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한뎃글> 싱크홀
<데스크 한뎃글> 싱크홀
  • 남길우
  • 승인 2014.09.0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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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한뎃글

싱크홀(Sinkhole)

세상 어디에도 홀(hole)은 있다. 홀은 좋은 의미로 혹은 좋지 않은 의미로도 쓰인다. 세상일에는 양가성이 있다는 말이다. 바다에 배가 가라앉는 것도, 가슴이 내려앉는 것도 싱크홀이 아닌가? 골프장에도 홀이 있다. 그 홀은 티와 페어웨이 그리고 그린으로 구성된 스코어를 체크할 수 있는 최소 단위라고 할 수 있다. 그 홀들이 18개로 구성돼 있는 것이 정규코스라고 부른다. 코스에서 광의로 사용할 때는 이 홀을 말한다. 협의로 사용할 때는 그린 가운데에 뚫려있는 구멍이 있다. 깃대가 꽂혀 있는 구멍이다. 일명 컵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곳에 공을 쳐서 넣어야 하나의 홀 경기가 끝난다. 이렇게 18개의 홀을 합해야 한 라운드가 끝난다. 티에서 공을 쳐서 이리저리 몰아서 마지막에 공을 넣는 구멍을 홀이라고도 한다. 골프 계에 몸담고 있다 보니 새삼 세상에서 말하는 ‘싱크 홀’이란 이미지가 크게 다가온다.

‘홀’이라 하면 넓은 방이나 복도 등 수평적인 공간개념이라기보다는 ‘구멍’이란 뜻의 푹 꺼진 부분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코스 최소 단위인 홀을 말할 때는 넓은 방의 넓이 개념인 홀이 맞겠고 그린 가운데 뚫려 있는 구멍을 말할 때는 구멍, 구덩이, 허점 등의 깊이 개념이 맞겠다.

골프에서는 티에서 공을 쳐서 이리저리 몰아서 마지막엔 그린 안에 뚫려있는 홀에 공을 잘 넣어야 ‘댕그랑’ 소리를 울리며 하나의 홀에서 경기가 마무리된다. 골프는 그렇게 매듭을 짓고 ‘홀 아웃’하면서 다음 홀로 넘어가는, 최소단위인 홀별 경기의 반복이자 종합이다. ‘댕그랑’ 소리를 최소타에 잘 울려야 스코어가 잘 나오는데 난데없이 우리 사는 생활 터전 곳곳에서 바닥이 푹 꺼져 버리는 홀이 있다는 것은 참 당혹하게 만든다. 그건 하느님이 골프를 즐기기 위해 만드는 홀은 아닐진대 말이다. 그건 전략적인 홀도 아니고 다분히 부정적인 허점이란 경우라 할 수 있겠다. 이러다 보면 우리나라 전체가 ‘싱크 홀’ 지대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 이런 홀들이 생기는 것은, 인간은 저 멀리 밀쳐놓고 성급한 물질문명만 들입다 키워놓은 삶의 불균형에서 빚어지는 자연의 반격이 아닐까 싶다.

일본의 경우는 지진판이나 해저판의 움직임으로 지진이 자주 발생해서 국민들의 의식을 피폐하게하거나 허무의식으로 몰아넣더니 이젠 강 건너 바다 건너 불구경 이야기가 아니다.

조만간 금수강산이라고 일컫던 이 땅에도 ‘싱크홀’의 공포가 더 상승될 지경에 놓이게 된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약한 지진이지만 잦아지면서 지판을 흔들어 놓으면 더욱 취약한 지반이 내려 않기 마련일 것이다. 더군다나 홍콩의 우려처럼 좁은 지반에 한꺼번에 육중한 고층빌딩을 지어 무게가 쏠려 지각 변동으로 지진을 불러들일 수 있다는 우려처럼 이 땅에서도 고층 빌딩을 지으면서 지반의 균형을 잃게 만들고 지판을 건들이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서울에 생기는 건 싱크홀이 아니다. 지하공사로 인한 지반 침하현상이라 볼 수 있다’ 모 담당공무원의 말이다. ‘싱크홀이란 석회암 지반에 지하수로 침식 붕괴되어 지반이 내러앉는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영월 쪽이 그렇다. 그곳이 석회암 지역으로 고씨동굴, 백룡동굴이 다 그렇게 생긴 거다. 외국에선 지반전체가 내려앉아 동내가 땅속으로 가라앉은 곳도 있다. 서울의 경우는 ’도로동공현상‘이라 칭해야 한다. 명칭이 바꿔야 한다. 국민에게 오해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 기자들이 외국에서 나는 것을 보고 그렇게 부쳐 대서 그런 거다’고 싱크홀의 성격을 구분했다.

강화도를 가는 버스 속에서 승객의 대화가 인상적이다.

여기가 원래 논이었는데 죄다 아파트가 다 들어섰네요.

그러게요 논에서 아파트를 재배하나봐요

그러게요 시멘트로 된 농작물인가봐요

사람들이 줄어든다더니 자꾸만 농토에 아파트만 들어서니 어찌된 건가요?

문제는 외국의 경우엔 도로를 포장한 아스팔트는 물을 흡수하게 돼 있는 데 유독 우리나라는 빈터만 있으면 쑥쑥 아파트를 지으면서 주변이나 도로는 방수로 해서 물이 스며들지가 않아요.

그렇죠. 그런데다가 주변 도로는 모두 포장으로 덮어 버렸으니 물이 모두 씻겨 가버리잖아요

비가와도 그대로 휩쓸려 가버리고 아스팔트 밑에는 건조하지요. 지하 암반에서 물을 다 빼먹었지만 지하수 공간인 암반에 물이 채워지지 않으니 자연히 공간이 뜨지요. 더군다나 오래되어 노후화된 관들이 좀 많아요.

아파트가 서면 도로 넓히고 무작정 포장만 해되니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 틈이 없어요.

차라리 옛날 신작로처럼 흙먼지가 좀 나더라도 빗물이 스며들어야 하는데 그게 문제야

우리나라도 남의 일이 아닌가봐요. 군데군데 땅이 푹푹 내려앉으니 ‘싱크홀’ 공포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잖아요.

지금 서울 잠실 석촌 지하차도에서 ‘싱크홀’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죠.

특히 석촌호수는 원래 한강의 본류였는데 한강 직선화 사업에 의해 잘려 나가 호수가 된 곳이죠. 자연이 만든 강줄기를 인공적으로 막았으니 언젠가는 다른 곳에 다른 방식으로 물이 보복하고 만다는 철칙을 모르는 모양이군요.

굳이 석촌호수 부근에만 그런 건가 온통 포장과 시멘으로 꽉 포장한 서울 어느 곳이든 지하암반은 말라 가고 푹푹 내려앉을 우려는 더 늘어 날 것인데….

이를 땜방하듯 임시방편으로 처리하다간 큰 코 다치지요. 근본적인 점을 파악하고 전체적으로 대책을 세워야 하지 미봉책은 엄청난 시간과 국가 세금이 더 들어 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좋은 정책 하나가 국민을 행복하게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데도 그 중요성도 인지 못하다니 원.

저기 봐요! 길가에 가로수 수종도 제 몫을 못하고 쉽게 말라 죽네요. 뿌리를 깊게 내리지도 못하고 암반수가 없어 물도 빨아들이지 못하니 심어서 태반은 죽지요. 일부러 물만 뿌려대니. 그러게요 원래 뿌리를 묻은 땅이 불룩 솟아야 하는데 평평해졌거나 함몰된 곳은 싱크홀의 조짐이 있는 곳이라고 봅니다.

들입다 농토를 잠식하고 길을 넓혀 놓았는데도 승용차들이 많아 차들이 저리도 밀리는 것 좀 봐요.

너도 나도 대중교통 두고 승용차를 끌고 나오니 그렇죠.

하긴 자기의 프라이버시니 어쩌니 하면서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차가 많아지니 자연히 농토를 잠식하게 되고 무작정 도로 포장을 해야 하니 점점 지하로 물이 스며들 공간이 좁아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

버스를 이용하면 될 것을 죄다 승용차를 타고 나오니 매연에, 기름 값에, 도로는 얼마나 밀리나요. 개인주위만 팽배해지니 더욱 그렇겠죠. 공동체의식은 사라지고 있으니 문제입니다. 향후 농작물 전쟁에 돌입하면 어쩌려나?

마냥 지하수를 빼먹기만 하지 땅 밑으로 물이 스며들 틈이 없으니 채워지지 않는 지하암반수 공간이 텅텅 비면서 난데없이 지반이 움푹 내려 않는 거죠. 앞으로 전 국토가 다 그럴지도 모를 일입니다. 모두가 물을 담는 농토마저 아파트가 들어서고 도로는 포장 일색이니 말이죠. 땅이 숨 쉴 곳이 없어 시커멓게 죽어가지요

인구는 점점 줄어든다고 하더니만 웬 놈의 아파트가 이리도 많이 서는지. 더구나 새로운 농토에다 집을 자꾸 짓는 지 참 알 수가 없군요. 향후 농토로 되살리려면 시멘트 독성이 사라지기까지가 600년이 걸린다고 하잖아요. 좁은 땅덩어리를 이렇게 패댕가리치고 있지요

이미 시작한 정책이 잘못된 줄 알면서도 시인도 않고 몰아 부치기 일쑤라지요. 잘못을 시인하면 추궁을 당하니까 국가 돈이 들건 말건 세금이 새든 말든, 국토가 부셔지던 말든 일단 밀어 붙이는 거죠.

이 나라가 살려면 누구부터 정신 상태를 뜯어 고쳐야 할지 원.

농토도 아니고 도심의 도로 바닥이 갑자기 푹 꺼지는데 무서워서 걸어 다니지도 못하겠고 집이 꺼질까봐 노심초사하기 마련이니 이젠 누굴 믿고 살아야 하나요. 불안감만 자꾸 증폭되니 세상사는 맛이 그러네. 에궁 다음에 골프나 한번 가세. 홀을 상쾌하게 울리세.

‘싱크홀(Sinkhole)’ 이란 지질학적으로 해석하면 지하수가 빠져나가면서 그곳이 빈공간이 되고 그로 인한 지반이 내려앉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블루홀(Bluehole)’은 바다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싱크홀’은 두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떠받치고 있던 지반 전체가 확 무너지는 것을 ‘스토핑(Stoping)’이라하고 비교적 물렁한 지반이 서서히 내려앉는 것을 ‘래벌링(Raveling)’이라고 한다.

정노천(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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