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예약 사기 문제의 해법
골프 예약 사기 문제의 해법
  • 김태연
  • 승인 2022.01.19 1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날 예약 사기는 특정 업계만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골칫거리라 할 수 있다. 예약 사기에 대해 골프도 예외가 아니다. 골프 예약 사기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골프 예약 사기를 피하는 법에 대해 알아보자.

 

예약 사기는 드문 일이 아니다. 예약 과정에서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에 분쟁이 일어난 끝에 사기가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경우부터 형법상 명백히 사기죄가 성립되는 경우까지. 오늘날 예약 사기는 특정 업계만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골칫거리라 할 수 있다.

골프도 예외가 아니다. 골프 업계 역시 예약 사기의 청정지대, 혹은 극히 드물게 발생하니 큰 문제는 아니라며 한가롭게 이야기할 수는 없다. 오히려 과거에도, 지금도 끊이지 않는 크나큰 업계 문제라고 봐야 한다.

 

과거에는 드물었던 골프 예약 사기

 

골프 예약 사기는 어떻게 일어나고 있을까. 또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골프 예약 사기나 부킹 사기는 비교적 최근에 나타나기 시작한 범죄에 속한다. 골프 보험 사기나 회원권 분양 사기 등은 과거에도 꾸준히 언론에 오르내렸지만, 예약 사기가 언론에 오르내리는 건 과거에는 드물었다. 그렇다고 예약이나 부킹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9년 12월 29일 연합뉴스에 실린 ‘골프장 회원모집 질서 확립 시급’ 기사를 살펴보자. 이 기사는 제목처럼 골프장의 회원모집 질서가 어지럽혀지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골프장 분양 사기, 그리고 부킹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당시 모 골프장이 회원모집 과정에서 ‘주말부킹 보장’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이 때문에 회원들과 법적 분쟁까지 일어났다는 것이다. 

최근 문제가 되는 예약 사기 범죄나 논란과 100%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이후 벌어질 일들의 예고편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외 골프장 예약 사기의 등장

 

사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예약 사기 혹은 부킹 사기를 다룬 기사를 언론에서 찾기는 어렵다. 암암리에 범죄가 일어나거나 논란이 불거졌을 수는 있지만, 아직 사회적으로 큰 논란으로 불붙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에 접어들며 현재 문제가 되는 사건과 흡사한 사례들이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2007년 벌어진 한 사건을 살펴보자. KLPGA 선수들이 동계 훈련을 위해 태국으로 향했지만, 현지에서 숙소와 골프장 사용료가 제대로 입금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훈련도 제대로 못 하고 한국으로 귀국한 사건이다. 

당시 사건에 관여한 브로커는 KLPGA 선수들이 문제를 겪을 당시 이미 사라진 뒤였고, 선수들은 속절없이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지금 문제가 되는 예약 사기 사건의 서곡이라 할 만하다.

 

골프장 부킹권 사기 수법

 

이후 ‘골프장 부킹권 사기’가 등장했다. 한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2015년 A 씨는 인터넷 골프 사이트에 골프장 부킹권을 양도한다는 허위 글을 올린 뒤, 이를 보고 연락한 피해자들을 상대로 부킹권 판매를 빙자해 거액을 가로챘다는 혐의를 받았다. 나아가 A 씨는 일부 양도권 구매 희망자들이 실제로 골프장에 출입할 수 있게 골프장에 연락해 나중에 돈을 내겠다며 일단 구매 희망자들을 들여보낸 뒤, 이용료를 내지 않은 혐의도 받았다. 

이쯤 되면 현재 문제가 되는 예약 사기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수준의 범행이다. 실제로 언론에서도 이즈음부터 범죄 한두 건을 단순히 보도하는 수준을 넘어 골프 예약 사기에 대해 본격적으로 주목하고, 또 경계의 목소리를 보내기 시작했다.

 

예약 사기의 공통점

 

사실 골프뿐만이 아니라 예약 사기라는 범죄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수요가 많을수록 사기 범죄가 개입되거나 사기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예약하려는데 경쟁률이 1:1이거나 그 미만이라면 누구도 사기 범죄를 하지도, 당하지도 않을 것이다. 범죄자로서는 법을 어겨도 실익이 없고, 소비자로서도 무리한 예약을 시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고, 예약 경쟁률이 급증하면 무리한 예약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사기꾼도 등장한다. 혹은 자신이 하는 일이 ‘무리한 예약’이라는 것도 모른 채 사기꾼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피해를 보기도 한다. 

결국, 예약 사기는 수많은 사기 범행이 그러하듯 피해자들의 절박함이나 다급함을 이용한 범죄이며, 골프 예약 사기도 마찬가지다.

 

사기와 사기 논란의 차이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명백한 ‘골프 예약 사기 사건’과 ‘골프 예약 사기 논란’은 구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기 사건은 피해자들의 고소 등으로 검경에서 이 사건은 사기 범행이라 규정하고 재판까지 간 경우를 말한다. 또한, 재판부에서 명실공히 ‘사기죄’로 피의자에 대한 유죄 판결을 내려야 비로소 사기 사건이라 확언할 수 있다. 

즉, 사기 논란은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지만, 법적으로는 그렇다고 단언할 수 없는 경우다. 서두에서 언급한 1999년 골프장과 회원들의 분쟁을 예로 들어보자. 

당시 모 골프장은 회원모집 과정에서 ‘주말부킹 보장’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키지 않았다. 오늘날 같은 사건이 벌어지고 법적 분쟁까지 간다면 피해자들은 ‘예약 사기’, ‘부킹 사기’ 등을 주장할 가능성이 크지만, 법적으로는 사기 사건이라 단언하기 어렵다. 법적으로 면밀히 따진 뒤에야 단순한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의 분쟁이었는지, 말 그대로 사기 사건인지 결론이 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례는 ‘사기 논란’으로 부르는 게 옳다.

 

최근 벌어진 예약 사기 사건의 재조명

 

두 가지 사례 중 더 큰 문제는 물론 ‘사기 사건’ 일 것이다. 먼저 올해 벌어진 예약 사기 사건을 몇 가지 살펴보자.

2021년 10월, 부산과 경남을 중심으로 골프 예약 사기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사건의 피의자 A 씨는 처음부터 ‘먹튀’ 행각을 벌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처음에는 피해자들에게 돈을 받고 시가보다 싸게 예약해 줌으로써 신뢰를 얻었다. 이에 입소문을 타고 많은 피해자가 A 씨에게 부킹을 부탁하며 돈을 맡겼고, 이후 A 씨가 본색을 드러내 돈을 가지고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전형적인 ‘돌려막기 사기’로 추정된다. 

처음에는 피해자들에게 약정한 것을 지킨 뒤, 그에 필요한 자금은 자기 돈이나 다른 피해자의 돈으로 돌려막으며 보다 많은 피해자를 끌어모으고, 어느 순간 사라져 수많은 피해자를 만드는 것이다. 한두 번의 ‘먹튀’가 아니라 수많은 분야에서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는 악질 사기 수법인 ‘돌려막기’ 사기인만큼 피해자의 숫자도, 피해 금액도 컸다.

11월에는 제주도 골프 예약 사기 사건이 언론을 탔다. 

이 사건의 피해자들은 자신을 여행사라 속인 사기꾼과 골프장 예약 문자를 주고받으며 입금을 요구받았고, 피해자는 약정대로 입금했다가 낭패를 보았다. 처음부터 골프장 예약이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피의자는 진짜로 예약이 진행되는 것처럼 예약 정보와 문자를 주고 받았고, 이에 피해자들이 속아 넘어가며 피해가 커졌다. 피해 액수를 합치면 수억 원 상당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 예약 사기의 공통점

 

이처럼 크고 작은 골프 예약 사기 사건들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관측된다. 일단 골프장이나 리조트에 직접 예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기 사건’으로 확대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당연한 일이다. 골프장이나 리조트의 공식 루트를 통해 예약했는데 사기를 당한다는 건 골프장이나 직원이 작정하고 사기를 쳤다는 뜻이다. 가능성이 작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예약 사기는 거의 모두 비공식 루트를 통해 일어난다. 

위에서 언급된 올해 일어난 사건 역시 부킹을 잘해준다고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개인이나 혹은 자신이 여행사라 주장한 사기꾼 등에 의해 벌어졌다. 즉, 공식 루트를 이용하기만 해도 골프 예약 사기는 거의 100%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모든 소비자가 공식 루트로 예약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수요는 많고 공급은 적은 가운데, 회원권 등이 필요 없는 대중제 골프장을 향한 수요는 특히 증가하는 추세라 평 좋은 골프장 예약은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다. 이런 가운데 상대를 믿을 수만 있다면, 예약 노하우를 갖추고 있는 업체나 개인의 도움을 통해 예약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때문에 사기를 막기 위해 무조건 다른 사람이나 업체의 도움을 받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피해를 줄이는 법

 

그렇다면 다른 사람을 통해 예약하거나 대행업체를 이용하였을 시, 어떻게 예약 사기를 막거나 줄일 수 있을까. 먼저 예약 후 꼭 확인을 거쳐야 한다. 누구에게든 예약을 부탁했다면 골프장에 직접 연락해 대행을 맡긴 예약이 실제로 이뤄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예약을 위해서는 선입금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에 현실적으로 돈을 입금하기 전에 예약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상대가 사기꾼이라면, 입금 후 빨리 확인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후 사태를 해결하기 수월해진다. 

실제로 골프 예약 사기 문제가 커지는 건 범행이 뒤늦게 드러나고, 시간을 지체한 사이 사기꾼이 도주했기 때문이다. 비공식 루트를 통해 예약했다면, 가능한 한 빨리 골프장과 연락을 취해 자신이 한 예약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일 진행이 되지 않았다면 즉각 독촉하거나, 환불을 요구해야 한다. 입금 후 정당한 이유 없이 진행이 늦다면 사기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능한 공식 루트를 이용하고, 비공식 루트를 통해 예약해야 한다면 꼭 골프장 측에 확인하며, 문제가 있을 시 가급적 빨리 조치를 취하기. 이것이 골프 예약 사기를 피하는 최선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예약 사기 논란 대처법

 

그렇다면 골프 예약 ‘사기 논란’은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먼저 이 문제가 실제 사기 사건인지, 혹은 단순 불공정 거래인지 확인해야 한다. 

사기 사건이라면 민사상 대응은 물론 형사상 대응도 필요하고, 사기 사건이 아니라면 결국 민사로 풀어야 할 문제가 된다. 상황에 따라 법적 대응 방법도, 대응 수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상대가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라면 현실적으로 재판까지 가기보다는 상호 협상 등을 통해 푸는 게 돈과 시간을 아끼는 길이 될 수 있지만, 피해 규모가 크고 범죄가 의심된다면 변호사 등과 함께 본격적인 법적 대응을 시작하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

골프 예약 사기 범죄, 혹은 사기 논란. 안타깝게도 이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예약이 많고 예약 경쟁률이 높은 업종이라면 종목을 불문하고 사기 범죄가 벌어지거나 사기 논란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고, 현재 대한민국에서 골프는 가장 예약 경쟁이 치열한 스포츠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기 범죄가 벌어질 가능성도 크고, 넘쳐나는 수요로 인해 ‘갑’의 입장에 있는 골프장이나 리조트와 ‘을’인 소비자 간에 사기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클 수밖에 없다.

물론 강 건너 불구경하듯 이 문제를 방치해도 된다는 건 아니다.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이야기했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돌릴 수는 없다.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최선을 다해 예약 사기 피해를 줄일 방법을 찾고 행동에 옮겨야 하겠지만, 골프 업계에서도 소비자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예약 사기 문제를 근절하기 위한 방법을 찾을 때가 되었다. 예약 사기나 사기 논란이 횡횡하면 소비자 개인의 피해는 물론, 업계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골프 업계가 나서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다 흐리기 전에 미꾸라지를 잡을 방법을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GJ 김태연 사진 GettyImages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하단영역