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정보> 프레임 1, 2
<신간정보> 프레임 1, 2
  • 남길우
  • 승인 2014.08.05 14:5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간정보

 

‘여대생 살인사건’ 소설화

탐사·사건기자 출신 정병철 범죄소설 ‘프레임1, 2’ 동시출간

‘여대생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법과 범죄 논리를 재구성 한 범죄소설 ‘프레임’이 출간돼 각계의 비상한 주목을 끌고 있다.

<도서출판 일리>에서 동시에 출간된 소설 ‘프레임1, 2’ 중 1권은 프레임이 어떤 과정을 거쳐 고착화 됐고, 2권은 고착화 된 프레임이 어떻게 마녀사냥을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또 소설 ‘프레임’은 범인을 잡는 종래의 범죄 추리극 얼개를 따르지 않고 동시 다발적인 시점으로 작가가 말하려는 주제를 접근해 가는 도서추리형 범죄소설 방식이다.

한 사건을 바라보는 다각도의 시선이 동원되지만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술이 밝혀졌는데도 이미 각자의 프레임에 갇혀 진실구명에 대한 허황된 행태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건 취재현장을 기자로서 직접 뛰었던 정병철 작가의 특유의 호흡으로 전개된 이 소설은 범인 검거 후 이 같은 사건흐름을 따라가며 마녀사냥과 낙인찍기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언론은 왜 그런 행태를 보이는지, 진실은 특정한 구조 속에서 얼마나 무력해지는지, 인간의 의심이 어떤 범죄를 일으켰는지 등을 조목조목 보여준다.

이 소설을 보면 정확히 사건을 규명해 내고 리드해 가야 하는 검사나, 언론이 대중들의 프레임에 함몰되면서 진실은 저만치 밀어내고 죄질을 타협하면서까지 짜 맞추어가는 행태를 고발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전형들이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 죄인들의 전형적인 꼼수와 속성도 동시에 그렸다.

우리는 지금 우리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뉴스를 접하고, 누군가가 손가락질만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돌팔매를 날린다. 세상은 덩달아 분노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등식을 확인하는 순간 사람들을 좌절케 하는, 그 표현은 시대에 관계없이 여전히 유효한 듯했다. 가해자를 ‘악’이라 단정 짓는 순간, 대중은 그 공분을 쏟아내면서 ‘공공의 적’으로 규정짓고 만다.

사건은 팩트를 두고서도 결말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는 지를 보여주면서 우리에게 어떤 경각심을 주고 있다. 나아가 누구도 이런 일을 당했을 때 프레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음을 느낄 때 섬뜩함마저 안겨준다.

정 작가는 “가해자를 ‘악’이라 단정 짓는 순간, 대중을 조종하고 일방으로 몰아가는 프레임이 생겨난다. 대중은 맹목적으로 분노를 쏟아냈다. 대중은 그 범죄를 천인공노한 죄악으로만 봤다. 이 사회의 가장 엘리트 집단으로 꼽히는 판사, 검사, 의사, 언론인… 그들조차 정의와 진실의 이름으로 잣대를 들이대지만 어느새 대중이 확정짓는 프레임에 갇히고 만다. 자신도 모르고 한 일은 우리 스스로를 가둔다”고 쓴소리를 하고 있다.

또 ‘프레임 2’에서는 기업체 사모님과 주치의인 대학교수인 의사와의 관계를 여러 정황에서 고찰해본 범죄 심리적 성격의 소설로 범죄 심리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에겐 좋은 연구 텍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의사의 진료와 진료단서 범위를 놓고 벌이는 검찰과의 숨 막히는 접전도 이 소설의 읽을거리다.

김기은 작가는 “이 소설을 읽고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에 어떤 사건이나 사물에 대한 접근하는 시각들이 모두 자신이 바라보는 시각 안에 갇혀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대부분 고정관념에 박혀 있음을 비판하면서 자성을 요구하는 것이 이 소설이 말해주는 핵심이다”고 분석했다.

이 소설은 마치 카프카의 작품 ‘성(城)’이란 공간처럼 성을 접근 할뿐 성 안으로 들어 갈 수는 없는 부조리처럼 작품 ‘프레임’에서 끊임없는 한 사건의 반추를 보여 주지만 진실이 잡히지 않는 부조리가 상통한다.

정병철 작가는 20여 년간 각종 사건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신문기자 출신이다. “이 소설은 꾸며낸 이야기를 사실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가해자의 무죄를 주장함도 아니다. 당신도 프레임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함”이라고 정 작가는 이 소설을 집필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벌써 확실한 텍스트를 전제로 한 이 작품을 영화화하기 위한 작업이 시도되는 등 영화 쪽에서도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정병철 작가는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출간한 ‘김일’, ‘후계자’, ‘비자금 x파일’ 등 남들이 쉽게 범접할 수 없는 분야의 책을 여러 권 펴낸 바 있다.

도서출판 일리 / 각 1만3000원 / 1권 249쪽, 2권 244쪽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