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한국선수들의 후반기 반격 성공할까?
LPGA, 한국선수들의 후반기 반격 성공할까?
  • 남길우
  • 승인 2016.10.0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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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LPGA, 한국선수들의 후반기 반격 성공할까?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전인지

지난 9월 18일에 끝난 에비앙챔피언십에서 ‘메이저 퀀‘전인지의 우승으로 LPGA에서 주춤하던 한국선수 우승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한국 선수들은 지난해 LPGA 무대에서 역대 최다인 15승을 합작하며, 31개 대회 중 절반에 가까운 트로피를 가져왔다.

하지만 올해는 박인비의 초반 부상과 김효주, 장하나, 김세영이 시즌 초반 반짝 우승 이외에 한국선수들의 부진이 장기화 되며 큰 우려를 낳고 있던 상황이었다. 일안 가운데 전인지의 우승은 가뭄에 단비같은 소식이었다.

글 김범연 사진 KLPGA, 골프저널 DB

시즌 초반의 분위기를 잃어버리다

한국은 지난 시즌 LPGA투어 31개 대회에서 절반에 가까운 15승을 휩쓸면서 여자골프 ‘최강국’임을 증명해보였다. 2015년 시즌을 그 누구보다 화려하게 보낸 박인비와 시즌 2년차인 접어든 김세영과 김효주는 한층 성숙했고, 한국여자프KLPGA투어 상금왕 전인지가 본격 데뷔하는 등 내부 경쟁력이 어느 때보다 두터워지며 올해 시즌초만해도 큰 기대를 모았다.

시즌 개막전인 퓨어실크-바하마클래식에서 김효주(21ㆍ롯데)의 우승으로 기분 좋은 시작을 알리며 출발했다. 코츠 챔피언십과 HSBC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장하나(24·BC카드)와 JTBC 파운더스컵, 마이어 클래식에서 우승한 김세영(23·미래에셋자산운용), 그리고 올 시즌 LPGA 루키로 참가한 전인지(22·하이트진로)와 양희영(27·PNS창호)이 꾸준한 성적으로 상위권에 들며 시즌 최다 우승이라는 목표에 한 발짝 다가섰다.

하지만 시즌 초반을 제외하면 올해는 지난해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24개 대회 중 7승(9월 26일 기준)은 결코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올 시즌 시작을 앞두고 한국에 모아졌던 기대를 생각하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결과다. 박인비는 손가락 부상이 장기화 되면서 현재 대회 출전을 미루며 재활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장하나는 시즌 초반 2승을 올리며 선전했지만 전인지 부상 논란과 여러 구설수에 오르는 악재가 겹치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9월 26일 기준) 한국은 9개 대회를 남겨두고 2승의 장하나와 김세영 그리고 전인지, 김효주, 신지은(24ㆍ한화)만이 1승을 보태며 선전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 추세라면 2016년 시즌 한국 선수들은 LPGA 무대에서 우승자를 단 3명밖에 배출하지 못한 2011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질지도 모른다. 한국은 2012년 8승, 2013년 10승, 2014년 10승, 2015년 15승을 달성하며 매년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이제 2016시즌 LPGA투어가 후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올 시즌 현재까지 LPGA는 24개 대회를 치르는 동안 13명의 우승자를 배출했다. 이 중 태국의 박세리로 떠오른 아리야 주타누간(21ㆍ태국)이 5승을 휩쓸었고,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19ㆍ뉴질랜드)가 4승을 가져가며 투어를 주도하고 있다.

박인비를 시작으로 몇 년간 거셌던 LPGA 한류 바람이 최대 고비를 맞았다.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우승은 반토막이 날 처지에 놓였지만 현재로선 이렇다 할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한국여자골프를 위협하는 새로운 대항마 등장

한국 선수들의 부상과 컨디션 난조가 이어 새로운 강자들의 등장으로 매번 결정적인 순간 한국 선수들의 덜미를 잡았다. 특히 세계 1위 리디아 고와 랭킹 2위 아리야 주타누간, 랭킹 4위 브룩 헨더슨(19, 캐나다)까지 ‘영건 3인방’이 LPGA의 판도를 주도하며 한국 선수들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주타누간은 5월에 열린 요코하마 타이어 LPGA 클래식 우승을 시작으로 킹스밀 챔피언십, LPGA 볼빅 챔피언십까지 3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LPGA 투어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여기에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과 캐나다 여자오픈까지 정복했다. 월등한 장타 능력에 뛰어난 숏게임과 그린 플레이를 갖춘 데다 약점으로 꼽히던 멘탈까지 완벽하게 보강하며 현재 LPGA투어 최다승인 5승을 올리며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주타누간의 장점은 월등한 장타력이다. 드라이버를 들지 않고 3번 우드나 2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해도 경쟁자들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다. 드라이버가 제자리를 찾는다면 주타누간을 따라잡을 선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린 주변에서도 웬만하면 보기를 허용하지 않는다. 브리티시여자오픈 72홀 경기 동안 더블보기 1개, 보기 2개만을 범한 게 이를 증명한다.

정신력도 달라졌다. 올해 초반까지만 해도 주타누간은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무너졌다. 지난 4월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 최종라운드에서는 3개홀을 남기고 2타차 선두였다가 역전패를 당했다. 하지만 5월 요코하마 타이어 클래식에서 첫 우승을 신고하더니 3개 대회 연속 우승으로 꽃을 피웠다. 지난해와 전혀 다른 면모를 보이며 주타누간은 투어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리디아 고 역시 한국 선수들을 위협하며 자신의 길을 꾸준히 걸어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26일 세계랭킹 1위에 등극한 이후 40주 연속 왕좌를 지키고 있다. 올 시즌에도 4승을 솎아내는 등 꾸준함을 잃지 않는 투어 1인자다. 상금랭킹 1위, 평균타수 1위, 올해의 선수 포인트 1위가 말해주듯 경기력에서 따라올 선수가 없다. 특히 그린에서는 따라올 선수가 없다. 홀당 평균 퍼트 수, 라운드 평균 퍼트 수 모두 1위다.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난 8월에 끝난 올림픽에서도 초반 부진을 떨쳐버리고 막판에 박인비를 위협하며 메달 경쟁을 펼친 경기력은 그녀가 왜 투어 1인자인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현재 세계랭킹 4위인 브룩 헨더슨은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으로 아마추어 시절부터 주목을 받았다. 2012년 6월 캐나다여자프로골프투어에서 14세 9개월 3일의 나이로 정상에 오르더니 2013년 캐나다여자아마추어선수권에서 우승했다. 2014년엔 US여자아마추어선수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그해 9월에는 여자아마추어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특히 지난해 8월 월요예선을 통해 출전한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장하나 등 공동 2위 그룹을 8타차로 따돌리고 깜짝 우승을 거뒀다. 만 18세 이전에 LPGA투어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선수는 각각 15세와 16세에 우승한 리디아 고, 렉시 톰슨(미국)에 이어 헨더슨이 역대 세 번째다. 2001년 로리 케인 이후 14년 만에 LPGA투어 우승자를 배출한 캐나다는 축제 분위기였다. 무엇보다 큰 선물은 LPGA투어 정식 회원 자격이었다.

정회원으로 2016시즌을 맞이한 헨더슨은 개막전 바하마 클래식에서 21위로 몸을 풀더니 4월 스윙잉스커츠 클래식까지 8개 대회에서 내리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다 지난 6월에 끝난 메이저대회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당시 우승 경쟁자는 1년 전 자신에게 조언을 했던 리디아 고였다. 세계랭킹 45위로 올 시즌을 출발한 헨더슨은 세계랭킹 4위에 올라있다.

 

리디아 고

원탑의 부재

박인비는 지난해 메이저 2승을 포함해 홀로 5승을 쓸어 담으며 한국여자 골프의 돌풍을 주도했다. 풍부한 미국 무대 경험과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정신력으로 한국 선수들의 ‘리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올해는 시즌 초반부터 박인비를 괴롭히던 등부상과 손가락 부상 등으로 제대로 대회에 참가할 수 없었다. 그리고 박인비가 없는 한국은 시즌 중반 이후 아리야 주타누간, 리디아 고의 돌풍에 밀려 좀처럼 우승을 기록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박인비를 제외하면 도드라지는 ‘원톱’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달 열린 리우 올림픽 여자 골프에서도 한국은 유일하게 4명을 내보냈지만 박인비를 제외하고는 메달권에 입상한 선수가 없었다.

올 시즌의 참담함은 그동안 박인비의 존재감을 절감케 한다. 박인비는 2012시즌 2승을 신호탄으로 4년간 혼자서 무려 15승을 쓸어 담으며 LPGA 한류를 견인했다. 2013 시즌에는 6승을 기록했고 이듬해 3승 및 지난 시즌에도 5승으로 맡은 바 역할을 다했다. 또한 지난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116년 만에 여자 골프 금메달을 획득하며 세계 남녀 골프 역사상 최초로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인비의 부상 투혼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며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지만, 그 후유증으로 박인비의 에비앙 챔피언십 출전이 무산되고, 잔여 대회 출전도 불투명해졌다. 박인비의 부재는 시즌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는 한국 선수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며 투어 후반기로 접어들고 있다.

 

박인비

한국 선수들의 후반기 반격

하지만 마침내 전인지가 해냈다. 지난 해 한․미․일 여자 프로골프 메이저대회를 석권해 ‘메이저 퀸’이라는 별명을 얻고, 올 시즌 LPGA투어에 진출했지만 아직 우승이 없던 그였다. 그런 전인지가 시즌 첫 우승 갈증을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에서 시원하게 풀었다.

전인지는 지난 9월 18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파71ㆍ6,470야드)에서 끝난 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최종 합계 21언더파 263타로 우승했다. LPGA 메이저 대회 72홀 최다 언더파 및 최소타 신기록은 물론 1998년 박세리(39ㆍ하나금융그룹) 이후 18년 만에 첫 우승(2015 US 여자 오픈)과 두 번째 우승(2016 에비앙)을 모두 메이저 대회로 장식했다. 전인지는 큰 경기에 강한 메이저 퀸의 이미지를 굳혔다는 것이 제일 큰 수확이다.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도 7위에서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1, 2위를 다투는 리디아 고, 아리야 주타누간과 어깨를 나란히 할 발판을 마련했다. 전인지는 1월 초 발표된 세계랭킹에서는 10위였으나 9개월여 만에 톱3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꿈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투어에서는 부진이 거듭되며 순위가 7위까지 떨어진 박인비를 대신할 신예로 급부상했다.

또한 올 시즌 LPGA 투어 상금 순위까지 껑충 뛰어 오르며 그녀의 달라진 면모를 볼 수 있다.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상금 48만 7,500달러(약 5억 5,000만원)를 획득해 시즌 상금 규모를 140만 5,054달러(15억 8,000만원)로 늘렸다. 이는 141만 7,695달러(15억9,000만원)로 3위에 오른 브룩 헨더슨에 불과 1만2,641달러(1,400만원) 모자란 4위다.

신인왕 또한 따놓은 당상이다. 올해 LPGA 투어에 정식 데뷔한 그는 우승 1회에 준우승 3회 등으로 루키 중 가장 두드러지는 성적을 올리고 있다. 일반 대회보다 포인트가 두 배 이상 걸린 메이저 대회 우승으로 사실상 신인왕을 굳혔다. 신인왕 포인트 150점을 추가하며 1,073점이 된 그는 2위 가비 로페스(427점)와 격차를 크게 벌렸다.

내친 김에 전인지는 한ㆍ미ㆍ일 메이저 대회 연속 석권이라는 이색 도전에 나선다. 그는 에비앙이 끝나고 곧바로 오는 9월 29일부터 일본 도키치 현 나스가라스야마의 가라스야마조 골프장에서 열리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일본여자오픈에 출전한다. 지난해에는 JLPGA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이 대회에서 4차 연장 접전 끝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일본 여자 오픈이 끝나면 KLPGA투어 시즌 3번째 메이저 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도 출전한다.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역시 디펜딩 챔피언 자격이어서 시즌 첫 국내 대회 출전을 결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세가 최고조에 오른 전인지가 LPGA, JLPGA, KLPGA 등 한․미․일 메이저 대회 모두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둘지 주목된다.

전인지에 밀려 아쉽게 공동 2위에 그친 박성현(23․넵스)과 유소연(26·하나금융)이 기록한 17언더파도 대단한 기록이다. 지난해 리디아 고는 이 대회에서 16언더파로 우승했다. 그것도 2위와 6타 차가 나는 압승이었다. 박성현과 유소연도 웬만한 메이저대회였다면 큰 점수 차로 우승할 정도의 성적을 기록했지만 21언더파를 친 전인지 때문에 2위가 된 것이다.

이번 대회 결과로 박성현은 LPGA투어로의 직행이 예상된다. 비회원이 LPGA투어 시드를 얻는 길은 딱 두 가지다. 신지애(28)와 김효주, 전인지처럼 초청선수로 출전해 우승하거나 컷 오프가 있는 대회의 상금을 합산해 40위안에 진입하는 방법이다. 지난해 상금랭킹 40위는 페르닐라 린드베리(스웨덴ㆍ41만7225달러)다. 박성현은 지난해보다 대회 수와 상금 규모가 커진 점을 고려해도 20위권은 무난할 전망이다.

박성현은 불과 6개 대회에서 65만 달러의 상금을 벌었다. 파운더스컵(공동 13위)과 기아클래식(공동 4위), 첫 번째 메이저 ANA인스퍼레이션(공동 6위), 세 번째 메이저 US여자오픈(공동 3위), 네 번째 메이저 브리티시여자오픈(공동 50위), 그리고 이번 대회다. US여자오픈과 이번 에비앙 챔피언십까지 우승 경쟁을 펼쳐 월드스타의 기량을 인정받았다.

경기 스타일이 국내보다 미국에서 더 잘 통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박성현은 폭발적이면서 정확한 장타가 특기다. LPGA투어의 평균 코스 길이는 국내보다 길어 장타자들에게 유리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또한 가을만 되면 샷 감이 올라오는 이미향(23ㆍKB금융그룹)의 최근 컨디션이 좋다. 이미향은 올림픽 브레이크 후 재개된 LPGA투어 두 개 대회 캐네디안 퍼시픽 여자오픈에서 공동 14위, 매뉴라이프 LPGA 클래식에서 우승자 캐롤라인 마손(27ㆍ독일)에 1타 뒤진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미향에 이어 최근 메이저 대회에서 맹활약한 이미림(25ㆍNH투자증권)도 빼놓을 수 없다. 이미림은 최근 3개 메이저 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공동 4위, US 여자 오픈에서 공동 11위, 리코 브리티시 여자 오픈에서 공동 2위에 올랐다.

또 올 시즌 2승을 거뒀지만 희한하게 메이저 대회에선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한 장하나, 김세영과 1승을 올린 김효주, 신지은 역시 후반기에 자존심을 회복할지 주목되고 있다. 양희영, 유소연, 최나연(28ㆍSK텔레콤), 최운정(26ㆍ볼빅) 역시 강력한 우승 후보들이다. 올 시즌 전 부문에서 기량을 다투고 있는 리디아 고와 아리아 주타누간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골프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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