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스필드 양정무 회장의 도전
랭스필드 양정무 회장의 도전
  • 남길우
  • 승인 2016.12.0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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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nterview

집념의 사나이

랭스필드 양정무 회장의 도전

골프용품 시장에서 국산 골프클럽이 한 축을 유지하고 있었던 시절, 그 선봉에 섰던 랭스필드를 기억하는 골퍼들이 많을 것이다. 국내 골프클럽 시장점유율 15% 달성, 하루 매출 1억원 돌파에 이를 정도로 호시절도 있었지만 부도로 부침을 겪기도 했던 랭스필드가 어느덧 창립 25주년을 맞이했다.

2002년 부도후 3년여만에 재기에 성공한 후 묵묵히 국산 골프클럽 브랜드 랭스필드를 이끌어온 양정무 회장을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에 위치한 회문 팰리스에서 만났다. 그는 그곳에서 골프용품사업과 함께 교육‧문화 사업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글 김혜경 사진 지성진

 

국산 골프클럽 전문업체 랭스필드 양정무 회장이 5년간의 은거의 시간을 끝내고 복합 교육‧문화공간 회문 팰리스와 함께 돌아왔다. 그가 한옥으로 지어진 회문 팰리스를 기획한 건 골프용품외에 또 다른 수익모델 개발과 함께 우리 민족의 기상과 꿈을 실현해갈 젊은이들을 교육하고 수련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던 개인적인 염원 때문이다.

회문 팰리스 그리고 랭스필드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할 것 같습니다. 강남매장을 접고 잠시 은거의 시간을 가졌다. 모대학원 최고위 과정 원장을 2년 정도 맡기도 했고, 법무법인 상임고문을 하며 기업인으로서 새로운 구상과 준비(회문 팰리스)를 했다.

지난 5년간 단 한 번의 인터뷰도 광고도 없이, 조용히 랭스필드를 운영하면서 한옥으로 이루어진 회문 팰리스를 짓고 교육문화 사업을 준비했다. 그러다 서서히 외부에 알릴 시기가 왔다는 생각이 들어 인터뷰에 응하게 됐다. 

 

과거 골프용품 사업을 오랜 기간 해오셨는데, 교육문화 사업을 한다는 것이 다소 낯설게 느껴집니다. 회문 팰리스는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나요? 대한민국에서 골프용품 사업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국산 골프채는 가격이 싸야 한다. 국산 골프채는 외국 제품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는 선입견과의 싸움에서 살아남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골프클럽 사업을 오랫동안 계속 해왔기 때문에 수익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사명감을 가지고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골프용품외에 또 다른 수익모델의 하나로 회문 팰리스를 기획하게 됐다.

회문 팰리스에서 어떤 사업을 할 계획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회문은 바로 읽으나 거꾸로 읽으나 뜻이 같은 문장을 뜻한다. 고조선과 고구려의 찬란한 역사, 동북아 패권자로서의 문화를 다시 한 번 융성하게 키우고픈 마음을 담아 회문이라는 이름을 선택했고, 174칸 규모로 이루어진 이곳을 팰리스 즉 궁궐, 대저택으로 이름 붙였다. 이곳을 우리 민족의 기상과 꿈을 실현해갈 젊은이들을 교육하고 수련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사상과 문화만큼 중요한 게 없다. 우리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계승하고 발전 시켜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곳이 전통 문화와 예술을 나누는 공간이 되었으면 싶다.

이 속에 랭스필드도 뿌리를 내리고 대한민국의 소중한 지적소유권, 특허를 가지고 있는 기업, 세계 시장에 내놓아도 경쟁력 있는 국산 골프클럽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고즈넉한 한옥이 자리 잡은 회문 팰리스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회문 팰리스안에 있는 건물들은 모두 한옥으로 지어져있고, 메인동 6개와 부속동 2개로 이뤄져 있다. 랭스필드 클럽전시장과 사무실이 위치한 랭스필드동(90평), 컨벤션동(100평), 그 옆에 팔각정(60평)이 위치한다. 랭스필드동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한옥에 골프채를 전시한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팔각정은 기둥 둘레가 6.5m에 달하는 천년 주목나무가 메인 기둥을 형성하고 있으며, 1층은 하늘카페, 2층은 다도교육장으로 꾸며져 있다. 컨벤션동에서는 돌잔치, 결혼식, 회갑연, 각종 모임 등 연회가 가능하고, 평상시에는 오리전골, 오리탕, 단호박과 오리가 조화를 이룬 훈제로스 등을 전라도식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하늘카페에서는 다양한 차와 함께 돈가스, 카레라이스 등 경양식을 맛볼 수 있다. 

연못(100평)을 끼고 있는 청룡동(60평)은 한옥호텔을 구상중이며, 현무동(60평)은 음식점으로, 황룡동(60평)은 민족사박물관으로 계획하고 있다. 민족사박물관에는 치우천황, 환인, 단군의 역사 등 고조선과 고구려의 유물을 전시할 생각이다.

골프클럽을 한옥에 전시한다는 발상이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그동안 대기업부터 중소업체에 이르기까지 많은 회사들이 골프클럽을 만들었지만 아직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브랜드가 별로 없다. 이런 가운데 랭스필드는 지난 25년간 전 세계에 100만 세트를 판매한 국산 골프클럽이다. 우리 민족의 불굴의 정신, 장인정신을 담은 이 골프채를 우리 조상들의 주거문화가 담긴 아름답고 웅장한 공간, 한옥에 전시하고 싶었다. 지난 25년간 랭스필드가 지나온 길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이곳에 랭스필드 역사관, 골프박물관도 구상중이다.

한옥과 우리 고유의 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크신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어려서부터 한옥에 대해 동경과 관심을 갖고 있었다. 우리나라 전통가옥, 양반집 등을 다니면서 천연 건축 자재, 개방형 공간 구조, 사랑방 문화가 참 좋았고, 나이가 들면 그곳에서 꼭 살아보고 싶었다. 또한 옛 조상님들처럼 멀리서 사람이 왔을 때 유숙할 수 있는 공간, 함께 시를 논하고 학문과 사상을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 먹었었다. 그리고 이번에 회문 팰리스를 통해 과거에 품은 뜻을 이룬 셈이다. 

 

 

한옥으로 구성된 회문 팰리스 전경

창립 25주년 맞은 랭스필드

부도 이후에 재기하긴 했지만 과거와 비교할 때 골프용품시장에서 랭스필드가 차지하는 존재감이 적은 것 같습니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걸쳐 직영점 14개소, 대리점 1000개소, 40개국 수출 등으로 연 매출액이 자그마치 200억원대에 달했다. 그러다 특별소비세 과중 부담, 무리한 투자와 확장 등으로 2002년 부도를 맞았고, 3년만인 2005년 재기에 성공한 이후 10년이 더 지났다.

그런데 아직도 랭스필드는 부도가 났었다는 부정적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브랜드를 바꿀까하는 고민을 안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난 25년간 특허‧기술 개발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랭스필드의 정체성을 포기할 수 없었다. 우리의 얼과 혼이 담긴 기업이라고 자신한다.

랭스필드 제품의 차별성을 알려주세요. 클럽 제작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제품의 성능과 퀄리티는 어느 정도 평준화 됐다. 브랜드 이미지와 마케팅 역량이 중요해진 시대이다.

현재 그랜드마스타와 랭스필드 브랜드 골프클럽을 출시하고 있다. 클럽전문 브랜드로서의 랭스필드의 기술력을 담은 제품의 품질과 기능성은 기본이고, 제품에 따라 헤드와 샤프트에 한국의 혼을 잘 나타내는 호랑이 문양을, 그립에는 색동저고리와 태극 문양을 형상화해 고유의 정신을 담았다.

사실 25년간 하나의 브랜드를 유지하고 발전시켜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랭스필드가 25년간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S를 판매보다 우선하고 고객과의 약속을 최우선으로 했다. 그래서 랭스필드가 아직까지 존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제품의 퀄리티와 함께 소비자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명품의 조건은 단지 가격이 비싼 게 아니라 ‘물건을 쓰다 언제든지 A/S가능한가? 퀼리티에 반해 제품의 가격이 적당한가?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가?’이다. 이런 신념을 지키기 위해 고객들이 편리하게 제품관련 문의를 하고 A/S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과거의 전화번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25년전 물건을 가져와도 언제든지 보상판매가 된다. 또한 현재 대대적인 보상판매를 계획 중이다. 이 모든 것이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다.

그동안 골프클럽 사업을 하시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우리나라 골퍼들의 브랜드 지향적인 소비 행태, 외제 선호 풍토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것 같다. 제품의 기능과 퀄리티에 대한 공정한 비교없이 수입 브랜드를 선호하는 사고방식은 하루 빨리 변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한국 제품의 우수성은 다국적 메이저 브랜드 대부분이 골프클럽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샤프트 원단을 한국산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랭스필드는 퀄리티에 있어서는 전 세계 어느 브랜드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고 자부한다.

국산 골프채 랭스필드로 세계 시장을 제패하겠다는 꿈을 공공연히 밝혀오셨는데요. 지금 생각은 어떠신가요?

한국 골프클럽으로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꿈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다만 젊었을 때처럼 속도에 욕심내지 말고, 길게 보고 성공을 서두르지 않고 하나하나 이루어나갈 것이다. 세계적인 선수는 있는데, 세계적인 브랜드가 없다는 것이 골프 산업측면에서 얼마나 안타까운가? 저널리스트들도 국산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고, 붐을 일으키는데 힘을 보태야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골프용품사업, 골프장사업, 철강사업에 이르기까지 40대 초반에 해보고 싶은걸 다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젊었을 때 소신껏 기업을 일으켰던 것처럼, 지금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난 25년간 함께해온 랭스필드를 세계 골프용품시장에서도 인정받는 한국 브랜드로 만드는 것과 함께, 인생 선배로서 젊은이들이 올바로 가게 만드는 지침 역할을 하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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