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뻑쇼 논란이 골프장 물 낭비 논란으로 번진 이유
흠뻑쇼 논란이 골프장 물 낭비 논란으로 번진 이유
  • 김상현
  • 승인 2022.07.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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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수 싸이의 ‘흠뻑쇼’ 공연이 논란이 되었다. ‘흠뻑쇼’는 공연 중 관중에게 대대적으로 물을 뿌리는 과정이 있고, 한 번 공연할 때마다 300t의 물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심각한 가뭄으로 농촌은 물 부족에 시달리는데, 공연 한 번에 수백 톤의 물을 쓰는 게 옳은 일이냐’는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논란은 뜻밖에도 골프장으로 번졌다. 몇몇 사람들이 ‘흠뻑쇼는 한 번에 300t의 물을 사용하지만, 골프장은 한 곳이 하루에 1,000t 이상의 물을 쓰기도 한다’고 언급한 탓이다. 이러한 논리는 몇몇 개인의 의견이나 인터넷 리플을 넘어 여러 언론에까지 보도되었고, 결국 흠뻑쇼 논란이 골프장 물 낭비 논란으로 이어지는 해프닝이 있었다.

 

과연 이 사건은 가끔 일어나는 해프닝으로 생각하고 넘겨도 무방할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일단 골프장이 물을 많이 쓰는 건 사실이고, 기상이변으로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골프장의 과도한 물 사용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이 늘고 있다는 점 또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분명 골프장은 물을 많이 사용하는 시설이다. 규모와 운영 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에 최소 수백t, 많게는 1천t 이상의 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골프장은 농업이나 제조업처럼 국가의 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기간산업이 아니라 여가 산업이다.

물이 부족하지 않은 시절이라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한 대가를 내고 물을 자유로이 쓰는 게 무슨 문제냐고 반론할 수 있다. 하지만 기상이변으로 말미암은 가뭄, 지하수 고갈 등의 이슈에 대중들이 점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골프장의 물 사용 역시 점점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건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실제로 과도한 지하수 사용 등의 이슈는 이미 업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 경기 용인시는 9월부터 골프장 등 지하수를 이용하는 대규모 시설을 대상으로 t당 85원의 지하수 이용부담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부과 대상은 골프장과 공장 등 하루 양수 시설 능력이 100t을 넘는 영업 및 공업시설이다. 가정이나 학교, 사회복지시설, 농업용, 간이상수도 등은 제외되며, 월 사용액이 2,000원 미만(약 23t)이면 따로 요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매일 1,000t의 물을 쓰는 골프장이라면 매달 250만원이 넘는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하는 셈이다. 세금 부담도 부담이거니와, 골프장 등 지하수를 많이 쓰는 업체를 대상으로 직접적인 제재가 가해졌다는 점에서 가벼이 볼 수 없는 정책이다.

부산에서는 몇몇 골프장들이 불법적으로 지하수를 개발해 온 사실이 드러나 홍역을 치렀다. 어떤 골프장은 허락된 양 이상의 지하수를 개발하여 쓰기도 하였고, 심지어 지하수 개발이 안 되는 지역에서 지하수 개발을 허가받아 사용하여 특혜 논란을 받은 곳도 있었다. 나아가 부산시 소유 골프장까지 지하수를 불법 개발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봐주기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충남 홍성군에서는 골프장의 과도한 지하수 사용 논란이 골프장 건립 계획을 좌초시켰다. 골프장 건립을 반대하는 측에서 골프장의 농약 사용 문제와 하루 900톤의 물을 사용하는 골프장이 들어서면 지하수가 고갈될 수 있다는 논리를 폈고, 결국 반대 여론을 이기지 못한 업체 측에서 사업을 포기한 것이다. 골프장의 지나친 물 사용 논란은 몇몇 소수 의견을 넘어 업계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골프장의 지나친 물 사용 문제는 더는 가벼이 볼 수 없는 사안이 되었다. 골프장이 지하수를 과도하게 쓴다며 세금을 추가로 내고, 심지어 골프장 건립 계획까지 취소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업계에서는 법을 어긴 곳이라면 모를까, 법을 지키고 정당하게 지하수를 개발해 사용하는 골프장까지 비판을 받는 건 부당하다 여길 것이다. 하지만 기상이변으로 그 어느 때보다 물 부족이 현실적인 문제가 된 상황에서, 물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골프장은 꾸준히 비판, 나아가 제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법만 지키면 문제없다는 자세에서 한발 더 나아가 더욱 적극적인 물 절약 방법을 찾아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제주도 골프장이 좋은 예이다. 수자원이 부족한 제주도의 골프장은 빗물을 모아 쓰는 ‘빗물이용시설’ 설치가 의무다. 빗물이용시설을 설치했음에도 지하수를 과도하게 쓴다고 비판받는 골프장도 있지만, 빗물로 물 사용량의 8~90%를 충족시키는 곳도 있다. 물론 대한민국 모든 골프장에서 빗물이용설치 시설을 설치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며, 설치한다 해도 기후나 지형 문제로 효율이 크게 차이가 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사용하기에 따라 물을 크게 아낄 수 있는 ‘검증된 물 절약 방법’이 존재한다는 건 긍정적이다. 다른 지역의 골프장도 연구에 따라 얼마든지 물을 아낄 방법이 있다는 뜻이니까.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가 더위와 가뭄으로 고통받는 시대다. 이 더위와 가뭄은 지구 온난화가 일으킨 기상이변으로 인한 것으로 여겨지며, 결코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을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즉 가뭄으로 말미암은 물 부족 논란 역시 장기적인 사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물 부족 논란이 커질수록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하는 골프장을 향한 비판이 높아지고, 국가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다.

‘흠뻑쇼 논란’이 난데없이 골프장 물 낭비 논란으로 번진 건 머잖아 골프장이 치러야 할 홍역을 예고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 어느 때보다 물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때, 골프장의 과도한 물 사용을 돌아보는 건 물론, 적극적으로 물을 아낄 방법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닐까.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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