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런까지 이어진 조던 골프화… 골프업계는 한정판 열풍
오픈런까지 이어진 조던 골프화… 골프업계는 한정판 열풍
  • 김예지
  • 승인 2022.01.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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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런’은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유행하기 시작한 단어다. 원래 존재하던 오픈런은 공연이 끝나는 날짜를 정하지 않고 흥행 여부에 따라서 종료 시점을 정하는 것을 지칭하는 단어였다. 그러나 지금 사람들이 말하는 ‘오픈런’은 다르다. 현재의 오픈런은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명품 수요와 관련이 있는 단어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사람들의 소비가 억제됐다. 바깥에서 외식을 하기도 어렵고 국내나 해외로 여행을 가는 것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기존에 즐기던 취미나 큰돈이 들어가는 소비 활동을 하기 어려워지면서 소비가 억제되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점점 길어지면서 사람들의 보상 심리가 백화점을 향했다. 해외여행이나 취미 생활 등 여러 가지가 어려워지면서 대신 코로나 시국에서 거액을 투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명품’을 구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명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백화점 명품 매장에는 연일 사람들이 몰렸다. 그러나 백화점 명품 매장들이 평소처럼 고객들을 모두 수용할 수는 없었다. 사람이 좁은 공간이 밀집될수록 감염의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백화점은 환기도 되지 않는 장소다. 결국 백화점 명품관들은 선착순으로 손님을 받고, 매장 안에 한정된 수의 손님만을 수용했다. 먼저 들어간 손님이 빠져나가야 그다음 손님이 들어갈 수 있고, 매장들은 항상 매장 안에 일정한 숫자의 고객들만 있도록 유지한다. 이런 운영 방침 때문에 명품 매장에 기다리지 않고 들어가려면 백화점 오픈 시간에 맞추어서 빠르게 뛰어가야 한다. 또한 코로나19로 많은 수입품들의 생산이 지연되면서 한정된 물량의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빠르게 매장에 가서 신속하게 구매해야 한다. 다양한 요인들이 겹쳐져서 매장이 ‘열리는’ 시간에 맞추어서 빠르게 ‘뛰어’가는 행위를 지칭하는 오픈런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원래 사람들이 ‘오픈런’을 하는 곳은 에르메스, 샤넬, 디올, 루이비통, 구찌 등 주로 명품 의류나 가방을 판매하는 명품 매장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골프 용품을 위해서 사람들이 ‘오픈런’을 했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화제가 되는 대구 신세계백화점의 영상을 보면 사람들이 한 매장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뛰어가고 있다. 안전이 걱정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급하게 뛰어가는 모습이다.

 

이 사람들이 향하는 곳은 나이키 매장. 나이키 골프화 ‘에어 조던 1 로우 G’를 구매하기 위해서였다. 14일 대구 신세계백화점은 선착순으로 정가 17만 9000원의 조던 골프화 100켤레를 한정 판매했다. 100켤레라는 극히 적은 수량에 사람들이 서둘러 구매하기 위해서 매장이 열리는 시간에 맞춰서 뛰어간 것이다. 대구뿐만이 아니다 에어 조던 1 로우 G가 풀리는 전국의 나이키 매장에서 모두 오픈런이 이어졌다. 심지어 가게 앞에서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조던 골프화는 한정판이라서 리셀을 할 때 구매한 가격의 몇 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골프를 치지 않는 사람들도 구매에 도전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조던은 현역 농구선수였던 시절부터 골프를 좋아했다. 시카고 불스 소속이던 시절, 리그 경기가 있는 날에도 36홀 라운딩을 돌았다. 미국 플로리다에 본인의 등 번호를 따서 ‘그로브 23’이라는 골프장을 짓기도 했다. 이처럼 조던과 골프는 역사가 있다. 조던의 팬, 나이키에서 출시하는 조던 시리즈의 팬들이 골프화를 사기 위해서 몰려드는 것도 당연하다. 게다가 최근 골프는 2030 젊은 세대들에게서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조던 라인 애호가였던 2030이 자연스럽게 골프화도 구매하려고 하는 것이다.

 

말본골프는 지난 8월 뉴발란스와 협업한 골프화를 공개했다. 말본골프의 온라인몰에 ‘말본 x 뉴발란스 997’이 공개가 되고 5분 뒤에 모든 물량이 매진됐다. 현대백화점의 판교점 등 골프화를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오픈런이 진행되기도 했다. 중고 거래에서도 구매 가격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팔렸다. 한정판 제품 판매가 브랜드끼리의 콜라보를 통한 특별한 제품 공개는 기존의 물건들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고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이 된다. 한정판 제품을 얻으면 소수의 사람만 가질 수 있는 제품을 얻었다는 뿌듯함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한정판 제품을 구하기 위한 ‘오픈런’의 경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실제 대구 신세계백화점 영상을 보면 위험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매장을 향해 질주한다.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올라오거나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오는 역주행을 하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해당 영상을 본 많은 사람들이 안전 문제에 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리셀과 관련된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 제품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단순히 이익을 내기 위해서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리셀러에 밀려서 제품을 구하지 못한 애호가는 결국 중고시장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정가보다 훨씬 비싼값을 주고 구매해야 한다. 이익을 내려는 목적으로만 한정판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결코 건강한 현상이 아니다.

 

한정판 제품을 내는 것은 고객을 위한 일이다. 나이키가 골프화를 재출시한 것 역시 골프를 사랑하는 나이키 고객들을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한정판 제품들이 단순한 리셀 돈벌이의 수단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애호가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특별하고 의미 있는 상품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GJ 글 김예지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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