9시 정각에 홈페이지에 접속했음에도 남은 예약 건수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는 사례나 예약 시작 시각부터 예약이 꽉 찬 상태였다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심지어 대중제 골프장이 회원을 모집하거나 예약 대행업체와 짠 후 ‘이용 우선권’을 판매했다는 사례도 있다. 물론 권익위에 들어간 모든 민원이 골프장 잘못으로 말미암은 것일 리는 없고, 이용자의 착각이나 실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예약 관련 민원이 2019년 94건에서 2021년에는 610건으로 2년 만에 6배 이상 증가했다는 건, 현재 대중제 골프장의 불공정 예약 문제가 심각하다는 명백한 증거다.

 

진짜 문제는 골프장 전반의 불공정

 

사실 대중제 골프장의 불공정 예약만이 문제인 것도 아니다. 올해 1월 공정위원회는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골프장에서 그늘집 이용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가 기관이 직접 언급할 만큼 골프장 이용자가 그늘집을 반강제로 이용하는 게 큰 문제라고 본 것이다.

비슷한 시기 권익위에서도 세제 혜택을 받는 대중제 골프장의 그린피가 지나치게 높다며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정위에 대중제 골프장의 관리 감독 강화를 권고했고, 동시에 골프장 이용 표준약관 제정도 주문했다. 이용자에게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지 못하도록 표준약관을 통해 못을 박아야 하며, 대중제 골프장의 부대시설 운영 시 이용요금을 운영 취지에 맞게 정할 수 있도록 사업자의 자발적 개선 유도가 이뤄져야 한다고 보았다.

즉, 대중제 골프장 예약은 물론, 각종 불공정 행위가 골프계 곳곳에 만연하고 있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특히 불공정 행위를 벌이는 게 골프장을 찾는 힘 있는 고객이나 공권력 등이 아니라 골프장이라는 게 더 큰 문제다.

올해 초부터 문제가 된 과도한 요금이나 그늘집 강제 이용, 약관 등의 문제의 주된 책임은 분명 골프장에 있다. 요금을 올리고, 서비스를 제공하며 약관을 제정하는 건 골프장이기 때문이다. 불공정 예약도 마찬가지다. 골프장과 예약 대행업체가 짜고 일반 고객에게 피해를 입혔다거나, 회원의 권익을 지켜야 할 회원제 골프장이 회원의 권리를 무시한다거나, 골프장이 일반 고객은 접근하기 어려운 사전예약을 운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근거 없는 의혹도 아니다. 올해 5월에는 한 경찰 골프장에서 고위 간부들이 예약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바 있고, 6월에는 경남의 한 골프장에서 회원들의 예약을 막기 위해 관광 골퍼에게 대량 예약을 시켰다는 의혹이 불거져 일부 회원이 골프장을 고발하기까지 했다. 즉, 대중제 골프장의 불공정 예약 논란은 대한민국 골프계에 만연한 불공정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불공정한 산업, 그것도 고객에게 불공정한 산업이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최근 대중제 골프장 불공정 예약 문제를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될 이유다. 늦기 전에 한국 골프계가 나서 대한민국 골프장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는 각종 불공정 행위를 철저히 파악하고, ‘불공정과의 전쟁’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