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개방이 갖는 의미
골프장 개방이 갖는 의미
  • 강태성
  • 승인 2022.07.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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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을 허물고 개방하는 건 그 자체로 훌륭한 홍보 수단이자,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큰 바람직한 현상이다. 과거에도 전국 각지의 골프장이 종종 대중에게 문을 열어 호평을 받은 가운데, 코로나 사태가 수그러들며 골프장 개방도 재개되고 있다.

 

담장 허물기

 

청와대 개방이 화제다. ‘높으신 분이 있는 곳’의 상징과도 같던 청와대가 전면 개방되면서 수많은 사람이 청와대로 몰려들고 있다. 비록 청와대 개방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번 개방으로 청와대가 대중들에게 더욱 친근한 공간이 되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장소와 분야, 업종을 불문하고 대중과 친밀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담장을 허물고 개방하는 것이다. 한때는 대중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았던 곳이 담장을 낮추고 개방하면서 친숙하게 된 예는 셀 수도 없이 많다. 과거 왕후장상이 아니면 드나들기도 어려웠던 조선의 궁궐들은 이제 서울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가 되었고, 전국 방방곡곡의 고찰들도 드나드는 사람들을 막지 않음으로써 인기 관광지가 되고, 사람들이 불교에 좀 더 친숙해지게 했다. 도시에 들어선 대형 교회들도 담을 쌓는 대신 개방적인 구조로 짓고 교인과 지역 주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 있다. 담을 허물고 개방하는 건 그 자체로 훌륭한 홍보 수단이자,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큰 바람직한 현상이다.

 

다시 시작된 골프장 개방

 

골프장도 마찬가지다. 사실 골프장은 골프에 관심 있는 사람은 물론, 골프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도 즐길만한 게 풍부한 시설이다. 탁 트인 푸른 대지에 나무, 해저드 등으로 잘 조성된 필드, 웬만한 공원 부럽지 않은 넓이까지. 골프에 관심 없는 사람도 한 번쯤은 방문하고 싶어하는 곳이다. 

대중들에게 골프장을 개방하는 건 언제나 좋은 평가를 받았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전국 각지의 골프장이 종종 대중에게 문을 열며 호평받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코로나 사태가 한창일 땐 이러한 미담이 크게 줄었지만, 최근 코로나 사태가 수그러들며 골프장 개방도 재개되고 있다.

 

서원밸리의 골프장 콘서트

 

‘서원밸리 그린콘서트’는 한국을 대표하는 골프장 개방 행사로 꼽힌다. 2000년부터 시작된 본 행사는 단순한 골프장 개방을 넘어, 골프장 페어웨이와 그린에서 국내 뮤지션의 공연을 볼 수 있는 대형 행사다. 지금까지 그린콘서트를 찾은 관객이 45만명에 이르며, 해외에서도 매년 수천 명이 찾아올 정도다. 

코로나 사태로 2년간 중단되었지만, 올해 재개되었고, 2022년 그린콘서트는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중명 대한골프협회 회장이 참여해 축사하고, 펜타곤, AB6IX, 슈퍼주니어(이특·신동), 빌리, 픽시, 김재환, 황우림, 백지영, 박미경, 왁스, 임창정, 김조한, 정동하, 유리상자, 박학기 등 29개 팀이 참가하는 대형 콘서트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에콜리안 영광의 미니 갤러리·미니 연습장

 

4월에는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에콜리안 영광골프장이 미니 갤러리, 미니 인도어 연습장을 군민들에게 개방했다. 에콜리안 영광골프장은 지역사회 상생협력 강화 등 사회적 가치 실현을 목적으로 3월에는 지역 문화예술인에게 전시공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미니 갤러리를 열었고, 4월에는 미니 인도어 연습장을 조성한 후 기존의 퍼팅연습장과 함께 군민들에게 개방했다.

처음 열었을 때부터 지역 상생 및 지역 생활체육 동호회 지원, 골프 꿈나무 육성 지원, 영광군 음식점·특산품 판매점 자율홍보대, 농촌일손돕기 등 활발한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한 에콜리안 골프장의 사회 환원의 연장으로 평가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여수 해양경찰교육원 골프장의 산책로 개방

 

3월에는 여수 해양경찰교육원이 공공 편의와 시민의 건강 증진을 내걸고 시설에서 보유한 골프장 등에 산책로를 조성해 개방했다.

개방된 산책로는 교육원 내 충용지(과거 오천저수지)에 둘레길로 조성된 A코스, 그리고 숙영관에서 기초체력단련장(9홀 규모의 골프장)까지 왕복 트래킹 코스로 조성된 B코스다.

특히 B코스는 민간 9홀 규모의 시설과 비슷한 규모를 자랑하는 골프장인데, 티박스와 그린만 제외하고 모든 잔디를 대중들이 마음대로 밟고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골프장 개방의 득과 실

 

사실 골프장 개방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정교한 조경과 잔디 관리가 생명인 골프장을 대중들에게 무료로 공개하는 건 필연적으로 골프장 측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일이다. 골프장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공중도덕을 잘 지켜도 조경이나 잔디가 다소 망가지는 건 피할 수 없고, 이를 복구하는 데 인력과 자금이 소모된다. 또 행사를 열고 협찬을 받아도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것만큼 수익이 나기는 어렵다. 

실제로 서원밸리 그린콘서트를 개최하는 대보그룹은 한 번 콘서트를 열 때마다 5억원 정도의 손실을 감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전적인 측면에서는 말 그대로 ‘밑지는 장사’인 셈이다.

하지만 골프장 개방을 ‘손해 보는 장사’라고 깎아내릴 수는 없다. 개최할 때마다 5억원을 손해 본다는 서원밸리 그린콘서트는 현재 명실상부한 한국 대표하는 골프장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이 골프 대중화, 인식 개선, 사회 환원을 목표로 진행한 행사답게 ‘돈 이상의 가치’를 안겨다 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골프가 대중 스포츠로 나아가는 이때, 골프장 개방은 대중들에게 골프장을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작게는 문을 여는 골프장이, 크게는 한국 골프계가 대중들에게 더욱 친숙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사실 골프장 개방은 봉사 혹은 기부와 같은 일이며 강요할 수는 없다. 어떤 골프장이 무료로 개방하는 것은 박수받을 일이지만, 어떤 골프장을 점찍어 대중들에게 개방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다소 출혈을 감수하며, 아낌없이 시설을 개방하는 골프장들이 더욱 빛나는 것이리라.

 

 

GJ 강태성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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