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수도권 개최 논란… 지나친 비즈니스적 접근이 문제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수도권 개최 논란… 지나친 비즈니스적 접근이 문제
  • 김태연
  • 승인 2024.03.2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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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제주삼다수 마스터스’가 제주도가 아닌 수도권에서 열린 뻔하다 반발에 부딪혀 제주도로 유턴했다. 적잖은 논란이 된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수도권 개최 논란을 다시 짚어보자.

 

수도권에서 진행될 뻔한 삼다수 마스터스

 

올해로 11회째를 맞는 KLPGA ‘제주삼다수 마스터스’는 제주도가 원산지인 생수 삼다수, 그리고 생수가 나는 제주도를 정체성으로 하여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1회부터 작년 10회 대회까지 항상 제주도에서 열렸다. 그런데 올해, 이 대회가 제주도가 아닌 수도권에서 열릴 뻔하다, 반발에 부딪혀 결국 제주도로 유턴했다. 최근 적잖은 논란이 된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수도권 개최 논란을 다시 살펴보자.

지난 1월, 제주삼다수 마스터스가 제주도가 아닌 수도권에서 열릴 수 있다는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었다. 올해 대회 운영 입찰 조건에 수도권 대회 개최 조항을 넣은 게 확인되었고, 대회 운영 입찰 참여를 준비하는 대행사 측에서 수도권에서 대회를 열 만한 골프장을 찾는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후 개발공사의 조직개편에 따른 마케팅총괄 부서 신설에 맞춰 삼다수 마스터스의 개최지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었고, 골프대회 업무를 넘겨받은 영업본부 산하 마케팅기획팀에서 삼다수 홍보 등 브랜드 확장을 위해 개최지를 수도권으로 옮기는 방안을 제시했다는 구체적인 사정도 보도되었다.

 

제주도의 반발

 

제주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삼다수는 말 그대로 제주도를 대표하는 브랜드 제품 중 하나이며, 제주삼다수 마스터스가 만들어진 것도 삼다수 브랜드를 세계 생수 시장에 홍보하고 스포츠 관광 수요를 창출한다는 취지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14년 첫 대회도 제주 오라CC에서 열렸고, 지난해에 열린 10회 대회까지 제주에 있는 골프장에서 개최해 왔고, 결과도 성공적이었다. 지난해에 열린 제10회 대회 개최로 지역경제가 얻은 파급효과는 144억 2,000만 원으로, 2022년 대회보다 13.3% 증가했고 갤러리도 약 9,700명이 몰려 역대 최다였다. 그런 제주삼다수 마스터스를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건, 제주도로서는 납득할 만한 조건이 있지 않은 한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예정된 반발’이 시작되었다. 현지의 반발 여론을 제주도 지역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메이저 언론도 이 문제에 주목했다. 무엇보다 명분이 문제였다. 제주개발공사는 2024년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수도권에서 삼다수가 가장 많이 판매된다’는 이유로 대회를 제주도가 아닌 수도권으로 옮긴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 대회는 개발공사 측에서 ‘제주도를 전 세계에 알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관광지로 발돋움하는 계기로 만들겠다’라는 명분으로 시작했고, 지금까지 승승장구해 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대회 개최지를 수도권으로 옮기는 건 초심을 잃었다는 비판을 살 일이었다.

또 삼다수가 수도권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 해도, 그 삼다수를 채취하는 곳은 제주도라는 점도 고려해야 했다. 제주개발공사는 먹는 샘물 제조와 판매용으로 하루 4,600톤, 연간 165만 6천 톤의 취수 허가를 받아 매해 100만 톤 이상의 지하수를 뽑아 쓰고 있는데 난데없이 대회지를 수도권으로 옮기는 건 제주도를 무시하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고, 실제로 제주도는 그렇게 받아들였다.

 

2023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우승자 임진희

 

다시 제주도로

 

실제로 제주삼다수 마스터스가 수도권에서 개최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강애숙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도민 정서상 수도권 대회 개최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있다”, “이를 제주개발공사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제주도 각계각층이 비판에 나섰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송창권 위원장도 언론에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이전 개최를 비판하는 인터뷰를 남겼고, 제주 지역 언론에서도 비판 기사와 칼럼이 잇따랐다. 메이저 언론도 불만을 토로하는 제주도의 입장에서 보도하는 등, 이전 계획은 큰 암초에 부딪혔다.

결국, 제주개발공사는 이전 계획을 전면 보류했고, 나아가 제주도로의 ‘컴백’을 결정했다. 아직 올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의 개최 장소나 일정은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최소한 올해 제주도가 아닌 수도권에서 대회가 열릴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남아있는 문제

 

하지만 불씨는 남아있다. 올해에는 제주삼다수 마스터스가 제주도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지만, 내년이나 그 이후 다시 개최지 이전을 시도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특히 제주개발공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도권이나 해외 개최에 대한 중장기적인 검토의 필요성이 있다는 뜻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내년이나 그 이후에 다시 한번 수도권이나 다른 지역에서의 개최를 검토하거나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번 제주삼다수 마스터스를 둘러싼 논란은 결코 제주도의 ‘지역 이기주의’라고는 볼 수 없다. 이 대회는 처음부터 제주도를 대표하는 상품인 제주삼다수를 내걸고 제주도에서 열렸기에 문자 그대로 ‘제주도가 키운 대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한때 ‘국내 최초의 개방형 골프대회이자 참여형 복합 골프축제’로 불릴 만큼 특색 있는 대회로 인기를 끌었고, 지금까지도 승승장구하며 제주도의 자랑거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대회를 ‘수도권에서 삼다수가 많이 팔린다’라는 비즈니스와 마케팅적인 이유만으로 수도권 등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건 제주도로서는 결코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이며, 거센 반발이 일어난 건 당연하다.

결국, 이번 논란은 지나치게 비즈니스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다가 지역 민심과 팬심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끝에 일어난 실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내년이나 그 이후에도 지역 민심과 팬심을 살피지 않고 비즈니스적인 태도로 비슷한 시도를 하다가는, 역시 거센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GJ 김태연 이미지 GettyImages, 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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