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저널=이동훈 기자, 사진=셔터스톡] 긴 여행의 끝에 시간여행자들은 트로피를 마주했다. 시간을 넘나들며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로 이미 지칠 대로 지친 그들의 표정 속에서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 긴 시간 동안 그들은 새로운 보물을 찾는 것이 아니라, 빼앗긴 것을 되찾아 오는 것을 위해 달리고 또 달렸다. 시간여행자들은 장갑을 벗고, 힘이 빠진 오른손으로 다시 곁으로 돌아온 트로피를 감싸고 지긋이 쳐다보고 눈을 감아본다. 꿈이 아니길, 꿈이면 다시 깨지 않길 빌면서….
작은 사냥터의 왕 ‘필’
필 미켈슨(Phil Mickelson)은 재주꾼이다. 그는 남들이 어려워하는 것을 쉽게 하고, 남들과 같지 않은 방식으로 트로피를 거머쥐는 것을 즐겼다. 오랜 기간 트로피를 사냥하며 터득한 방법으로 자신만의 사냥법을 다른 이들에게 공개했다. 그는 주로 트로피 사냥에 짧은 무기를 많이 사용했다. 그리고, 누구보다 왼손을 잘 썼다. 남들은 모두 크고 두꺼운 무기들을 사용할 때 그는 더 빠르고 날카롭게 트로피를 공략했다. 필은 남들이 따라 할 수 없는 능력을 갖췄다. 마치 따라 하고 싶다고 해도 절대 똑같이 할 수 없는 그만의 스킬이 있다.그가 처음 트로피 사냥에 성공했을 때 그는 무명의 신분이었다. 사냥터인 노던 텔레콤 오픈은 그의 이름이 처음 알려지기 시작한 곳이다. 한 무명 사냥꾼이 트로피를 잡았을 당시 그의 나이는 20살이었다. 세상은 놀랐고 새로운 사냥꾼의 탄생이라는 기사 제목이 그의 앞날을 평가했다. 그는 더 많은 트로피를 사냥하기 위해 조수를 만났다. 바로 짐 맥케이(Jim “Bones” Mackay), 그들은 뷰익 인비테이셔널에서 또다시 트로피를 사냥하며,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고 25년간 수많은 트로피를 사냥했다. 필에게 있어서 짐은 없어서는 안 되는 파트너다. 많은 도전자가 있었지만, 그들은 언제나 버텨냈다. 하지만, 완벽한 그들의 호흡은 큰 사냥터(메이저)에서는 실력이 드러나지 못했다. 많은 이들은 그를 “작은 사냥터의 왕”이라 부르곤 했다.
첫 마스터스 사냥그가 오명을 벗은 건 13년 뒤, 누구나 사랑하는 사냥터인 마스터스에서다. 그는 ‘푸른 사자’ 어니(Ernie “Blue Lion” Els)와 트로피 경쟁에 들어갔다. 푸른 사자는 너무나 쉽게 트로피를 가져가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트로피를 공략하기도 쉽고, 가져가기도 쉬워서 ‘Big Easy’라고도 불렸다. 푸른 사자는 어려운 상대였다. 마지막 날이 되자, 푸른 사자와 또 다른 사냥꾼인 ‘탱크’ 최(K.J “Tank” Choi)가 트로피를 노리고 있었다.트로피 사냥 마지막 날 저녁 사냥꾼들이 모이는 선술집에서는 탱크가 잡는다는 이들과 푸른 사자가 잡는다는 이들끼리 싸움이 났다. 술병이 날아들고, 주먹이 날아드는 그 사이에서 필은 조용히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날이 밝자. 필은 부지런히 사냥터로 향했다. 이미 많은 사람이 사냥하고 있지만, 트로피는 쉽게 잡히지 않았다. 찰나의 순간, 푸른 사자의 눈빛이 빛났다. 갈퀴가 슨 채로 큰 어금니가 트로피의 목덜미를 물었다. 필은 당황했다. 공격할 틈도 없이 푸른 사자는 자신의 큰 발톱으로 트로피를 제압했다. 그때 필은 생각했다. ‘틈을 노리자’ 푸른 사자가 큰 공격을 할 때, 필은 주요 부위를 집중 공격했다. 마치, 마지막 한 번의 공격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자세를 낮췄다. 그리고 잠시 푸른 사자가 공격을 멈췄을 때, 전광석화로 비수를 꽂았다. 트로피는 쓰러지고, 그는 자신의 무기를 들고 펄쩍 뛰었다.
시간을 여행하는 자첫 마스터스 사냥 이후, 그는 평탄 대로를 걷는다. 그를 환대하는 시민들은 그를 위한 노래와 그의 사냥법을 따라 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그는 지난날 크고 작은 사냥터에서 48마리의 트로피를 사냥했다. 그와 조수인 짐은 누가 봐도, 최고의 파트너로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재주꾼 필은 더 이상 젊지 않았다. 짐도 마찬가지였다. 오랜 시간 트로피를 사냥한 피로가 쌓이며, 온전히 몸에 고통으로 남았다. 사냥꾼인 ‘아이스맨’ 헨릭(Henrick “Iceman” Stenson)이 트로피를 가져가 버렸다. 이때 많은 이들은 “예전의 재주꾼 필이 아니야”라며 아이스맨을 연호하기 시작했고, 군중에 휘말려 짐도 필의 곁을 떠났다. 그는 고심 끝에 혼자 무한한 시간의 궤도 속으로 들어갔다. 다시 트로피를 사냥할 방법을 찾는 시간여행자가 되어 천천히 어둠으로 속으로 들어갔다.
기적의 소녀 ‘미셸’
미셸 위(Michelle Wie)는 훌라춤을 잘 추는 소녀였다. 그러던 그녀가 코올리나에 있을 때 일이다. 춤을 추던 그녀에게 한 벌레가 날아든다. 무당벌레였다. 벌레는 그녀의 어깨에 앉았다. 그리고 그 벌레는 미셸에게 속삭였다. “트로피 사냥하는 법을 알려줄게.” 그녀는 그 순간부터 트로피 사냥꾼이 되기 위한 트레이닝에 들어간다. 미셸은 사실 푸른 사자의 열렬한 팬이다. 많은 이는 푸른 사자의 또 다른 별명인 ‘Big Easy’에 ‘Wie’를 붙여서, ‘Big Wiesy’로 불렀다. 작은 무당벌레가 그녀를 이끌었다. 그녀는 큰 키에 큰 무기를 잘 썼다. 무당벌레의 도움으로 기적 같은 일이 종종 벌어졌다. 필은 저승사자와 같은 검은 옷을 즐겨 입었다면, 미셸은 자신의 옷이 단순한 것을 보기 싫어했다. 사냥할 때도, 사냥하지 않을 때도 자신의 패션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녀의 트로피 사냥필이 15년간 노력 끝에 “작은 사냥터의 왕”이라는 오명을 떨쳐 냈을 때, 미셸은 그런 필과 어니를 보고 자랐다. 그러던 중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서 사냥을 하던 미셸은 ‘핑크팬더’ 폴라(Paula “Pink Panther” Creamer)와 경쟁을 하게 되고, 손쉽게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 후 2개의 트로피를 더 사냥한 미셸은 큰 사냥터에 나가게 된다. 그곳에서 그녀는 뜻하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완벽에 가까운 모습은 마치, 숙련된 사냥꾼의 모습이다. 무당벌레가 그녀를 이끄는 것일까? 시종일관 압도적인 모습으로 트로피를 사냥했다. 그녀는 4마리의 크고 작은 트로피를 사냥했지만, 부상과 회복의 늪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녀가 그러한 고민을 하고 있을 무렵, 필이 트로피 사냥을 위한 시간여행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미셸도 마찬가지로 필의 길을 걷기로 한다. 그녀 역시 시간여행자가 되기 위해 긴 암흑의 터널로 들어간다.
자아를 찾는 시간 여행긴 시간의 흐름 속에 그들은 각자 오랜 시간 배회했다. 필과 미셸은 트로피 사냥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달리고 또 달렸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만날 수는 없었다. 필이 너무나 깊은 어둠으로 들어가 있었기에 그녀는 필을 만나기 쉽지 않았다. 계속된 시간의 굴레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가던 필과 미셸은 우연히 한 상점에서 만나게 된다. 그는 미셸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건 내가 찾던 로그(Rogue)다, 이게 있다면 우승할 수 있어!” 로그를 들고 미셸에게 다시 세상으로 나가자고 했다. 미셸은 그의 말에 동의했다. HSBC에서 미셸이 먼저 많은 경쟁자와 함께 사냥에 돌입했다.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미셸은 무당벌레의 기적을 다시 한번 맛봤다. 큰 무기가 아닌, 작은 무기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격을 가했고, 그녀는 더 이상 훌라춤을 추는 소녀가 아니다. 사냥꾼의 기세로 큰 포효를 하며 트로피와 마주했다. 필은 미셸의 성공을 듣고 내일 있을 사냥에서 사냥법을 잊은 것은 아닌지 노심초사했다. 숨을 고르고 천천히 그때의 기억을 되새겼다. 그의 파트너 짐과 함께하던 기억을 말이다. 사냥터에 나간 순간 필은 뜻밖의 인물과 마주했다. 바로, ‘아이스맨’ 헨릭이 자신의 트로피를 가져갔을 때, 곁을 떠난 짐이었다. 그는 경쟁자인 저스틴(Justin Thomas)의 조수로 일하고 있었다. 필은 자신의 조수였던, 짐과의 극적인 만남에 당황했지만 흐트러지지 않았다. 천일이 넘는 시간여행 동안 그는 한 순간을 위해 달려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한 번의 공격만이 남았다. 필은 간절함이 보였다. 그리고, 단번에 공격에 성공하고 만다.
시간 여행을 끝내고이제 두 사람 앞에 트로피가 놓였다. 긴 여행의 끝에 시간여행자들은 트로피를 마주했다. 시간을 넘나들며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로 이미 지칠 대로 지친 그들의 표정 속에서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 긴 시간 동안 그들은 새로운 보물을 찾는 것이 아니라, 빼앗긴 것을 되찾아 오는 것을 위해 달리고 또 달렸다. 다시 곁으로 돌아온 트로피를 시간여행자들은 장갑을 벗고, 힘이 빠진 오른손으로 감싸고 지긋이 쳐다보고 눈을 감아본다. 꿈이 아니길, 꿈이면 다시 깨지 않길 빌면서.필 미켈슨은 2013년 메이저 대회인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우승한지 1,687일 만에 WGC-멕시코 챔피언십에서 우승한다. 미셸 위는 2014년 메이저 대회인 US 여자 오픈에서 우승한지 1,352일 만에 HSBC 우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다. 그들이 우승한 날짜는 2018년 3월 4일과 3월 5일이다. 아직 시간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시간여행자가 한 명 더 있다. 바로 타이거 우즈, 타이거 우즈는 시간여행자가 된지 1,700일이 넘었다. 그가 어서 시간여행을 끝내고 돌아오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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