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소송 판결 스크린골프에 날개 달아줄까?
저작권 소송 판결 스크린골프에 날개 달아줄까?
  • 김태연
  • 승인 2024.03.2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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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크린골프와 관련한 중요한 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골프코스 원고인 설계업체가 피고인 스크린골프업체에 대해 청구한 저작권 침해 및 이와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이 기존 원심을 뒤집고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고등법원의 스크린골프 관련 판결

 

지난 2월 8일 서울고등법원은 골프코스 원고인 설계업체가 피고인 스크린골프업체에 대해 청구한 저작권 침해 및 이와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기존 원심을 뒤집고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골프코스 설계도에 대해 1심과 달리 창작성이 있는 저작물로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법원은 골프코스 설계도가 기준과 규격에 입각한 기능적 창작물이라는 피고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실제 골프코스의 설계는 골프 규칙 및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골프장의 규격에 입각해 이루어져야 한다. 골프장은 엄연히 전 세계 어디에서나 적용되는 규칙에 따르는 스포츠 경기장이니만큼 경기장에 대해 무한한 창작성을 발휘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벙커나 그린의 위치나 배치 등에서 창작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반론도 가능하지만, 이는 경기장의 난이도를 조절하는 기능성 요소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골프장의 공공재적 성격과 대중 스포츠로서 가치를 인정했다 할 수 있다. 스크린골프의 시뮬레이터에서 구현되는 골프장의 장면은 저작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정이용에 해당하고 저작권자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스크린골프 업체들은 저작권 관련 논란을 피하기 위해 기존 골프장 사업자들의 제휴 관계를 맺고 이를 근거로 골프장 화면을 구현했다. 골프코스와 관련한 저작권이 인정된다 해도 그 소유주는 골프장 사업자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판결의 상징성

 

만약, 골프코스 설계자들의 저작권을 추가로 인정한다면 스크린골프 업체는 저작권과 관련해 이중의 부담을 할 수밖에 없다. 또한, 골프장 사업자들 역시 골프장의 소유자이면서도 골프코스를 이용하거나 응용하는 등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자칫 재산권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 

법원은 창작물의 기능적 목적의 저작물에 대해 그 창작성의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도록 했다. 문화, 예술의 범위를 넘어 그 창작성을 광범위하게 인정할 경우 공공의 복리를 위한 시설물들 전반에도 저작권이 적용되어 그 기능에 제약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 판결은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한 판결이라고도 할 수 있다. 최근 우리는 현실을 넘어 가상현실이라는 새로운 사이버 세계와 공존하고 있다. 가상현실의 세계는 과거 게임의 영역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현실 세계를 구현하고 있다. 

가상현실은 흥미로움의 공간을 넘어 각종 교육에 적극 응용되고 있고 일상의 영역으로 파고들고 있다. 스크린골프 역시 이런 가상현실의 구현이라 할 수 있다. 스크린골프는 골프의 대중화에 큰 역할을 했고 많은 이들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스크린골프의 성장 배경과 장애물

 

스크린골프 급속한 성장의 배경에는 보다 정교하고 실감나는 화면 구현이 있었다. 기존 골프장을 화면 속으로 가져다 놓은 듯한 스크린골프 시뮬레이터의 화면은 스크린골프장을 찾는 이들에게 큰 만족감으로 다가왔다. 

여기에 날씨나 시간의 제약을 벗어나 언제든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우수한 접근성이 더해지며 골퍼들의 발걸음을 스크린골프장으로 향하도록 했다. 이제 스크린골프는 양적 성장을 넘어 여가선용의 공간이 되고 있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또한, 한국적 골프 문화로 한국이라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아직 대법원의 판결이 남아있지만, 스크린골프업계로서는 골프코스 설계도의 창작성을 인정하지 않은 이번 판결에 큰 의미가 있다. 이는 보다 실감 나고 현실감 있는 시뮬레이터 화면 구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크린골프 업계는 시뮬레이터 화면을 만드는데 저작권 이슈가 상당한 장애물이 되고 있었다. 누구나 비용을 내고 이용할 수 있는 골프장 코스를 구현하는 것에 제약이 발생한다는 것 자체가 일반인들에게 이해되기 힘든 일이기도 했다. 

스크린골프장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시뮬레이터의 다양성과 기존 골프장에서 경험할 수 없는 가상현실과 같은 독특함과 E 스포츠와 같은 재미가 중요한 이유였다. 하지만 엄격한 저작권 적용 등으로 스크린골프의 장점이 사라진다면 사업의 지속성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었다. 

이에 이번 판결은 스크린골프가 골프의 또 다른 장르로 독자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과제

 

하지만 이 판결과 관련해 스크린골프 업계에는 또 다른 과제가 생겼다. 이번 판결의 배경에는 스크린골프가 가진 공공성과 대중성이 그 바탕에 있었다. 과거 제한된 사람들만 하는 고급 스포츠 이미지가 강했던 골프에 보편성을 더해준 게 스크린골프다. 

스크린골프 업계는 향후에도 이 부분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 저작권과 관련한 굴레를 벗어난 것을 계기로 수익성만을 추구한다면 상당한 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 안 그래도 스크린골프와 관련해 특정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생긴 독과점의 문제와 가맹사업 전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문제, 사이버 보안 등의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스크린골프 업체로서는 사업에 있어 큰 제약이 사라졌다는 것이 더 큰 발전을 위한 기회이기도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커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부수적인 상황을 떠나 이번 판결은 스크린골프업계는 더 높이 비상할 수 있는 날개를 달아준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관련 산업 전반에도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크린골프와 관련한 이번 판결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상현실의 구현과 각종 창작물과 관련한 저작권 분쟁에 있어서 중요한 판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각종 미디어 콘텐츠에 있어 기존 창작물을 활용한 콘텐츠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 판결은 큰 의미가 있다. 

아울러 이와 관련해 시대 변화에 맞게 저작물의 창작성과 관련해 보다 명확하고 세밀한 법 규정 마련의 필요성도 있다. 이 점에서 이번 판결은 스크린골프가 시대의 변화를 선도하는 산업으로서 단면을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GJ 김태연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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